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윤혁경 등록일시 200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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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Metro] 빼곡한 아파트촌 지나 ‘연꽃 나라’/조선일보

▲ 아파트 가득한 분당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가끔씩 꿩도 날아오는 여술마을로 올 수 있다. 연(蓮) 5만 뿌리가 자라는 이곳에서 오늘부터 사흘 동안‘연꽃축제’가 열린다.  
  
“아파트촌에서 조금만 걸어나와도 이렇게 은은한 연꽃을 보게 되는군요.”
서울 강남에서 성남시 분당으로 얼마 전 이사왔다는 이영자(李英子·59)씨는 요즘 논바닥에서 자라고 있는 연꽃의 화사함에 흠뻑 빠졌다. 동네 주변의 비닐하우스에는 연(蓮)이 담긴 분(盆)이 가득 들어차 눈길을 돌리기 어렵다. 또 무논에 핀 연 사이로 뒷다리가 나오기 시작한 올챙이들이 헤엄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5000여평에 450종, 수만 뿌리의 연꽃이 활짝 고개를 든 성남시 중원구 여수동 여술마을에서는 4일부터 사흘 동안 ‘연꽃축제’가 열린다. 2년 전부터 주민들이 옮겨 심어온 연꽃이 제 철을 만나 자태를 뽐내고 있기 때문이다.

성남의 구시가지와 분당신도시가 잇닿은 여술마을은 신도시 주변의 난개발을 막기 위해 그린벨트로 남겨둔 곳이다. 주민들은 그동안 비닐 하우스를 이용해 토마토, 오이 등 야채를 가꾸는 일이 주업이었다. 그러나 ‘연꽃박사’인 구성호(具聖豪·70) 전 신구대학 원예과 교수를 만나고 난 후부터 일상이 바뀌었다. 마을사람 19명이 모여 ‘연꽃나라’라는 영농법인을 만들고 연 1만 뿌리를 동남아·인도 등에서 가져다 심기 시작했다.  
▲ 수련. 꽃대가 수면을 박차고 올라온 화려한 모습이 돋보인다.  
  

구씨는 “15년 전 중국에서 그릇에 연을 키우고 있는 것을 처음 봤다”며 “미국·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의 연을 모아 연을 재배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이 곳 사람들과 의기투합하게 됐다”고 했다. 영농법인에서 연 키우는 일을 담당하는 홍언표(洪彦杓·47)씨는 “지난해에는 외국에서 가져온 연들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해 65% 정도밖에 꽃을 피우지 못했다”며 “지금 당장은 도시인들에게 볼거리·먹을거리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고 있지만, 앞으로는 주민들의 좋은 소득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곳에서는 활용하는 방법에 따라 뿌리를 먹는 우리나라의 토종 연인 채련(菜蓮), 꽃을 주로 볼 수 있는 화련(花蓮), 열매를 이용하는 자련(子蓮)으로 나뉘는 연을 모두 볼 수 있다. 그러나 꽃이 화려하기로는 ‘팔등신’처럼 꽃대가 수면을 박차고 올라오는 열대 원산의 수련(睡蓮)이 단연 돋보인다. 꽃이 피기 시작하면 첫 날은 수줍게, 둘째·셋째 날은 함박, 마지막 날에는 ‘똑’ 떨어져 버리고 말아 인생사와 비슷하다는 것이 구성호씨의 설명이다.

연의 매력은 집에서도 쉽게 키울 수 있다는 것. 밑이 막힌 분(盆)에 연을 뿌리내려 5~30cm 정도의 물에 잠기게 해 두고 햇빛을 듬뿍 쬐면 된다. 하루 10시간 이상 햇빛에 두기 어렵다면 수련을 선택한다. 1년에 나흘씩 두세 송이가 올라오는 꽃을 기다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수련은 물을 맑게 해 주기 때문에 수돗물에 담가 두어도 되고, 그저 진흙탕물을 떠다 주어도 상관없다. 이 곳에서는 연을 담은 큰 분과 작은 분을 2만~3만5000원에 판다.
아침 8시30분쯤에 꽃이 피어 오후 3시가 되면 그만 꽃이 아물어 버리기 때문에 꽃을 보려면 아침 일찍 서두르는 것이 좋다. 마을 주변에는 소나무분재가 가득한 아세아분재원과 메밀·토란·목화·붓꽃·원추리 등이 심어진 우리꽃 학습장도 있다. 행사 기간 중에는 마을에서 은은한 향이 풍겨나는 연밥·연잎차 등을 먹을 수 있다. 그 중에서 연의 줄기와 잎을 연결하는 부분인 하비(荷鼻)를 찹쌀과 갈아 쑨 죽은 보양식으로 손색이 없다는 설명. 배가 가득하면 소리를 질러보자. 행사 첫 날인 4일 저녁에는 마을 뒷산에 모여 ‘분당이 떠내려가도록’ 소리지르기 대회도 할 예정이다. (031)721-3525

(글·사진=김정훈기자 hoon@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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