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스카이라인 - 이대로 좋은가? |
|
| 작성자 :
윤혁경 | 등록일 : 2002-4-22
| 조회수 : 324
|
|
|
|
어릴 적 나무에 높이 오르는 사람을 부러워했다. 무섬증이 많은 필자는 용기가 없어 오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도움을 받아 한번 오른 적이 있었는데, 그 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유쾌! 상쾌! 통쾌한 기분. 그래서 사람들은 산으로 오르고, 진급을 하려하고, 권력을 쥐고 싶어한다. 사람들은 부의 상징(성공?)으로 마천루를 건축하려 한다. 토지이용도를 고도화한다는 명분이지만 그 이면엔 남보다 더 높이 오르고 싶은 욕망이 잠재했기 때문이 아니었겠는가. 지난해 미국의 110층 세계무역센타를 테러한 테러리스트는 미국의 자존심, 자본주의의 오만함에 대한 심판이라고 했다고 했다. 사람들의 부에 대한 과시욕에 대한 경종이었다고나 할까?
10여년 전 S 구청에서 있었던 일이다. 2층 고급주택으로 이루어진 골목 사람들이 3층 다가구주택의 건축허가를 취소해달라며 집단으로 몰려와서 농성을 했다. 법과 규정이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지만 그들은 막무가내였다. 자신들 보다 높이 오르는 것이 싫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가지 제안을 했다. 2층 골목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앞으로 재건축을 할 때 2층으로만 하겠다고 각서를 써오면 3층 허가를 취소하고 2층으로 건축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고 열흘이 지나도 어느 한 사람 각서를 써 오는 사람이 없었다. 자신은 더 높이 건축하려는 속셈을 갖고 있으면서 다른 사람이 3층으로 건축하는 것은 싫다는 것이었다.
건축물의 높이가 얼마가 적정한 것인지는 여건과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어떻다고 할 수가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오늘날의 건축행태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아름다운 숲을 잘라내고 우뚝 들어선 아파트에 대해 눈살을 찌푸려 본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한강변을 방벽처럼 둘러 싼 모습이라던가 남산·북한산을 가리는 것하며, 도심에서도 시야를 가리는 고층·고밀의 건축물에 대해 할 말이 적지 않으리라. 뿐만 아니라 기존의 주거환경을 훼손하는 돌출형 건축물 때문에 마음 상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적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높이를 제한하려하면 재산가치가 하락한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를 한다. 그냥 반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결사반대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아마, 필자가 그런 불이익(?)을 받는다해도 반대할 것이다. 그것이 보통 사람들의 솔직한 심정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그러한 현상을 이렇게 표현한다. '자신이 하면 로멘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현행 기준은 지역적인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보편적인 기준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국지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전용주거지역과 제1종제2종 일반주거지역을 제외하고는 제3종 일반주거지역과 준주거지역, 상업·공업·녹지지역은 별도 층수의 제한이 없다. 도로 너비에 따라 높이가 달라질 뿐이다. 가령, 20m도로라면 높이 30m까지, 6m 도로라면 높이 9m까지 건축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6m도로일지라도 도로에 바짝 붙여 건축하는 경우는 9m를, 도로에서 4m를 후퇴하면 15m까지 높이 건축할 수 있기 때문에 스카이라인이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도록 되어 있다.
대로변에서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최대로 개발하다보니 상층부가 경사진 이상한 모습을 보게된다. 연필을 깍은 모습은 그래도 볼만한데 미끄럼틀 모양은 꼴볼견이 아닐 수 없다. ● 주거환경유지를 위한 적정 높이는? 주거지역에서 나홀로 올라선 건축물이 적지 않다. 일조는 물론이고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 그리고 도시경관도 훼손시킬뿐 아니라 도시구조를 변화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이러한 고층 건축물에 대한 거부감은 누구나가 갖고 있다. 어떤 이는 불안해지고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사돈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듯이 심술이 날지도 모른다. 필자가 일선 구청에서 건축인·허가 업무를 처리하면서 만난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그러하였다.
서울은 약 50%가 주거지역이다. 42%의 녹지지역(그린벨트 포함)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많은 사람들의 거주공간인 주거지역인 셈이다. 이들 주거지역은 1종·2종 전용주거지역과 1종·2종·3종일반주거지역, 준주거지역으로 구분한다. 1종 전용주거지역은 2층, 8m이하로 건축할 수 있으며, 2종 전용주거지역은 층 이하의 쾌적한 아파트를 건축할 수 있다. 1종 일반주거지역은 4층, 2종은 7층 또는 12층으로 제한된다. 3종일반주거지역과 준주거지역은 별도 높이 제한이 없으며, 용적률로서 제한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적인 기준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 2층 주택가에도 1종 일반주거지역이라면 4층까지 건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1층 피로티 구조로 된 다세대·다가구주택의 피로티 층은 층수에 산입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5층까지 건축이 가능하다. 한 두채가 무너지면 그 일대는 삽시간에 점령당하고 만다. 그렇게 되면 진정사태가 일어나게 되고, 싸움과 반목으로 불신과 불화로 가득차게 된다. 이웃사촌이 견원지간이 되고 만다. 쾌적한 주거환경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의 일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를 제어할 수단이 지금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경우 매주 토요일 시민과 시장의 데이트 시간에 등장하는 대부분이 속칭 나홀로 아파트에 대한 규제를 요청하는 내용인데 건축법상 이를 규제하거나 조정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시장이라 하더라도 법과 규정에 적합한 것을 거부하거나 축소시킬 수는 없다.
그래서 2000년7월에 도입된 지구단위계획이란 극약 처방을 사용하게 된다. 나홀로 아파트를 건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市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받아 건축가능여부를 먼저 결정한 후 건축허가 절차를 밟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나홀로 아파트를 건축하기에는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게 되었다. 아파트는 규제가 가능하지만 다른 용도에 대해서는 규제할 수 없기 때문에 문제해결에는 한계가 있다.
지역주민 스스로 건축기준을 정하게 하는 주민협정제도를 건축법에 도입하려고 한 때 검토한 적이 있었다. 현행 건축법에서 허용하는 범위안에서 규약을 정하고, 그 기준을 준수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주민 스스로 도시환경의 컨트롤주체로서 자신의 마을에 대한 애향심을 고취시킬 뿐만 아니라 지역적인 민원은 상당히 줄어들게 할 것이다. 가령, 2층 단독주택만 건축하겠다거나, 10층이하의 아파트만 건축하도록 하는 등의 기준을 스스로 만들게 하는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기대치만큼 되지는 않겠지만, 언젠가 주거환경에 대한 가치를 인식하게 될 날이 오리라 본다. 그 때에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운영되리라 본다.
주택가의 건축물의 높이는 얼마가 적정할지는 해당 지역 주민들이 가장 잘 안다. 그러기 때문에 주민협정제도의 도입을 긍정적인 차원에서 검토해 보는 것도 바람직하리라 본다.
● 가로구역별 최고높이를 정하는 기준은? 서울시는 2002년 3월 상업지역 및 중심지미관지구 33개소에 대하여 가로구역별 건축물 최고높이 지정을 위한 연구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금년부터 2004년까지 3년 동안 23억원을 들여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건축물의 높이는 그 대지에 접한 도로너비에 따라 달라짐으로 이는 도시기반시설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 감안되겠지만 도시경관관리 차원에서는 유효한 방법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1999년 개정된 건축법에 따라 가로구역별로 건축할 수 있는 최고 높이기준을 설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가장 먼저 테헤란로와 천호대로에 대한 최고높이를 지정한 바 있고, 그 나머지 주요지역에 대하여 단계별로 최고높이를 지정하겠다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도 마스터플랜에 의해 관리되는 나라도 있고 그렇지 않는 나라도 있다. 시드니는 경관적인 차원에서 마스터플랜을 수립, 건축물의 최고 높이를 블록별로 지정하고 있고, 베를린의 경우 1927년에 정한 처마선 22m, 지붕선 30m높이로 일률적인 기준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특정지역에 한해서 고층 개발을 허용하고 있다. 파리는 베른린처럼 17.54m로 제한하고 그를 넘는 부분은 45°사선제한을 통해 최대 36.41m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파리시내 전체를 대상으로 최고높이를 15m, 18m, 25m, 31m, 37m등 5개의 지구로 나누어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뉴욕은 별도의 높이를 규제하는 특별구역(special district), 주변이미지 정합제도(contextual zoning district)등을 운영 지역여건을 고려한 높이기준을 달리 정하고 있으며, 일본도 가로유도형 지구계획을 도입 운영중에 있다.
가로구역별 최고높이를 결정함에 있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지켜 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넓은 도로변에 면했다 하더라도 해당지역의 경관보호를 위해서는 저층으로 결정할 수도 있어야 하고, 지역성을 감안하여 인지도를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면 도로 너비와 관계없이 초고층 건축물이 건축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는 철저한 지역분석을 통해서 결정되어질 문제라고 본다. 그런데 자칫 잘못하면 모든 지역의 건축물을 고층으로 허용하는 쪽으로 결정되어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오히려 도시를 망가뜨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 초고층 건축물은 가능한가? 서울에 100층짜리가 들어선다면 어떨까? 제2롯데부지와 도곡동의 삼성부지에 한 때 100층이 넘는 건축물을 계획한바 있었지만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에 건립된 petronas twin tower 빌딩으로 450m(92층)로 현존하는 건축물중 가장 높다. 1889년 제작된 파리의 에펠탑이 300m인점을 본다면 높긴 높다. 미국 뉴욕의 empire state 빌딩도 381m로 적지 않게 높은데 세계 곳곳에서 높이 경쟁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69년도 건립된 31빌딩이 가장 높았으나 1984년 63빌딩이 들어서면서 최고자리를 물려주게 된다. 그 이후는 대개 20∼30층이 주류를 이루다가 최근 상업지역의 주거복합 건축물이 들어서면서 그 높이를 갱신하고 있다. 과연 그러한 높이 경쟁이 지금 옳은 것인지, 지난해 9.11 테러사건을 계기로 새로운 고민을 하는 사람도 있으리라 본다.
만약에, 만약에 말이다. 서울에 100층 건축물이 들어선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서울의 명물이 될까? 흉물이 될까? 동북아의 중심도시로서 서울의 위상을 제고할 필요가 있는데 초고층 건축물이 그 한 몫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초고층 건축물은 대규모의 고용창출을 할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새로운 도시공간구조를 형성할 수 있으며, 해당 지역의 랜드마크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며, 지역 주민들의 코뮤니티의 장으로서의 기능도 담당할 것이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도시의 기능을 마비시키거나 도시경관을 훼손할 우려도 있기 때문에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여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의견이 있으리라 본다.
● 서울의 적절한 스카이라인은? 「서울 도심부관리기본계획(1999년)」과 「도심재개발기본계획(2001년)」에서 서울 도심부의 높이에 대한 기본 인식을 다음과 같이 하고 있다. 서울의 도심부는 내사산에 둘러쌓여 있기 때문에 이 산을 정점으로 한 곳에서 볼 때 내사산에 둘러 쌓여 있는 느낌을 유지하도록 하고(북악산 342m, 인왕산 338m, 남산 262m, 낙산 110m), 급격하고 돌발적인 스카이라인이 형성되지 않도록 하며 점진적이고 완만한 변화를 추구하며, 역사성을 가진 지역과 문화재 주변 보호를 위해 고도를 엄격하게 유지하고, 아기자기하고 인간적인 분위기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는 한 마디로 높이를 규제하겠다는 말이다. 그 내용을 보면 4대문 내에서는 최소 90m(20층 내외)를 넘지 못하도록 하면서 인사동 내부와 종묘주변은 30m(5층 내외), 북촌과 연접한 율곡로 남측 인사동외부 일대는 50m(10층 내외) , 기타 지역은 50m에서 90m로 제한하고 있다. 기존의 SK사옥은 150m(33층), 스타다스트 빌딩 150m(36층), 롯데호텔 139m(35층)등이 있는데 나중에 건축하는 자에게만 규제를 한다고 다소 억울해 하겠지만 어쩔 수 있겠는가? 서울시가 그렇게 하겠다고 칼을 빼든 이상 따라야 할 수밖에.
그러나 도심을 벗어나면 높이에 대한 규제는 다소 느슨한 편이다. 서울시가 추진중인 가로구역별 최고높이를 설정하면서 높이 건축할 수 있는 곳은 높게 건축할 수 있도록 지정을 하리라 본다. 랜드마크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게 할 필요가 있다면 100층이라도 건축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둘 필요는 있다고 본다.
● 사족 많은 사람들은 도시스카이라인과 경관에 대해서 말들을 하지만 정작 해답을 내 놓을 사람들은 많지 않다. 같은 용적률이라면 가늘게 높다랗게 건축하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뚱뚱하게 땅 바닥에 까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이것은 어디서 도시를 바라보느냐 하는 차이에서 오는 문제일 수 있는데, 가령, 남산이나 멀리 있는 산을 배경으로 도시를 바라다볼 때 너무 고층으로 불쑥 불쑥 들어서는 것은 문제로 인식된다. 하지만 도시 가운데서 도시를 바라볼 때는 건폐율이 전혀 없고, 뒷부분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는 답답한 건축물에 대해 더 문제를 느낀다는 것이다.
여러분이 그 해답을 찾아 주신다면 좋겠다. (이슈투데이 2002.4.22)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