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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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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혁경 |
등록일시 |
2001-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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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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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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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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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지키기/지영선/한겨레신문 |
[한겨레신문] --------------------- 인사동 지키기/ 지영선 ---------------------
인사동이 또 한번의 `고비'를 맞고 있다. 서울시가 인사동을 국내 최초의 `문화지구'로 지정키로 했기 때문이다. 화랑·골동상·필방·고서점 등 문화업종에 세제혜택을 주고, 옛 골목의 분위기가 사라지지 않도록 대형건물 신축을 차단하며, 오래 된 건물을 보수 유지할 수 있도록 수리·운영비도 저리 융자해 준다. 오는 1월까지 지정작업을 마쳐, 내년 상반기 중 실제 혜택이 돌아 가도록 할 계획이란다. 반가운 일이다. 인사동의 문화지구 지정은 빛을 잃어가는 인사동의 전통문화를 되살리는 방법으로 문화계가 벌써부터 요구해 왔던 일이다. 그런데도 `고비'라고 하는 것은, `인사동 지키기'가 생각보다 녹록치 않은 문제인데다, 좋은 뜻으로 마련한 대책이 기대와 달리 엉뚱한 결과를 초래한 일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해 역사탐방로 조성이라는 이름으로 30여억원을 들인 인사동길 정비가 바로 경우다. 6개월 간의 긴 공사가 끝난 뒤, 인사동 길은 번듯해졌다. 그런데 아무래도 좀 낯설다. 옛 길 그대로 복원하지 않았대서가 아니다. 하지만 조촐하고 다소곳한 조선시대 골목길의 분위기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길이 주인공이고 인사동의 다른 요소는 배경처럼 묻혀버렸다”는 주민들의 불평이 정곡을 찔렀다.
인사동은 흔치 않은 문화관광의 성공사례다. 전통이 관광의 대상이 된 곳은 많지만, 전통이 현대에 까지 이어져 살아 있는 문화가 관광의 요소가 된 곳은 흔치 않다. 그런데 성공이 문제였다. 수많은 사람이 찾아드는 인사동의 땅값과 집세가 오르고, 영세한 문화업종이 배겨나기 힘들게 된 것이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 느느니 음식점과 술집이다. `차 없는' 주말이면 국적불명의 기념품 노점상이 성시를 이룬다. 이리 되니 인사동을 지켜온 문화 애호가들은 오히려 발길을 돌리고 있다. 문화산업과 애호가가 떠난다면, 인사동은 서울에 하고많은 먹자골목과 무엇이 다를까. 전통과 문화가 인파를 불렀으되, 그 인파가 전통과 문화를 내쫓고 있는 것이다. 인사동의 딜레마다. 문화지구 지정은 인사동의 딜레마를 풀 수 있을까. 전통문화 유지와 관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누구보다 그 성공을 비는 사람으로서, 몇가지 생각을 보태고 싶다. 첫째, 인사동에서만은 관광객용 전통·문화행사를 급조하지 말자.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장식용이 아닌, 인사동 고유의 문화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차 없는 거리' 시행과 함께 등장한 노점상·거리굿 등 이른바 `볼거리'들이 인사동의 분위기를 바꾸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둘째, 인사동 딜레마는 결국 전통·문화와 자본의 논리의 충돌이다. 화랑·필방·골동상 등에 대한 세제혜택이 작은 도움이야 되겠지만, 이들 스스로 자생력을 갖지 않으면 살아 남기 힘들다. 이들 산업 종사자나 정부나 전통문화 육성 차원의 보다 근본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셋째, 대형건물 신축을 차단하고 건물수리비·운영비를 보조한다지만, 이 지역의 건물들을 정비할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노후한 건물을 헐고 새로 지을 때, 규모만 억제할 것이 아니라, 편리하면서도 전통적인 분위기가 살아날 디자인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인사동을 사랑하는 건축가들이 힘을 모아 인사동 지키기에 기여할 수도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돈 들이지 않고, 그러면서도 효과가 확실한 제안이 있다. 인사동을 한 주일 내내 명실상부한 `차 없는 거리'로 만들라는 것이다. 인사동의 인파 속을 자동차가 헤집고 달리는 풍경은 문화와는 상반된 야만과 무례 그 자체다. 인사동 관통로가 소화하는 교통량이라야 별 것 아니다. 문제는 고객이 끊길까 우려하는 음식점 주인들의 반대라고 한다. 도데체 인사동길 몇십 미터도 걷지 못할 고객이란 누구일까. 화랑의 전시작품 운반 음식점의 장보기 등은 밤 12시부터 아침 10시까지 차량통행을 허용해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차 없는 거리가 된다고 해서 길거리에서 요란한 행사를 벌일 필요는 없다. 조용한 인사동 거리, 그것이 오히려 문화적이다.
지영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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