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윤혁경 등록일시 2002-11-11
첨부파일 조회수 36
제 목
[Metro] 난개발, 그 이후/ (1) 교통/존선일보

9일 오전 8시 경기도 용인시 풍덕천 사거리. 교통신호가 파랗게 바뀌었지만 서울로 가는 수백m의 차량행렬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기영(李基英·37·수지 풍덕천2동)씨는 “3㎞ 거리인 분당~수서 간 고속화도로까지 진입하는 데 30~40분씩 걸린다”고 말했다.

차량 1대당 평균 4분13초씩 지체한다는 풍덕천 사거리를 주민들은 ‘마(魔)의 사거리’라 부른다. 풍덕천 사거리만 이럴까. 용인 수지~서울행 통로인 23번 국지도는 머네(일양약품~금곡IC) 부근에서 시도때도 없이 2~3㎞씩 정체가 빚어지며 주말이면 6~7㎞에 달한다.

서울로 ?퇴근하는 이수정(李秀貞·여·29·상현동)씨는 “아침 6시30분에 집을 나서면 서울 강남이나 잠실까지 꼬박 2시간이 걸린다”며 “강북에 직장이 있으면 이보다 1시간 더 빨리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연구원의 차량 통행속도 조사에 따르면, 43번 국도 죽전 사거리~풍덕천 사거리는 러시아워 때 8.53㎞/h, 수지읍사무소~풍덕천 사거리는 8.34㎞/h다. 성인 남자가 걷는 것보다 나을게 없다. 이들 구간에서의 차량속도는 평소에도 각각 14.02㎞/h, 17.50㎞/h정도다.

42번 국도 신갈 우체국~신갈 오거리의 경우 러시아워 때 차량 통행속도가 8.33㎞/h, 평상시 12.97㎞/h였다. 하루내내 정체가 끊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23번 국지도의 모텔 앞 삼거리~풍덕천 네거리(10.13~11.21㎞/h)도 도로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24시간 ‘동맥경화증’을 일으키는 용인의 교통난이 자동차 때문이라는 지적은 현실을 전혀 무시한 것이다. 수지~서울을 잇는 버스노선은 6개. 그나마 5개 노선은 강남까지만 운행하고, 강북행 노선은 1개뿐이다. 이상덕(李相悳·39·성복동)씨는 “배차 간격이 30~40분”이라며 “짐짝처럼 실려 2시간 동안 시달리면 출근 후 파김치가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택시는 어떤가. 용인시에 따르면 수지에 등록된 택시는 모두 163대. 1000명당 1대꼴도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택시를 잡지 못한 시민들이 종종 불법 렌터카(속칭 나라시)를 이용하다 바가지 요금 시비를 빚기도 한다.

서울로 통하는 분당~수서, 분당~내곡 간 고속화도로는 출퇴근 시간 때 2000~2500대가 몰려 도로 용량(1500~1700대)을 초과한 상태. 이 때문에 무려 10㎞ 이상 우회해 43번 국도를 타고 수원 방면으로 빠져 영동고속도로 동수원IC 신갈분기점을 거쳐 경부고속도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1998년 중순 용인 난개발 시비가 벌어졌을 때, 정부는 ‘환경 파괴’에만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수지 등 용인 서북부 지역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있다. 그런데도 교통대책은 뒷북만 치고 있다.

이 지역 택지개발지구 16곳 중 현재 4곳이 완공돼 모두 1만4379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섰다. 오는 2007년 말 죽전·보라·구성 등 대규모 지구를 중심으로 8만3254가구가 추가로 건설될 예정이어서 최악의 교통난은 불 보듯 뻔하다.

수지의 현재 인구는 18만700여명으로, 1998년의 7만9000여명보다 2배 이상이다. 2006년에는 40만명을 넘어서 분당(40만5000여명)과 맞먹는 도시 규모가 된다. 그러나 지난 2000년 4월 정부가 용인 등 수도권 남부 난개발을 수습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교통대책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2조4131억원을 들여 9개 도로(총 연장 93.1㎞) 건설 계획을 발표했으나, 하갈~상하(5.1㎞) 구간만 완공되고, 나머지 8개 도로는 공사 중(중리~죽전·14.7㎞, 신갈~수지·7.0㎞ 등 2곳)이거나 착공조차 못했다(6곳). 이들 도로는 대부분 2004~2008년에 완공할 계획이기 때문에 그동안 뾰족한 교통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특히 서울까지 이어지는 동백~분당 간 고속화도로의 경우, 시내 교통체증을 우려한 분당시의 반발로 사업 추진이 불투명한 상태다. 분당 오리~수원을 연결하는 전철망도 2008년 완공 목표지만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주민들은 교통대책으로 ▲서울 신사역~분당 정자간 신(新)분당선을 수지까지 연장 ▲경부고속도로에 수지IC 신설 ▲영덕~양재간 고속화도로 조기 착공 등을 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최근 ‘수지 주민들의 소망은 지하철 타고 서울 가는 것’이라는 플래카드까지 내걸렸다.

국토연구원 정석희(鄭錫熙)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의 난개발 대책은 2008년에야 전 도로·전철 노선이 완공돼 도로 확충이 아파트 건설 속도를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버스전용 차로제 도입, 버스 노선 확충, 교통운영 체계개선 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崔洪烈기자 hrchoi@chosun.com )

(兪碩在기자 karma@chosun.com )





다음글 : 내년 민간건설경기 크게 위축/한국일보 (윤혁경)
이전글 : "교통대책 세워야 아파트 승인"/한국일보 (윤혁경)

 
Copyright ⓒ 2000 by Youn hyuk kyung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