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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혁경 등록일시 20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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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제조물 배상책임 법 7월 시행… 기업들 비상 /조선일보

파산한 외국 교훈삼아 대응분주

기업들이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제조물 배상책임(PL·product liability)법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제품 개발을 끝낸 뒤에도 결함을 찾아내기 위해 출시 시기를 늦추는 제조업체가 나오는가 하면, 소송에 대비해 거액의 손해보험에 가입하는 업체도 잇따르고 있다. 또 제조물 배상책임 문제를 전담하는 별도 임원을 선임하는 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제조물 배상책임(PL)이란 물건을 만들거나 판매한 기업이 그 물건의 결함 때문에 신체상·재산상 손해를 입은 소비자에게 배상해야 하는 제도를 말한다. PL법이 시행되면 소비자가 제품을 잘못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만 증명하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 결함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대책을 마련해놓지 않으면 막대한 손해배상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심할 경우 기업의 존립마저 위협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크게 긴장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당초 지난달 발표할 예정이었던 고급 레저용차 소렌토의 출시일을 이달 19일로 한 달이나 늦췄다. 기아차는 출시를 미룬 기간 동안 소렌토 100여대를 시험 생산한 뒤 품질테스트 작업을 벌이면서 결함을 꼼꼼하게 점검하고 있다. 김봉경 기아차 이사는 “사소한 결함이라도 모두 보완하지 않으면 PL법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이 급증할 수 있기 때문에 제품 출시를 아예 미루기로 했다”고 말했다.

쌍용자동차도 PL법 시행에 대비해 최근 무쏘 차량 설명서의 ‘자동변속기 오일 무 교환’ 규정을 ‘3만㎞마다 점검·필요시 교환’으로 바꿨다. 쌍용차는 “지금까지는 자동변속기 오일을 교환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었지만, PL법 시행 이후 혹시라도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미리 제품설명서 내용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가전업체들도 PL법 때문에 비상이다. 삼성전자·LG전자는 내수용 제품 품질 기준을 PL법을 시행 중인 미국에 수출하는 제품 수준으로 모두 바꿀 계획이다. LG전자의 경우 TV와 냉장고의 외관 재질을 모두 불에 타지 않는 소재로 바꾸고, 내부에 들어가는 콘덴서·소형모터와 같은 부품도 고급품으로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LG전자 품질담당 홍도재 상무는 “작은 결함도 없애기 위해 모든 제품의 품질규격을 미국 수출용 수준으로 맞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PL법 시행으로 막대한 소송비용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 보험 가입을 추진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동양에레베이트는 이미 보험 가입을 결정한 상태이며 현대엘리베이터와 LG오티스도 ‘PL보험’ 가입을 검토하고 있다. 엘리베이터는 기술적인 결함 뿐만 아니라 정전 등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서도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 특히 고층 건물이 늘어나면서 엘리베이터 사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아예 제조물 책임 전담 임원(CPO)을 선임하는 문제를 검토 중이다. 제조물 배상책임 제도가 발달한 선진국에서는 제조물 배상 책임에 따른 손해 배상 비용 때문에 기업이 쓰러지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미국의 다우코닝은 지난 98년 유방확대 수술 재료인 실리콘에 부작용이 발생, PL법에 따른 손해배상금 32억달러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다우코닝은 결국 배상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을 신청했다. 이 때문에 PL전담팀을 운영하는 기업도 있다. 예를 들어 제너럴모터스(GM)는 자동차 설계 전문가와 변호사 등 60명으로 구성된 PL팀을 가동하고 있다.

소비자보호원 정용수 기계시험팀장은 “제조물 책임제도 시행에 대비한 근본적인 대책은 기업들이 끊임없는 품질향상 노력을 통해 결함을 줄이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 김종호기자 tellm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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