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아파트에 대한 고정관념 깨기?  
작성자 : 윤혁경 | 등록일 : 2001-11-21 | 조회수 : 18


□ 먹고살기 어려웠던 시절의 아파트?

아파트 하면 의례이 판상형 아파트를 연상하게 된다. 한강변에 위치한 잠실·반포·이촌동을 둘러보아도 그렇고, 아파트가 밀집된 노원구를 보아도 그렇다.
바둑판 배치, 닮은 꼴, 벌집, 닭장, 변화도 개성도 없는 오늘날의 아파트에 대한 표현이다.

그 동안은 먹고살기에 급급해서 울이라도 두를 수만 있다면 환경이나 경관은 문제를 삼지 않았다. 종전보다 몇 배나 나은 주거공간에서 살 수 있게 된 것만 하더라도 감지덕지 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모든 가치를 경제적 수치로만 평가하던 지난 역사를 오늘날의 잣대로 정죄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이쯤에서나마 되돌아보고 반성을 해 보는 것에서 의미를 찾아야 할 것이다.

'60,'70년대는 경제성장 이외의 모든 것은 희생한 시대이다.
1962년 12월에 준공된 마포아파트를 비롯하여 많은 아파트는 우리나라의 주거패턴을 바꾸는데 큰 역할을 했다. 거실과 입식부엌, 양변기의 등장은 생활양식의 급변을 불러왔다. 그 당시는 대부분이 5층이었으며, 12층을 넘지 않았다. 80%에서 180%의 용적에 10평형에서 30평이 주종을 이루었다.

'80년대 중반을 넘어서 '90년대 중반까지는 중·대형 아파트와 고층·고밀의 아파트가 등장한 그야말로 아파트의 황금기였다. 주택200만 호 정책으로 400%의 용적이 가능하게 됨에 따라 30층을 넘는 아파트가 들어서고, 종전의 저층 아파트를 비롯하여 10층이 넘는 아파트까지 재건축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이에 편성 불량주택 재개발지구의 사업패턴도 아파트 일색으로 건축되었다. 그리하여 서울시 주택의 61%가 공동주택으로 점령당하고 말았다.

90년대 말은 초호화 대형 주상복합 건축물이 등장하게 된다. 60층이 넘고 100평에 가까운 아파트는 평당 분양가가 1천만원 이상 1천5백만원까지 넘는 경우도 있었다.
과연 2000년도엔 어떤 양태의 아파트가 등장할 것인지 예측을 불허한다.

우리는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 결과 우리는 많은 것을 잃어야 했다. 이웃 공동체를 잃고 개인주의만 얻었다. 문화와 정서는 잃고 금전만능 풍조만 얻었다. 양보와 겸손은 잃고 출세지향주의만 얻었다.

환경개선이란 미명으로 상부상조의 지역공동체가 파괴되어도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다.
개발은 교통을 비롯하여 도로·공원·공공시설 등 도시기반시설을 부족하게 하였으며, 자연환경과 도시경관의 훼손을 불러왔었다.



□ 선택권이 없는 아파트 시장 문화

아파트를 단순 재화가치로 보기 이전에 주거공간 차원에서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사람이 안주할 수 있는 공간, 그것도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가정이란 이름으로 생활하는 공간이라면 전혀 다른 모습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사람에 아파트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아파트에 생활을 맞추는 격이다. 전용면적 기준으로 40㎡, 60㎡, 85㎡, 115㎡로 정형화 되어있다. 그러나 50㎡나 71㎡, 93㎡짜리 평면은 없다. 이상하지 않은가? 경우에 따라서는 35㎡를 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77㎡가 필요한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같은 규모라도 거실을 크게 원하는 사람이 있고, 주방과 식당의 분리를 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방을 2개 또는 3개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어느 것 하나 입주자에겐 선택권이 없다. 붕어빵 틀에서 찍어낸 빵처럼 공급자가 공급하는 것만 선택할 수 있는 의무(?)가 있을 뿐이다.

소비자가 왕이 아니라 공급자(주택사업자)가 왕인 세상이다. 이는 법과 제도가 만들어 낸 것으로 시장경제원리를 완전히 무시한 독재가 아닐 수 없다.

아파트 분양제도 또한 공급자 편의주의다. 미리 청약예금이나 부금에 가입하여야 하고, 그것도 몇 년씩이나 순번이 돌아올 때를 기다려야 한다. 아파트청약 신청이라도 있는 날이면 밤새워 줄서고, 추첨에 임한다. 운 좋으면 로얄 세대에 당첨되고, 그렇지 않더라도 당첨만 된다면 감지덕지한 게 지금까지의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선금과 중도금을 미리 납부하고 아파트는 나중에 입주한다. 자신의 돈으로 건축하는 아파트를 자신의 선택과는 전혀 관계없이 가져야 한다면 이는 분명 잘못된 일이다.



□ 다양한 배치?

판상형 바둑판 배치에 대한 미련을 버리자. 겨울과 남향, 계획상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그럼에도 재미있는 배치를 만들자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스개가 있다.
술 한잔 마시는 날이면 간혹 다른 부인이 자신을 맞이한다고 투덜대는 이가 있었다. 정도가 심한 경우는 늙은 마누라가 어느새 새 색시로 바뀐 새벽을 경험한 이도 있었다는 일화는 그냥 웃어 버릴 일만은 아니다.
그게 그것 같은 아파트에서 나만이 기억하는 아파트로 만들 수는 없을까?

천편일률적인 배치패턴에서 1988년도 올림픽 아파트의 등장은 새로움에 대한 놀람 그것이었다. 찬반 양론이 팽팽했다. 남향 배치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중심광장을 따라 방사형으로 배치된 모습과 한 동의 아파트도 높낮이가 다름에 따른 충격은 오랫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었다.
이제 판상형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 더구나 남향 일변도의 바둑판 배치에 대한 허구에서 깨어나야 한다.

남북 평형배치가 될 경우 그 높이의 1/3 이하가 동지일엔 영구음영이 된다는 사실이다. 연속된 2시간 일조확보를 위해서는 최소 1.4배에서 1.8배정도 이상은 띄워야 한다. 그러나 동서향으로 배치할 경우는 1배만 떨어져도 영구음영은 생기지 않는다.



□ 다양한 형태의 아파트

근래에 들어서 서울시 건축심의에서는 판상형을 터부시하는 경향이다. 하더라도 4쪽을 넘지 않도록 요구한다. 대신 탑상형이나 다른 형태의 배치를 권장한다. 입면적 제한과 차폐기준을 두어 마치 철옹성 같은 장벽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파트의 평면에 있어서도 S형 타입에서 U·H·Y·T·E·L·ㅁ형 등 다양한 형태가 등장하고 있다. 이를 잘 배치하면 충분한 조망권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일조량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이들에 대한 단점도 없지 않다.

최근 관심의 대상이 조망권을 어느 정도 확보하느냐 하는 점이다. 한강이 내려다보이고 숲을 바라 볼 수 있는 전망 좋은 아파트가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다.

맨하탄 센트럴 파크에 연접한 트럼프 부동산 소유의 분양 아파트를 구경한 적이 있었다. 33층에 있던 100평형 아파트가 1천만불이었는데 같은 건물 47층에 있는 150평형 아파트는 2천만불이 넘었다. 센트럴 파크가 앞마당으로 펼쳐졌고 뒤로는 허드선강이 바라다 보이는 곳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조망이 좋은 곳의 아파트가 다른 남향 아파트 보다 가격이 높다는 점이다.


□ 차별성과 개성있는 아파트의 등장?

아파트 단지마다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차별성을 확보해야 한다.

물의 공간과 테마 광장을 도입하는 것으로 차별성을 유지하기는 이제 어렵다. 조경녹지 공간이 대지면적의 40%이상을 차지한다던가 유명한 미술가의 조각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정원, 청정 공기와 생수를 공급하는 아파트, 사이버 아파트 등 그 단지만이 갖는 특성을 갖추자.

근래 주택공사나 서울시 도시개발공사 등 공공분야에서 아파트의 배치나 형태에 대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는 대단히 재미있고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 맞춤 아파트의 등장?

수제품에서 공장생산품으로, 소량생산에서 대량생산으로, 맞춤에서 기성으로, 가장 짧은 시간에 생산되는 게 오늘날의 미덕으로 인식되었다.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낮추기 위해서, 편리하고 신속하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러나 경제적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기성복보다는 맞춤복을 선택한다. 자신의 체형에 맞추어 옷을 입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절충형으로 일부는 기성으로 제작하고 나머지는 맞춤으로 하는 경우도 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아파트는 틀에 박힌 생산품이었지만 최근 맞춤 아파트가 등장하고 있다.

가족 구성원에 따라, 개인의 취향에 따라, 경제적인 여건에 따라 평면과 마감자재를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좀더 발전한다면 사업자는 골조(주요 구조부)만 시공하고, 실내 평면이나 마감자재, 실내 디자인 등은 입주자의 사정에 맞게 마무리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과거 고급 아파트는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이 들여 기존의 내장재 교체하곤 하여 여론의 표적이 되곤 하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등장한 제도가 마이너스 옵션제다. 그러나 다양한 표현의 세대인 오늘날 마이너스 옵션제만으론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가 없다. 그래서 맞춤 아파트의 등장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분양상의 문제나 시공상 문제는 다소 있겠지만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분양방법은 개선하면 된다. 다만 시공상 한 현장에 여러 시공자(실내 인테리어 등)들이 들락거림으로 혼잡은 예상되지만 계약이나 개별세대의 공사시기를 조정한다면 이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 차별화 된 아파트 단지의 등장

최근 몇 년 사이에 분양되는 아파트 광고를 보면 격세지감이 든다. 종래는 수익성과 출퇴근 거리 등 교통 편리성에 대한 내용 일색이었지만 환경이나 경관, 다른 단지와의 차별성에 대한 내용이 눈에 띈다.
산소아파트가 등장한다고 한다. 산소가 부족한 서울의 아파트단지에 정말 신선한 강원도의 산소를 공급해 줄 시스템을 갖춘 아파트라면 아마 폭발적인 인기를 얻을 것이다. 여기다 천연 암반수를 제공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
인텔리전트 아파트, 사이버 아파트는 먼 이야기가 아니다. 완벽한 보안시스템과 편리성, 쾌적한 환기시스템 등 전자 지능시스템을 도입한 아파트가 시범적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아파트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주차장을 지하화하고 지상은 녹지와 보행공간으로 된 어느 아파트가 분양 하루만에 동이 났다는 이야기를 흘려들어서는 안된다.
아파트 외관을 외국의 성처럼 중후하게 디자인하고, 사용되는 가구 등에 고유 문장을 개발 부착케 한다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세상이다. 이제는 차별화 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사회가 되었다.



□ 가치평가를 통한 분양가 산정


아파트는 동별 위치에 따라, 같은 동일지라도 상·하층이나, 중앙이나 가揚美??따라 형성되는 가격은 상당히 다르다. 소위 로얄층이니 로얄세대의 경우와 아닌 경우는 수백에서 수천만원 이상의 가격차이를 보인다. 그럼에도 같은 분양가를 내고 추첨 한번 잘하였다고 행·불행이 달라진다는 것은 요행심만 부추긴다. 복권당첨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꾼과 다를 바 없다.

'97년 대전의 모 아파트단지에서 분양가보다 시세가 하락하자 사업주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있었다. 한국감정원에서 감정한 결과, 세대당 백만 원에서 1천만 원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일조나 조망, 프라이버시 등의 몇 가지의 항목을 설정, 상대평가를 통한 가치분석 작업을 한 결과를 가지고 다투고 있다.

앞으로 분양가격의 산정은 가치분석을 통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1층과 2층이 달라야 하고, 2층과 로얄층이 다르게 산정 되어야 한다. 가장자리와 중앙이 달라야 하고, 일조량이나 조망율에 의해서도 달리 산정되어야 한다.

분양신청방법상의 문제도 차제에 개선해야 한다.
사정에 따라서는 1층을 원하는 사랑이 있는가하면 비용부담이 되더라도 로얄세대를 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정 세대별 분양신청을 받고, 신청인이 복수이면 세대별 추첨을 통하여 입주자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 경우 분양절차가 복잡하고 번거로울 수는 있을 것이다.
다른 방법으로는 현행처럼 추첨하되 미리 세대별 차등가격을 고시하여, 당첨된 후 차등가격을 추가 부담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 고정관념에서의 탈피

생각을 바꾸자.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자. 그 순간 새로운 세상이 눈에 띌 것이다. 우리의 주택문화도 새로운 각도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9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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