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콜룸부스의 달걀 세우기-건축종합민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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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윤혁경 | 등록일 : 2001-11-21
| 조회수 : 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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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송파구청 건축과장으로 있을 때의 일이다.
● 건축과 행정간섭
건축인·허가를 한번이라도 해보면 야당, 반정부 인사가 된다고 한다. 간섭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허가에서부터 공사 과정에서, 준공에 이르기까지 간섭하고 손벌리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문제는 법이다. 하나의 건축물이 건축되기까지는 검토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은 법이 문제인 것이다. 건축법은 물론이고 소방시설은 제대로 되어 있는지, 형질변경은 하지 않아도 좋은지, 도로점용, 하수도 설치, 정화조의 용량, 주차장의 설치 등을 검토해야 한다.
이러한 모든 기준은 소방법·도시계획법·도로법·하수도법·주차장법 등에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다루는 부서도 각각 다르다. 소방법은 소방서에서, 도시계획법은 도시계획과에서, 도로법은 건설관리과에서, 하수도법은 하수과에서, 주차장법은 주차계획과에서 다룬다.
건축주의 입장에선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 사람 저 사람을, 이 부서 저 부서를 왔다갔다 하다보면 지치고 짜증나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개중엔 친절한 사람도 있고 퉁명스럽거나 불친절한 사람도 있고, 간혹 손을 벌리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는 모두 적합하더라도 어느 한곳에서 반대를 하면 모든 게 허사로 돌아가고 만다.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부터는 되는 일도 안 되는 일도 없다고 한다. 차라리 돈이라도 주고 시원하게 처리해주는 공무원이 더 유능한 공무원일지 모른다는 말이 시사하는바가 적지 않다. 건축주의 입장에선 법과 제도가 어떠하던 한 곳에서 한 사람이 처리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이다. 그리고 가부를 바로 알려주기를 바란다는 점이다.
● 말은 친절해지고 일은 원칙대로?
민원인들이 가장 기피하는 공무원은 원리원칙주의자라 한다. 법과 제도가 완벽하다면 원리원칙이 오히려 민원인들에겐 편리할지 모르지만 그러지 못한 현실에선 원리원칙은 일을 부정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문민정부나 국민정부 등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친절을 강조하고 서비스 행정을 요구하지만 국민들의 입장에선 되는 것 보다 안되는 일이 더 많다고 느낀다면 이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공무원이 일을 제대로 하는지 서비스 행정을 펼치는지 부정은 저지르지 않는지 확인하는 감사기능은 계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소신껏 처리한 행정이 다소 잘못이 있다해도 관용처리 하겠다고 선언하지만 그 말을 믿는 공무원은 그리 많지 않다. 소신껏 행한 행정은 특혜로 오인 받기가 십상이다. 감사·감독기관이 많으면 많을수록 필요이상의 일을 챙길 수밖에 없고, 공무원은 원리원칙 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다. 물론 감시·감독이 많아지다 보니 말과 행동은 다소 친절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정부가 법과 제도를 개선, 규제를 완화했다해도 실제로 국민의 피부에 와 닫기까지는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리라 본다.
● 건축행정절차 간소화
그 동안 건축분야에 있어서도 이러한 문제의 개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었다. 건축허가에서 사용승인까지 공무원의 현장 출장제도를 없애고, 중간검사 제도를 폐지하고, 제출서류를 축소하는 등 눈에 띄게 개선해 왔다. 사전결정제도를 도입하고, 건축허가나 사업승인시 타법에 의한 인·허가사항을 의제 허가처리토록 하고, 민원서류의 접수에서 처리될 때까지 인터넷에 그 과정을 공개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막상 건축주의 기대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 아닐 수 없다.
그 가운데 오래 전부터 검토되어온 일은 건축인·허가 업무를 한곳에서 검토 일괄 처리하는 소위 One-Stop시스템의 도입이다. 일부 시도에서는 이를 시행하고 있다는데 그 성과는 아직 미지수다. 관련법률을 통폐합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관련부서 책임자가 한 자리 모인다는 것도 현재의 공무원 행태를 미루어 볼 때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95년도에 도입된 사전결정제도가 '99년도에 폐지되고 말았을까? 아무리 취지가 좋다하더라도 운영이 뒤 따라주지 않으면 그 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 건축종합민원실의 설치
대시민 서비스 개선을 위해 '92년 건축법을 개정시 일선 민원창구에 건축종합민원실을 설치하여 인·허가 업무를 신속하게 처리하게 하였다. 그러나 조직이나 예산, 공간 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 어느 곳도 이를 설치할 엄두를 낼 수 없었다.
필자가 송파구 건축과장에 있을 때 이를 처음 설치했다. 콜룸부스의 달걀 세우기를 시도한 것이었다. 송파구로 전입한지 2주만의 일이었다. '93년 4월 11일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건축종합민원실을 설치했다. 이는 그만한 공간이 있었고, 아이디어를 받아준 기관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었던 일이었다.
신속·공정·친절을 목표로 세웠다. 신속할 수 있었던 것은 문서의 접수에서부터 검토·협조·결재·문서발송 라인을 한곳에 모음으로 가능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론 하나의 민원서류가 접수되어 처리 발송되기까지 13단계를 거친다. 만약 다른 부서와 협의를 한다면 30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그 문서가 흐르는 동안 한 사람이라도 자리를 비우게 되면 그만큼 지체될 수밖에 없다. 이를 한자리에 모음으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던 것이다.
□ 변경 전 문서접수(시민봉사실)→문서이송(사환)→문서접수(담당부서)→문서선람(과장) →담당자 수령, 검토, 기안→결재(계장,과장)→담당부서 문서대장정리(담당자) →문서이송(사환)→문서통제→문서대장 정리→발송대장 정리→발송
□ 변경 후 문서접수(건축종합민원실)→담당자 수령, 검토, 기안→결재(계장)→문서통제, 문서대장 정리, 발송대장 정리→발송
시민봉사실의 문서접수 담당자를 배치하여 허가처리 담당자에게 바로 문서를 인계하면, 그 자리에서 담당계장과 함께 검토하여 허가여부를 바로 결정하였다. 문서발송도 문서담당자가 바로 처리했다. 소방협의가 필요한 경우 파견된 직원이 검토하여 소방서와 FAX로 문서를 주고받아 그 자리에서 처리함으로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또한 동별 담당자가 처리하던 것을 1사람의 담당자를 지정 전문적인 검토를 하게 함으로 불필요한 마찰과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공정한 처리를 위해 일일 상담 건축사를 지정하여 신청된 건축서류의 검토시 참여하게 했고, 설계 건축사와 머리를 맞대고 그 자리에서 검토하여 가부를 결정하고 경미한 보완은 사후 보완을 조건으로 처리했다.
처음엔 반대가 적지 않았다. 어떻게 하루 안에 건축허가를 처리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시간이 짧아 소홀히 검토하기가 쉬우며, 문제가 발생시 할 확률이 많다는 것이다. 건축행정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힐난도 받았다.
이 일로 필자는 녹조근정훈장을 받았다.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가 들어서 국민을 위한 획기적인 서비스 개선안이 요구될 때였고, 건축종합민원실의 설치는 그에 맞아 떨어졌던 것이었다. 송파구청에 발령된 지 겨우 2주만에 설치한 종합민원실 덕분으로 그 해 6월, 발령 2달만의 일이었다. 그 후 서울시 전구청으로 확대되고, 전국적으로 확대 설치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제도 또한 5년을 넘기지 못했다. 여러가지 내부 사정으로 인하여 처음의 정신이 쇠퇴하기 시작하여 종전으로 되돌아가는가 싶더니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 다시 건축종합민원실로 개편되고 있어서 다행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일지라도 여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따라주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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