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
윤혁경 |
등록일시 |
2002-10-9
|
| 첨부파일
|
|
조회수 |
42 |
|
제 목
|
[경제시평] 그 많은 집 누가 차지했나 /국민일보 |
김재익(계명대 교수·도시계획학)
오래 전부터 주택을 많이 짓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이 있어왔다. 그러나 주거 상황을 개선할 마땅한 대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제 그 대안을 찾을 때가 되었고 또 그 대안의 핵심은 ‘분배의 개선’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이 주장은 그토록 많은 집을 지었으면서도 주택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상태이며 주거생활에 위협을 느끼는 가구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기초한다.
통계청의 ‘인구 및 주택 총조사’ 결과에 의하면 1990년에는 전국의 주택 총수는 735.7만호,주택 보급률은 72.4%였다. 그 이후 ‘주택 200만호 공급계획(1988∼1992)’을 비롯한 대량공급정책에 힘입어 주택 수가 크게 증가하였다. 2000년에는 전국의 총 주택 수는 1147.2만호,주택 보급률은 96.2%로 상승하였다. 주택 수,주택 보급률이 높아졌으므로 주거 상황이 호전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집들을 누가 차지했는가 하는 분배 측면에서 살펴보면 상황은 오히려 악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총 주택 중 집주인이 사는 비중,즉 소유자 거주율이 지난 30년간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기준으로 살펴 보자. 1970년의 소유자 거주율은 전국 90%,서울 87%였다.
즉 그때는 열 채의 집이 있다면 아홉 채꼴로 집주인이 차지한 셈이다. 한 지붕 세 가족이 사는 경우가 허다했지만 그 집에 집주인들도 함께 살았다. 그러나 소유자 거주율은 그 이후 크게 낮아져 2000년에 이르러 전국 56%,서울 53%로 떨어졌다. 이제 열 집 중 대여섯 집꼴로 집주인이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나머지는 집 가진 자가 또 차지하여 전·월세를 놓고 있는 셈이 된다. 최근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주택 공급이 절정을 이루었던 1990∼2000년 사이 주택 수는 411.5만호가 늘었지만 자기 집에 사는 가구는 고작 208.6만가구가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만큼 주택 분배는 가진 자에게 더욱 편중된 것이다.
선진국에서도 주택 보급율은 100%를 넘지만 자기집을 가진 가구의 비율은 50∼70%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나라들은 공식적 임대주택의 비중이 매우 높다. 모든 임대주택은 건축허가 단계에서 임대주택으로 허가받고 이를 변경할 수 없다. 그래서 임대아파트는 통째로 거래는 되어도 개별주거단위로 거래될 수 없다. 그리고 공공임대주택은 노인아파트 등과 같이 주로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공급된 것이므로 용도 변경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내집을 갖지 않더라도 임대주택 물량이 확보되어 있기 때문에 주거불안을 느끼지 않게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진정한 의미의 임대주택이 거의 없다. 대부분의 민간 임대주택은 임대용과 소유용의 구분이 없으며 그것도 임대자와 임차자 간의 임대차 계약에 의해 성립되는 사설 임대주택시장이다. 공공 임대주택도 분양을 전제로 일정 기간 임대해 주는 일시적 임대에 불과하다. 이렇게 보면 같은 50%대의 소유자 거주율이라도 우리나라의 주택분배 상황은 선진국들과 크게 다른 것이다.
이처럼 공식적 임대주택을 확보하지 않으면서 분배문제를 소홀히 한 주택의 대량 공급은 주택 소유의 편중 현상을 심화시켜왔다. 더욱 큰 문제는 이것이 주거불안계층의 확대라는 새로운 형태의 주거문제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전세가구로 특징지어지는 중산층의 주거불안이다.
주택가격이 많이 오른 가운데 장기적 저금리로 인한 전세보증금의 폭등은 전세입 가구들의 주거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주거불안 계층이라 함은 저소득 서민층을 떠올렸지만 이제는 1억원이 넘는 현금을 전세보증금으로 가지고 있으면서 천정부지로 오른 추가적인 전세보증금을 조달할 수 없는 무주택 중산층이 포함되게 되었다. 이들은 수백만호의 주택이 공급되었지만 주거생활은 더욱 불안해지는 그야말로 풍요 속의 빈곤을 느끼는 소외된 계층으로 전락한 것이다. 주택문제는 많이 짓기만 하면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는 단순한 정책발상이 이러한 분배문제를 심화시킨 것이다.
우리나라도 주택보급률 100% 시대에 들어선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래서 가구 수와 주택 수를 대비한 양적 지표는 이제 정책지표로서는 수명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이제부터는 공급된 주택이 누구에게 돌아가고 있으며,분배상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