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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혁경 등록일시 2003-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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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사설] 집값 잡으려면 發想을 바꿔라/조선일보

이달 들어서만 두 번째 주택가격안정대책이 나왔다.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아파트는 80%를 시공한 뒤 분양토록 하고, 주상복합 및 조합아파트의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는 등 강도 높은 조치들이 포함돼 있다. 부동산을 과다 보유하고 있는 5만~10만명에 대해 개인별 종합과세를 통해 세금을 무겁게 매기고, 국세청이 3000명의 조사요원을 투입해 부동산 투기현장을 뒤지기로 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집값을 잡아야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곳곳에서 읽을 수 있지만 과연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둘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부동산 시장을 달구고 있는 400조원 가까운 부동(浮動)자금이 흘러갈 수 있는 물꼬를 터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풍선을 손가락으로 누르면 들어가지만 대신 다른 곳이 부풀게 마련이다. 주상복합을 옥죄면 오피스텔·상가가 튀게 되고, 투기과열지구 내 규제를 강화하면 그 옆에 있는 비(非)투기과열지구에 불이 붙는다는 것이 그동안의 경험법칙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매번 소리만 요란하고 실적이 없는 것은 정부가 한 줌도 안 되는 투기세력만 잡으면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착각에 사로잡혀 있는 탓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투기세력이 따로 없다. 우리 주변의 보통 회사원과 주부들이 남보다 뒤질새라 모델하우스로, 분양사무소로 신발이 닳도록 뛰어다니면서 투기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예금금리가 물가상승률만도 못한 마당에 앉아서 손해볼 수 없고, 달리 투자할 수 있는 대안도 없으니 ‘부동산 불패(不敗)’ 신화에 매달리고 있을 뿐인 것이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지금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지, 노후생활은 또 어떻게 설계할지 불안스럽기 때문이다.

국민들에게 부동산이 아닌 다른 활로를 열어주지 못한다면 그 어떤 대책을 내놓더라도 ‘반짝 효과’에 그칠 수밖에 없다. ‘두더지 잡기’가 아닌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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