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일 오전 긴급 관계부처 회의를 열어 서울 강남 지역 아파트값 폭등 대책을 마련한 것은 강남지역의 집값 폭등행진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강남권에서 시작된 집값 오름세가 강서·강북 등 서울 전지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이를 방치할 경우 1980년대 후반같은 큰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했다.
그러나 이번 대책회의에서 강남 집값 폭등의 도화선이 된 유명학원군에 대한 대책이 빠져 있고 강남 고밀도지구 재건축 문제에 대한 언급도 없어 그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이번에 올해부터 본격 해제되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가운데 출퇴근이 서울 반경 20㎞ 이내(분당·일산 23㎞) 260만평에 국민임대주택 4300가구 등 모두 10만가구의 주택을 건설키로 한 것은 택지난을 겪고 있는 수도권지역의 집값 안정에 장기적으로 도움을 줄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주거여건이 좋은 지역에 임대주택을 지어 공급키로 한 것은 공급확대측면에서 서민들의 주거안정에 기여할 전망이다. 그러나 수도권 그린벨트해제지역에 대규모 주택단지를 건설하는 것은 가뜩이나 심각한 수도권집중현상과 교통난 악화, 환경파괴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비판론도 만만찮다.
◈세무조사만으로는 강남 집값 잡는 데는 한계〓지난해말부터 올해초까지 강남의 아파트값이 급등한 것은 지난해 11월 수능시험이 어렵게 출제되자 유명학원군이 몰려 있는 대치동 등 강남지역으로 이사하려는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을 감안할 때 세무조사 등으로 강남 집값을 안정시키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작년 강남 집값이 오르게 된 배경에는 재건축 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이같은 사정을 무시한채 분양권매매에만 세무조사를 한다면 오히려 재건축쪽으로 매수세가 더 몰릴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올해 강남지역에 재건축물량이 나올 경우 업체간 과열 수주경쟁이 붙을 것은 뻔한 이치다.
과열수주경쟁이 이루어지다 보면 업체들의 주민들 이주비 부담도 올라갈 것이고 이는 결국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진다. 전체적으로 집값이 올라가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위해 강남 아파트에 대한 기준시가를 상향조정할 경우 자칫 집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파트 거래의 기준이 되는 기준시가가 오르면 주변 집값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학군대책 시급하다〓강남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강남권에 밀집된 명문고 학군이전과 유명 학원 분산 등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대표는 “강남권 아파트가격의 이상 폭등은 이번 수능 시험이후 명문고와 유명학원이 밀집해 있는 강남권에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며 “정부가 주민들의 주거 선호도를 바꾸어 놓을 만한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창석 닥처아파트 이사도 “이번 대책이 잠시나마 강남권 아파트가격폭등현상을 잠재울 수 있을 지는 모르지만 강남권에 밀집된 명문고 학군이전과 유명학원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강남권의 아파트값 폭등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다른 지역보다 강남 지역에 학원들이 많이 몰려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법적으로 이를 규제할 만한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경제부처의 합동회의 결과를 지켜본 뒤 공조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수도권 과밀화·환경파괴〓수도권 반경 20㎞내의 그린벨트에 10만가구의 주택을 짓는다는 것은 환경파괴를 불러일으킬 것이 뻔하다는 게 환경단체들의 주장이다. 도시의 허파격인 그린벨트에 주택을 짓는다면 교통체증이 심해지고 도시과밀화로 인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재덕 건설교통부 주택도시국장은 “지난 99년부터 이미 환경단체들과 협의한 기준대로 해제되는 그린벨트내에 주택을 건설할 계획”이라며 “철저하게 친환경적인 개발과 관리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안진우·조철현기자 ahnwoo@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