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방식과 도시건축문화 / 임창복(성균관대학교 교수/ 건축학)*  
작성자 : 윤혁경 | 등록일 : 2001-12-12 | 조회수 : 852


최근 우리사회에서는 도시 생활에서 필요한 기초질서를 바로 잡자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통행과 주차질서를 지키는 일이나 전동차의 경우 내린 후에 승차하는 에티켓 등 서로가 지켜야만 되는 예절이 적지 않다. 그러나 그 에티켓이 과연 적절한 것인가에 의문이 가는 예도 없지 않다. 그 중에 하나가 현재 강요되고 있는 좌측보행이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좌측보행을 생활화해야된다고 초등학교 시절부터 엄청나게 들어온 공중도덕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왜 좌측보행을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고 그저 좌측보행을 해야하는 것으로 강요한다.

언제부터 우리는 좌측보행을 하게된 것일까?
아니 그 좌측보행이 현재와 같은 도시구조와 통행방식, 국제화의 측면 그리고 우리의 역사를 고려해볼 때 과연 타당한가에 대해 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그 적절성에 예외가 생기고 있다. 좌측보행을 하다가도 건널목에서 우측보행을 하라고 화살표가 되어 있다. 차량통행구조 때문에 우측보행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최근 점차 대중화되는 에스컬레이터에서는 우측에 서 있고 통행은 좌측으로 하도록 각종 시설물에서는 안내되고 있다.
이것은 과연 좌측보행과 일치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좌측보행을 하는 일본에서는 에스컬레이터 이용시 좌측에 멈추어서고, 우측으로 통과한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의 보행방식은 일본과 같은 좌측보행을 하되 각종 경우에 따라 우측보행원칙을 고수하는 불란서와 같은 대륙식의 방식을 접목시킨 형태이다.

너무나 혼란스럽다. 바로 우리나라의 도시는 시각적으로만 혼란스러운게 아니라 그 공간 속에서 움직이는 인간의 기본 이동원칙이 없어 더욱 혼잡하다. 그만큼 서로간의 불쾌감이 높아지고 안전하지도 않으며 갖가지 사회 비용만 높아질 뿐이다.
건물 내에서도 안내소의 위치 설정이나 전시실에서 관람객의 동선처리 등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계획에서 보행의 방향이 어느쪽인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보행방식이 갖는 기초 질서적 측면의 중요성에 대해 아직도 주목하고 있지 못하다. 우리나라에서 좌측 보행을 강요한 것은 일제시대 일본인들이 일본에서의 수칙을 강요한데서 출범한 것으로 생각된다.
일제시대 이 땅에서는 차량이나 철도가 좌측 통행을 했고, 좌측보행이 안전했기에 좌측보행 질서를 교육시켰던 것이다.
그러나 미군이 이 땅에 들어오면서 하루아침에 차량은 우측으로 다니게되고, 철도는 그대로 좌측으로 다니는 상황이 되었으며 우리는 별다른 검토 없이 보행 방식은 그대로 좌측을 강요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보행방식에 얽힌 역사를 볼 때 일본인들은 좁은 골목에서 사무라이들이 자신을 보호하며 상대방을 공격하려면 골목의 좌측에 붙어 다녀야했다는 데에서 유래한다고 하며, 영국에서도 좌측통행이 유래된 것도 말 마차를 채찍질하려면 좌측통행방식이 유리하다고 하는 설도 있다.
모두가 자신들의 문화와 전통 속에서 그러한 수칙이 태동되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도 과거의 3칸으로 되어있는 각종 정문을 드나들 때에는 우측 문으로 들어간 후 다시 우측으로 나오는 것이 원칙이었다.
마당에서도 전면에 건물이 있을 때 동쪽의 계단(東階) 즉 우측의 계단을 이용해 올라간 후 서쪽의 계단(西階)을 이용해 내려오는 게 원칙이었던 것을 보면 적어도 궁궐이나 사찰 또는 각종 시설에서 우측통행의 원칙이 보다 폭넓게 활용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보행방식이 사소한 것 같지만 이와 같이 한나라의 역사적, 문화적 그리고 도시 건축의 구조적 측면에서 많은 중요성을 내포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우리의 현 도시 차량통행방식과 국제적 관행 그리고 우리의 문화적 전통을 고려해서라도 보행방식은 우측 보행으로 전환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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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복(성균관대학교 교수/ 건축학)
임창복 교수님은 우선 외형상 매우 온화하신 분이다. 그러나 말씀은 매우 날카롭다.  상황을 분석하고 지적하시는 모습은 매서울 때도 있다.
또한 깔끔 하셔서 접근하기가 어려울 것 같지만 소탈하심이 선입관을 바꾸게 하신다.
서울시 건축위원 등 다방면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시는 분이시다.
그럼에도 원고를 주십사고 떼를 써서 이처럼 귀한 글을 주심에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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