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하자!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작성자 : 윤혁경 | 등록일 : 2002-3-28 | 조회수 : 237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신의 아파트단지에 무슨 문제가 있더라도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 했다. 형편없는 아파트로 낙인찍혀 아파트 거래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최근 몇몇 아파트단지에서는 사업자(시공자)를 상대로 부실시공이나 하자에 대한 소송을 심심찮게 제기하고 있다. 이는 변화라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서울지법에 아파트 하자와 관련된 소송이 98년 5건, 99년 4건, 2000년 11건, 2001년 21건이 제기되어 이중 13건은 원고승소나 일부승소 판결되고, 나머지 28건은 소송이 진행중이라고 한다. (2002.3.2자 문화일보)

사실 문제는 문제다. 아파트에 한번이라도 살아 본 사람이라면 하자로 인한 불편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지경이다. 우리나라의 시공수준이 그 정도 밖에 되지 않으니 한심한 일이다. 금가고 물새는 것은 보통이고, 옆집, 위 아랫집에서의 소곤거림도 다 들리는 형편이고 보니 할 말을 잊는다. 미장·도장솜씨를 보면 아직도 한참은 멀었다. 부실로 인한 말썽이 줄어들 줄을 모른다.

시공에 대한 정밀도가 떨어지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匠人精神의 결여와 저가덤핑이라는 건설시장의 고질적인 풍토 때문이 아닌가 한다. 빨리빨리, 적당히, 대충대충, 설렁설렁, 처남 좋고 매부 좋은 식의 정신이 건설과정 곳곳에 배여 있으니 어찌 고품질의 아파트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물론 그동안 정부는 주택공급에만 매달려 사실 품질이나 안전, 환경과 경관에는 다소 소홀한 감이 없지 않았었다.

1988년 '주택 20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당시에는 어떻게 하면 공급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인가에만 집중했다. 건축기준을 완화하고 준농림지등 신규 택지를 개발공급하는 데에 전력을 경주했다. 그러다 보니 주택공급율을 증가시키는데 일조를 했지만 공사인력난과 자재품귀파동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부족한 건자재를 해사(海砂)와 중국산 철근으로 충당했고, 기술자는 제조업분야의 사람들로 급조하여 땜방식으로 대처했다. 부실시공은 어쩔 수 없었다. 당연했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정말 새로운 시각에서 아파트문화를 구축하지 않으면 안될 그 시기가 지금이 아닌가 한다. 이제 아파트의 고품질과 보다 나은 주거환경을 추구하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20년만 되면 재건을 허용하는 현 법령에 대한 대폭적인 손질이 없다면 부실시공은 막을 방법이 없을 것이다. 낡고 오래된 것일수록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골동품과 아파트뿐이라도 한다. 웃기는 이야기다. 지금이라도 재건축 정책과 유지관리에 대한 획기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래야 현재의 아파트에 대한 보수보강을 강화하고, 향후 건축되는 아파트의 시공성을 확보하지 않겠는가?  

2000년말 현재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주택의 47.7%(1천96만호 중 523만호)를 차지한다. 서울은 이보다 약간 높은 50.9%(191만6천호 중 97만5천호)다. 그러나 최근 공급되는 추이를 본다면 60%를 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그러기 때문에 재건축에 대한 정책을 정립하고 유지관리에 대한 제도적인 보완이 시급한 것이다.

● 하자와 부실공사의 구분
하자의 사전적 의미는 '품질의 흠'을 말한다. 현행 법·제도권에서 사용되는 하자와는 그 뜻이 다르다.
'흠'은 당초부터 공사를 소홀히 하거나 잘못하여 생기는 경우도 있고, 설계도서와 공사시방서에 따라 완벽하게 시공을 했는데도 예측하지 못한 가운데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현행 제도권에서 사용하는 하자란 후자를 의미한다.
전자는 부실시공으로 보아야 한다. 당초부터 설계도서와 공사시방서에 의하지 않고, 저급한 품질의 자재를 사용하고, 공기를 당기기 위해 무리하게 시공을 하는 등 규정을 지키지 않고 공사함으로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하자와 구별되어야 한다.

부실시공의 결과로 생긴 하자는 계약위반 행위이기 때문에 별도의 손해배상이나 계약해지까지도 가능하리라 본다. 실제 부실시공을 이유로 분양파기 소송이 간혹 일어나기도 한다.

부실시공에 대한 책임은 사업주체(건축주)와 공사시공자가 마땅히 져야하지만 이를 공사감리한 자도 책임을 져야 한다. 부실시공한 상태로 사용승인을 한 허가권자에게도 책임을 묻는 경우도 있다. 1998.12월 부산지법 제8민사부(재판장 류수열·유수열)는 부실공사에 의한 일부 벽체 붕괴사고로 입주민 대피소동을 빚었던 한신빌라 B동 주민 18명이 부산 남구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선고공판에서 "피고측은 건축주 및 감리책임자와 연대, 입주민 가구당 5천만원씩 총 9억원을 배상하라"고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구청측이 건축물 안전을 위해 필수적인 중간검사를 하지 않고, 준공검사 과정에서도 시공상의 부실여부를 내실있게 감시해야 할 책임이 있으나 이를 소홀히 함으로써 부실시공에 기여한 것으로 인정되는 만큼 입주민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아파트에 대한 하자는 공동주택관리령에서 정한 규정에 따르도록 되어 있다.  기둥·내력벽(비내력벽 제외)은 10년,  보·바닥·지붕은 5년, 기타의 부분은 1∼3년안에 생기는 하자에 대해서는 사업주체(건축주)가 하자보수에 대한 책임을 진다.
그러나 막상 하자가 생기면 그 치유가 결코 쉽지가 않다. 당장 발생한 상황이 하자냐 아니냐를 다퉈야 하고, 하자로 판명된다하더라도 속 시원하게 보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미적거리면서 생활에 엄청난 불편을 준다. 하자보수를 완료하여도 그 결과에 썩 만족하기도 쉽지 않다. 또한 하자가 발생해서 보수완료까지 상당한 기간 불편한 상태로 생활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보상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것도 문제라면 문제다. 그나마 하자 많은 아파트로 소문날까봐서 떠들지도 못하며, 벙어리 냉가슴 앓듯 마음 고생을 겪어야 한다. 어쩌면 이러한 입주민들의 약점을 사업주체(건축주)나 시공자들이 악용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 하자와 공사감리에 대한 책임
공사감리자는 공사시공자가 공사설계도서대로 시공하는지를 지도·감독하는 자로서 그 비용을 부담하는 건축주(아파트의 경우는 입주자)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를 말한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건축주를 대신한 공사감리자의 책임은 막중한 것이다.
그런데 막상 아파트의 하자가 발생한 경우 공사감리자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부실시공으로 판명된 경우 공사감리자는 입주자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된다.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리라 본다.

그러나 정작 문제가 생겼을 때 공사감리자의 책임을 묻는 것이 쉽지 않다. 왜냐하면 가장 많은 하자를 유발시키는 조경·부대시설·공통가설·가시설물, 타일·돌, 도장 및 도배, 유리·가구·주방용구·위생기구와 잡공사 등 대부분 마감 공종에 해당하는 13개 공정이 공사감리대상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이다.

감리대상에서 제외된 공종은 입주자들로 하여금 사전에 자신이 입주할 아파트를 점검을 하도록 제도를 보완했지만, 전문지식이 없는 자들이 더구나 완공된 현장을 한 두번 둘러보고 잘못을 지적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전문감리원이 공사현장에 상주를 하면서 일일이 체크해도 나중에 하자가 생기는데, 사전점검제로 그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무지의 소치가 아니겠는가?

● 하자보수와 제조물책임법(Product Liability : PL법)
가령, 자동차의 급발진 사고가 생겼다고 하자. 과연 운전자가 자신의 무과실을 증명할 수 있겠는가? 맹장수술을 받던 환자가 갑자기 사망한 경우 그 가족이 사망원인을 밝힌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아파트의 하자에 대해서도 입주자로 하여금 원인을 규명하도록 하고 있으니 소비자가 왕이 아니라 공급자가 황제인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몇 년전부터 소비자의 권익보호를 위한 활동이 증대되어 공산품에 대한 리콜제도가 소비자보호법에 의해 도입되었다. 동법에서 리콜을 '제품을 제조·수입·유통시킨 자가 자발적·능동적으로 불량제품에 대하여 의무적으로 그 내용을 소비자에게 알리고 수리·교환·환불·파기·수거 등 적절한 조치를 하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주택에 대한 리콜은 포함되지 않았다.

소비자의 권익을 한 단계 위로 끌어올린 것은 2000년도 제정된 제조물책임법이 다. 이 법은 준비과정을 거쳐 2002.7월부터 시행된다.

리콜은 제조업자가 스스로(사실은 여론의 압력에 의해) 제품을 회수하는 것이라면, PL은 제조업자가 제조한 제품이 소매상을 통해서 소비자에게 판매되어 그 제품의 하자로 인하여 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를 입은 소비자에 대해 제조업자가 직접 져야 할 책임을 가리킨다. 즉 하자의 원인을 밝히는 책임을 제조업자에게 있다는 말이다.  

이 법은 1998년 몇몇 국회의원들에 의해 발의되어 정식 법안으로 채택되게 되었다. 처음 제안 당시에는 아파트를 포함시켰지만, 건설업계와 정부 일각에서 건설경기의 위축을 이유로 반대하여, 최종 단계에서 제외되었다. 당시 법안을 발의한 추미애 의원은 “아파트는 건설단계에서부터 선수금을 주고 2년여 만에 입주하는 특수성이 있는 만큼, ‘제조물’에 포함시켜 부실시공을 원천봉쇄하고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아파트가 제조물에 포함되었다면 하자에 대한 입증책임은 손해배상 책임주체인 분양회사가 된다. 분양회사는 건설에 참여한 하청업체들과 연대책임을 지게 되어, 시공자들은 부실시공을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어쨋던 아쉽다.  

● 부실시공자의 추방
지금처럼 쉬쉬하지 말기를 바란다. 문제가 있다면 과감히 노출시켜 문제 해결방법을 찾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부실시공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입주자를 우롱하는 사업자(시공자)는 주택업계에서 추방되어야 한다.  그 일은 입주자들만이 할 수 있다.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숨기는 일은 부실시공을 묵인하는 것과 같다.

부실 사업자(시공사)를 상대로 피해소송을 제기하여 파산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널리 알려  회사 이미지에 타격을 입혀야 한다. 그래야 다른 사업자(시공자)가 두려워서 다시는 부실시공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많은 시공회사들이 하자전담반을 설치하여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하니 한가닥 희망은 있다. 건설업계 스스로의 자정결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분양가 자율화가 된 이 마당에 비용운운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부실시공은 비용의 문제 이전에 오너의 의지가 문제라고 본다.

이 땅에 부실시공이 사라지도록 근본적인 법적·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 하자보증제에서 하자보험제로 변경하고, 사전분양제를 사후 분양제로 바꿔야 한다. 시공내역서를 공개하고, 제조물책입법에 아파트가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부실시공에 대한 사업자, 공사시공자, 공사감리자, 공사감독자에 대한 엄격하고도 철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가장 오래된 성문법전인 함무라비(hammurabi)법전을 보면 건축물의 붕괴사고로 주인이 죽으면 건축한 자는 사형에 처하고, 집주인의 아들이 죽으면, 건축한 자의 아들을 사형에 처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부실시공을 한 자의 집을 온통 부실하게 만들어 겨울엔 불 없는 방에서 영원히 살게 하는 규정을 만들면 어떨까?

오죽했으면 이런 생각을 할까!(이슈투데이 200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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