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
윤혁경 |
등록일시 |
2002-10-29
|
| 첨부파일
|
|
조회수 |
22 |
|
제 목
|
그린벨트가 ‘개발벨트’ 인가 /한국일보 |
기어이 우려했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 그린벨트에 관한 몇 가지 뉴스에 접하면서, 우리의 자연환경이 질식사 단계에 접어든 것 같은 걱정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특히 어느 전직 시장의 그린벨트 부동산 투기 기사에서 느낀 것은 초병이 총을 거꾸로 들고 쳐들어온 것 같은 배반감이었다.
늘 대하는 부정과 같은 유형이라면 한번 낙담하고 넘어가련만, 환경과 국가경제에 끼칠 해독을 생각하면 전 안산시장 사건은 너무 질이 나쁘다. 그는 그린벨트 해제순위 1번의 토지를 59억원에 사서 240억원에 되팔았다. 그 계약금으로 받은 돈으로 또 다른 해제 예정지 토지를 사들였다. 비싼 땅에 지은 아파트는 비싸질 수 밖에 없다. 주택건설업자는 당연히 높은 분양가와 고층화를 요구할 것이고, 제 발이 저린 행정당국은 청을 들어주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린벨트나 녹지가 어느 날 숨막히는 아파트 숲으로 변하는 배경에 이런 비리가 있다는 것을 확인해 주는 사례다.
서울 강북 재개발 뉴스도 큰 충격이었다. 생활여건이 나쁜 강북지역 재개발 계획을 탓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왜 하필이면 시범지역이 북한산 자락이어야 하는가. 산수화보다 아름다운 북한산 자락 144만 여 평을 아파트 숲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정말 민선시장의 아이디어인지 믿어지지 않는다.
당초계획은 30여만 평만 해제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뉴 타운’이라는 이름의 개발계획이 구상되면서 대상지역이 5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서울시는 20% 이상을 녹지로 보전하고 경관보호를 위해 구릉지에는 빌라, 저지대에는 5~7층 규모 저층 아파트를 배치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집들이 숲 속에 숨은 듯 한 동네에 아파트가 빽빽이 들어서는 것이 경관보호일까.
그린벨트 해제를 선거공약으로 내건 이 정권이 집권직후 그린벨트 해제를 서두를 때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불합리한 지구지정으로 30여년동안 겪어온 주민들의 고통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증ㆍ개축은 언감생심, 지붕이 새도 마음대로 수리도 할 수 없는 제약은 너무 큰 고통이다. 그런 아픔을 해소해주자는 것이니 환경 지상주의자라 한들 무슨 명분으로 반대할 것인가.
물론 해제대상을 최소화 하고, 해제한 땅은 반드시 녹지로 묶어 개발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이 뒤따랐다. 그러나 곧 말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택지가 없으니 임대주택은 허용해야 한다느니, 학교나 공설운동장 같은 공공시설은 괜찮지 않으냐는 목소리가 정부 안에서 먼저 나왔다. 여기에 개발업자 들이 끼여들어 사업성과 공공성을 주장하더니, 기어이 둑이 무너진 꼴이 되었다. 서민용 임대주택 건설을 명분으로 정부가 앞장서 해제 예정지 11곳 276만여 평을 택지개발 예정지구로 지정한 것이다.
택지지구에 절대보전 대상지인 환경평가 2등급지가 30% 이상 포함된 곳도 있고, 임대주택보다 분양용 주택용지가 더 많은 것도 문제다. 그러더니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사항으로 돼 있는 그린벨트 해제권한을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호랑이에게 날고기를 통째로 던져준 꼴이다. 그 결과가 시장의 그린벨트 투기 사건, 서울시의 그린벨트 뉴 타운 계획이다.
그린벨트 지역 난개발 우려는 환경론자들의 이상론이 아니라, 일반시민과 해당지역 주민의 공동관심사가 되었다. 서울과 수도권 도시 해제대상지 주민의 해제반대 청원운동 끝에, 군포ㆍ 의왕ㆍ 하남 주민들이 택지개발 예정지구 지정 취소청구소송을 낸 사실이 민심동향의 상징이다. “돈도 싫다. 지금처럼 농사 지으며 이웃끼리 오손도손 모여 사는 것이 좋다”는 것이 그들의 소송이유다. 금전상의 이득이나 문명의 혜택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환경이 최고의 가치다. 그린벨트는 좋은 자연환경 속에서 살고싶은 사람들을 위한 생명벨트가 되어야 한다.
문창재 논설위원실장 cjmoon@hk.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