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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혁경 등록일시 2004-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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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건축도 외국거장 '명품바람'/한겨레신문

국산 영화가 시장 점유율 70-80%를 넘나들며 기세를 올리는 요즘 건축동네는 거꾸로 외국 스타건축가 모셔오기 열풍이 거세게 휘몰아치는 중이다.

미술관, 대학 캠퍼스 시설 등의 기념비적 건축물을 필두로 뷰티숍, 백화점 등 주요 매장 리노베이션, 강연회까지 스타건축가들을 연예인처럼 불러들여 홍보 흥행을 시키고, 주문자의 이름값을 높이는 분위기라고 건축계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서울 압구정·청담동 거리의 주요 명품 숍들은 요즘 해외 유명 건축가들이 설계한 재개축(리노베이션) 이 한창이다.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 패션관은 네덜란드의 유명 건축가 벤 반 버클이 설계한 매장 리노베이션 계획을 올 하반기까지 추진하고 있고, 프랑스 국회의사당 오디토리엄, 샹젤리제 가로등 디자인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쟝 미셸 빌모트는 서울 가나아트센터와 인천국제공항 내부 설계에 이어 5월 청담동에 문을 여는 (주)태평양의 3층짜리 뷰티숍 ‘디 아모레 갤러리’를 디자인했다.

질감이 다른 두개의 입방체를 겹쳐 만든 독특한 공간구성으로 화제를 낳고 있는 중이다.

이외에도 다국적 설계사무소 OMA가 설계한 청담동 꽃전시장을 비롯해 이 지역 음식점, 명품숍 등은 서구와 일본 건축가, 디자이너들의 단골 작업터가 된 지 오래다.

또 파주 출판도시와 헤이리 예술인촌 설계작업에는 플로리안 베이겔과 엘라스티코 등의 쟁쟁한 외국건축가들이 관여했다.

세계적 거장들을 불러들여 벌이는 대규모 국제 설계 공모전도 쇼처럼 이벤트화하고 있다.

지난 2월 이화여대가 도미니크 페로, FAO, 자하하디드 등 최근 뜨는 국제적 건축가 3인을 지정공모형식으로 불러와 건축포럼을 진행한 뒤 깜짝쇼 식으로 페로를 설계당선자로 발표한 이화캠퍼스센터(ECC)건립 계획이 그런 사례다.

지난해 10월 경기문화재단이 국제건축가연맹(UIA)과 함께 추진한 경기도 용인 백남준 미술관 국제 공모전에는 55개국 439팀의 출품작들이 나와 4차 심사끝에 독일의 30대 신예 건축가 키르스텐 셰멜이 당선되기도 했다.

또 스위스거장 마리오보타는 육중한 강남 교보센터 빌딩으로,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 거장 렘쿨하우스는 1340여 평짜리 서울대 현대미술관 설계 프로젝트로 화제를 뿌렸다.

특히 도시계획에 관심이 유별난 램 쿨하스는 서울 청계천 재개발에도 지대한 관심을 내비친다는 후문이다. 베르나르 추미(지난해 10월), 후미히코 마키(1월) 등 거장들을 초청한 강연회와 포럼행사도 줄을 잇고 있다.

연예이벤트를 연상시키는 외국 건축가 바람은 건축시장 전면개방 등 세계화 흐름과 연관이 있음은 물론이다. 램 쿨하스나 렌조 피아노 처럼 서구 문화계의 이슈를 만드는 대가를 업고 시설물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보려는 욕망이 존재한다.

건축지 <포아>의 정귀연 편집장은 “청계천 재개발에서 보이듯 지자체마다 도시재개발 붐이 과열되는 것도 외국 건축가들을 유혹하는 요인이 되는 것 같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미국 등 서구 대학에서는 한국의 재개발 계획이 건축전공자 토론과제로 제기될 정도라고 한다.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않다. 명품건축을 내세운 이대 캠퍼스 개발계획의 경우 외국인 건축가 지명공모 형식으로 한국건축가의 참여가 배제됐고, 캠퍼스 전면을 삽으로 푹 떠낸듯한 도미니크 페로의 인공계곡형 설계안도 캠퍼스의 전통적 축을 뒤흔들면서 대학공간의 역사성을 묻어버렸다는 지적이 적지않다.

백남준 미술관은 설계비와 설계면적 축소 등을 놓고 재단과 설계자 사이에 이견이 큰데다 계곡의 굴곡을 살린 셰멜의 기획안 개념이 다른 공모전에서도 나왔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있다.

건축가 김영준씨는 “건축명품을 선호하는 것도 이해는 가지만 국내 건축담론의 발전이나 사회적 맥락에 걸맞게 옥석을 가리는 혜안은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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