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윤혁경 등록일시 2003-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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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다시 고개드는 집값] 재건축 왜 ‘황금알 낳는 거위’ 됐나/조선일보

조합원들 “분양가 올려라” 시공사에 압력
“차라리 규제 풀어 물량 늘려야 가격 안정”

지난 4월부터 재건축을 위해 주민 이주가 시작된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3차 아파트. 지은 지 25년이 넘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낡았지만, 집값은 ‘금값’이다. 19평형이 5억7000만~5억8000만원으로 평당매매가가 3000만원을 넘었다. 지난달 28일 강남구 전역이 양도소득세가 실거래가로 과세되는 투기지역으로 묶였지만, 가격은 오히려 1500만원 정도 올랐다. 공인중개사 최모(62)씨는 “양도세보다 집값이 더 많이 오르기 때문에 세금은 안중에도 없다”면서 “강남의 경우, 지금 당장 사도 1억원 이상 남을 것이란 믿음을 갖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역삼동 E공인중개사 김모 대표는 “정부가 지금은 규제강화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지만, 언제 어떻게 정책이 바뀔지 모른다”면서 “오히려 규제를 가할수록 재건축 아파트값은 오른다는 게 강남에서는 정설처럼 굳어졌다”고 말했다.

지난 5월 8일 정부가 주택가격 안정대책을 발표했지만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오히려 폭등세로 돌아섰다. 재건축 규제를 내용으로 하는 작년 ‘9·4조치’ 이후 약세를 보이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다시 뜀박질하면서 ‘재건축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부동산 재테크 신화(神話)를 다시 한번 입증시키고 있다. 지난 2~3년간 재건축 가격 상승이 수도권 전체 아파트 가격을 끌어 올렸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자칫 ‘제2의 아파트 가격 폭등기’의 전조가 아닌가 하고 우려하고 있다.



◆ 거품 논란 속에서도 폭등세 지속 =물이 줄줄 셀 정도로 낡은 강남구 도곡동 13평형 아파트. 2년 전 재건축 바람을 타고 2억원대이던 가격이 3억원대로 치솟았다. 낡고 비좁은 아파트가 강북의 40평형 새아파트보다 비싼 것은 ‘거품’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가격이 치솟아 현재 6억원대를 훌쩍 넘어섰다. 재건축 아파트는 ‘거품’ 논란속에서 정부의 규제대상이 됐지만 지난 3년간 ‘계단식 폭등세’를 이어왔다. 박종복(38·노원구 상계동)씨는 “1년전에 상투라고 했지만 또 올라가고 있지 않느냐”면서 “설령 시세차익이 없어도 나중에 들어가서 살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114’ 김희선 전무는 “실제 가치보다 높게 가격이 형성된 재건축 아파트도 많지만 지속적으로 가격이 오르다보니 ‘묻지마’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가격이 계속 뜀박질하고 있다”며 “강남권뿐만 아니라 수도권과 부산 등 지방시장의 재건축 아파트에도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 재건축이 분양가 인상 주도 =재건축이 ‘분양가 인상’을 주도, 전반적인 아파트 가격도 올리고 있다. 최근 분양된 도곡 주공1단지의 경우, 26평형 일반분양가가 4억원이 넘는 등 평당 분양가가 1800만원까지 치솟았다. 주변 아파트도 당연히 여기에 맞춰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조합이 일반 분양분 가격을 이처럼 높게 책정하는 것은 조합원들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것. 재건축 아파트는 ‘조합원 물량+일반분양 물량’으로 구성돼 있어 일반 분양가를 높게 책정, 그 수익금으로 조합원의 재건축 시공비를 낮추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재건축 조합원 공사비 인하 재건축 일반 분양가 상승 주변 아파트 가격 상승 재건축 아파트 가격 상승’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황선옥 이사는 “재건축 조합원들이 자신의 부담을 일반 분양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이는 결국 주변 아파트 가격 인상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 재건축 기대심리 확산 막아야 =정부는 대책으로 재건축 아파트의 양도세 및 보유세 강화 등의 세제정책을 쓰고 있지만, 현실적인 효과는 미지수이다. 부동산컨설팅회사인 ‘RE멤버스’ 고종완 사장은 “세금이나 자금출처를 두려워하지 않는 일반인들이 대거 가세하고 있기 때문에 세무조사만으로 효과를 내기 어렵다”며 “택지가 바닥난 강남권에서 프리미엄 없이 새 아파트에 입주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재건축 투자”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투기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기대심리 차단’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재건축을 해봐야 득될 게 없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는 것.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수석연구원은 “재건축은 허용하되 개발이익은 철저히 환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재건축시 주차장과 공원 등 공공시설을 기부채납하고, 서민들을 위한 임대주택을 짓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재건축 허용연한을 현행 20년에서 30~40년으로 대폭 강화해 불붙은 투기심리를 일단 잡아놓고, 중장기적인 재건축 규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재건축으로 인한 가구수 증가를 일정규모 이하로 제한하거나 유지·보수를 소홀히 할 경우 페널티를 주는 방식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사유재산권 침해 때문에 정부가 재건축을 아예 금지시킬 수 없기 때문에 차라리 재건축을 전면 허용하라는 주장도 있다. 권문용 강남구청장은 “차라리 재건축 규제를 확 풀면 강남권의 신규 주택 공급물량이 늘어나 집값이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학봉기자 hbcha@chosun.com )

(유하룡기자 you11@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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