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법 이야기  
작성자 : 윤혁경 | 등록일 : 2002-2-8 | 조회수 : 420


오늘날 우리는 법의 홍수 속에 살아가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1년말 현재 1,002건의 법률이 있다. 여기에 시행령·시행규칙까지 포함하면 3,569건으로 도무지 어떤 법들이 우리를 구속하고 있는지 알지도 못하고 알 수도 없다. 뿐만아니라 법이란 놈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시도때도 없이 변경되기 때문에 언제 어떤 내용이 개정되었는지 확인하기도 용이하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몰랐으니 책임이 없는 것이 아니다. 법망에 걸리지 않도록 운(運)에 맺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건축법 하나만 보더라도 법조문이 너무 많아 다 꿰고 있기가 쉽지 않다. 법만 83개조문이 있고, 영 122조·6개 규칙 127개조·조례 48조를 합하면 무려 380개조가 넘는다. 여기에 각종 기준이나 예규를 포함하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지경이다. 건축과 직접 관련된 법률만 하더라도 도시계획법, 국토이용관리법, 소방법 등 100여개가 넘는데 이를 다 알고 지킨다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건축사나 건축공무원 등 건축관련 종사자들은 다 알고 지키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내 땅에 내 집을 짓는데 무슨 간섭이 많으냐고 불평할지 모르지만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이야기다. 건축행위 그 자체는 사경제활동이겠지만 건축되어진 건축물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공익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편리하고 쾌적하며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규제가 필연적일 수밖에 없고, 그 규제는 경제적인 비용의 부담을 요구하기 때문에 건축을 시장경제 흐름에 맞겨둔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규제법이라 하여 아무 것이나 규제를 해서는 안된다. 반드시 필요한 곳만 정교하게  치밀하게 규제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법령의 속성(법령의 분량과 표현방법, 제·개정에 따른 운영절차의 경직성, 법령운영 조직의 존재성 등) 때문에 여간해서 이를 구분하여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의 건축법 기준을 보면 반드시 옳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1962년 제정된 이래 모두 36번이나 개정되었다. 누구는 이를 두고 누구는 누더기 법이니. 가장 걸림돌이 많은 법이니 하면서 문제가 많은 법으로 지목을 하기도 한다. 잦은 개정은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본다. 다소 합리적이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법령을 개정하기 전까지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래야 법이 권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되고, 모두가 법의 보호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라고 하면서 독배를 들었다. 이는 법의 존엄성(준법성)을 웅변하는 사건이다. 악법이기 때문에 지킬 이유가 없다고 한다면 그 사회는 혼란에 빠지고 말 것이다.
우스개로 법을 가장 준수하지 않는 집단이 법을 제정하는 국회의원이라고 한다. 쥐꼬리만한 빽이라도 있으면 법을 지키려하지 않는다. 위법한 자가 큰 소리는 더하다. 정말 웃기는 사회가 아닐 수 없다. 법이 문제라면 정당한 절차를 거쳐 개정되게 하여야 한다. 그것이 힘들고 어렵다하더라도 기다릴 줄 알아야 하고, 그 때까지는 준수해야만 한다는 자세가 아쉬운 때이다. 법을 지키지 않으면 부메랑이 되어 자신이 그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 주었으면 좋겠다.
법에 대한 경시풍조는 법의 집행을 무르게 한다거나 형평성을 잃게 운영함으로써 생기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權)無罪 無錢(權)有罪)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아다니는 사회는 문제있는 사회이다. 예측이 불가능하고 신뢰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건축법을 좀더 깊게 드려다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이 공간에서 건축법의 기준들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왜 필요한 것인지? 문제는 없는지? 어떤 대안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 여러분과 같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poar 2002,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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