飛行看山 旅行記  
작성자 : 윤혁경 | 등록일 : 2003-12-6 | 조회수 : 340


여행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떠나야 한다. 여유가 있어야 한다. 특히 외국을 갈 때에는 더욱 그렇다. 찬찬히 음미하면서 들여다볼 수 있어야 뭔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곳을 그냥 껍질만 바라보고 알 수 있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언제 다시 외국에 나갈지 모르기 때문에 그런 욕심을 내는지도 모른다. 이번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15명의 학생(서기관으로 승진한 40대와 50대의 시청 과장급)과 2명의 인솔자, 그리고 관광가이드를 합쳐 18명이 10박11일 동안 9번의 비행기를 갈아타면서 4개국 7개 도시(프랑스 파리,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똘레도와 마드리드, 터키 이스탄불, 이집트 카이로와 룩소)를 다녀왔다. 走馬看山도 뭐한데 飛行看山, 초고속으로 다녀왔다. 마치 저속으로 촬영한 화면을 고속으로 구경하는 것 같다.

그래도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어느 분이 차고 간 만보기에 의하면 하루에 1만5천보에서 2만보 정도를 걸었다. 저녁이면 어김없이 파김치가 될 정도로 강행군을 했다. 하나라도 더 보아야 한다는 욕심에 다들 무리한 일정들을 잘 참아 냈다. 50이 넘은 나이를 감안한다면 다시는 그런 욕심은 부리지 말아야 한다. 여행을 마치고 일주일동안 내내 잠만 잤다. 온몸이 쑤시고 저려서 혼이 났다.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지만 새로운 것을 깨닫게 한다. 이국적인 모습도 모습이지만, 그 과정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하게 한다. 1997년 하이델베르그 성에서 맞은 편 강변의 뾰족 지붕이 있는 아름다운 시가지를 바라보면서 ‘가회동의 북촌 가꾸기 사업’을 추진할 용기와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처럼 여행은 돈과 시간을 투자한 것만큼 도움을 준다고 확신한다. 예산낭비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없지 않겠지만 나가서 한 가지만 얻는 게 있다면, 또 그것이 아이디어로 서울시정에 도움을 줄 수만 있다면 해볼만한 투자사업임을 확신한다. 설령 서울시정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자신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라 해도 밑지는 투자는 아니라고 본다.

우연인지도 모르지만 여행한 나라와 도시의 국민소득이 많은 곳에서부터 적은 순이었다. 프랑스의 국민소득은 2만불이 넘는다. 스페인은 불, 터키는 3천불, 이집트는 1천불이란다. 각 나라의 도시관리수준이나 문화재 관리수준을 보면 국민소득 수준의 순서와 같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역사의 순서도 200~400년의 파리에서 5천~6천년의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갔다는 점도 우연의 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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