작성자
윤혁경 등록일시 2001-12-14
첨부파일 조회수 32
제 목
청담동의 ‘유혹’ / 이상돈/조선일보

[일사일언] 청담동의 ‘유혹’ ......... 이상돈

‘대한민국에서 누구나 한번쯤 갖고 싶어 하는 주소’, 청담동에 짓는 한 재건축아파트의 광고문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청담동 부티크 거리에는 구찌, 루이비통, 페라가모, 프라다 등 이름만 들어도 욕망어린 눈빛이 연상되는 수입명품 코너가 즐비하다. 게다가 욕망을 문화적 양식으로 포장해주는 듯한 크고 작은 갤러리들이 청담동 전역에 점점이 박혀있다. 그 사이 사이에 우아한 퓨전 레스토랑과 따사로운 햇살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세련된 카페하우스가 낭만적인 자태로 자리잡고 있다.

이 곳에 발길이 잦은 사람은 주로 ‘뜬’ 연예인과 30대가 되어 버린 90년대의 오렌지족 그리고 상류사회를 선망하는 여인들인 것 같다. 재즈와 섹스, 주식투자와 부동산 임대, 미용과 성형수술 그리고 수입차 등은 그들이 즐겨 말하는 주제들이다. 메종, 오뜨, 노블리스와 같은 잡지들은 그런 주제들에 대한 의사소통의 매체로 점점 그 기세를 높여가고 있다.

청담 큰 스님의 맑은 정신과는 거리가 멀기는 하지만, 청담동의 이런 고급 생활문화 자체를 비난할 것까지는 없을 듯하다. 그렇지만 고급문화는 단지 질좋은 물건이나 세련된 외양으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게다. 청담동에 드나드는 사람들이 노동을 통해 정당하게 부를 얻으려는 건강한 정신을 소유하고, 그 세련된 공간 속에서 자기와 이해관계가 없는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토론할 때, 청담동은 정말 고급문화의 중심지가 될 것이다. 청담동이 ‘노블리스’만 있는 욕망의 거리가 아니라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살아 숨쉬는 진보적이며, 자유로운 문화의 거리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이상돈/고려대 법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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