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建築不條理- 판도라 箱子의 解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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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윤혁경 | 등록일 : 2001-11-21
| 조회수 :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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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둑 한 사람을 잡기 위해 몇 명이 동원되었던가??
한 사람의 도둑을 잡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인력과 시간과 비용이 드는가? 위에서 닥달하고 일계급 특진을 약속해도 일개 탈옥수 신 창원 한 명을 잡기 위해 30개월이 걸렸다. 전단도 463만여장을 배포하고, 동원한 경찰만 하더라도 연인원 97만 여명이 넘는다고 한다. 정말 능력이 없어서인가? 사람이 부족해서인가 아니면 정보가 없어서인가? 한 명의 도둑을 열 순경이 막지 못한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건축부조리 또한 이와 같아서 쉽게 해결 할 방도가 없다. 수 십년 동안 같은 내용으로 건축부조리를 일소한다고 하였지만 제자리를 맴돌 뿐이다. 무엇 때문인가? 왜 그럴까?
□ 부조리란 무엇인가?
부정과 부패는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부정한 곳은 반드시 부패하기 때문이다. 바르지 못하고 옳지 못함을 부정이라 한다. 깨끗하지 못함을 부정이라 한다. 법률에서 벗어난 행위를 부정이라 한다.
이처럼「정당하지 아니한 방법이나 절차를 통하여 이익을 얻기 위하여 일어나는 일련의 행위」, 즉 부정한 행위를 부조리라 정의할 수 있다. 좀더 현실적인 표현을 빌린다면 「불법·부당한 목적을 위한 수단 일체」가 아닐까 한다. 한글학회가 편 우리말 큰사전에는 「조리에 맞지 아니하는 것」을 부조리라 한다.
조리는 「말이나 글 또는 일이나 행동에서 앞뒤가 들어맞고 체계가 서는 갈피」라고 한다. 앞뒤가 들어맞지 아니하는 것이 부조리인 것이다. 앞뒤가 다른 행위는 부정한 행위일 수밖에 없다. 원래 부조리는 카뮈의 실존 철학에 나오는 철학용어이다. 인간과 세계, 인생의 의의와 현대생활과의 불합리한 관계를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이유 없는 무덤 없듯이 이유 없는 부조리는 없다. 부당한 이익-그것이 금전적인 이익이든 기타의 이익이든지 관계없다-은 부조리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이다. 이러한 부조리는 권한에서부터 기인한다. 단속을 하든지, 지도를 하든지, 규제를 하든지 그에게 주어진 공공의 권한을 정당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당하지 아니한 절차로 정당하지 아니한 대상을 향해 사용할 때, 사익을 위해 사용할 때 부조리가 되는 것이다.
□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국민의 정부?
국제투명성기구(TI)는 1998년 우리나라의 부패수준을 85개국 중 43위라고 발표하였다. 싱가포르(7위) 홍콩(16위) 일본(25위) 대만(29위)에 비해 엄청나게 뒤떨어져 있다. 이 상태로 가다가는 국제사회에서 살아갈 수가 없다는 인식하에 국민의 정부는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였다.
'99.8.17 발표한 부패방지종합대책이 그것이다. 건축분야의 경우를 보면 공무원의 재량권을 축소하기 위하여 법령 기준을 투명하게 개정하고, 신고 대상 범위를 확대하며, 인허가 관련 전담부서를 통합, 민원을 신속하게 일괄처리하며 건축위원회·도시계획위원회에 민간 전문가를 참여케 하고, 주요 인허가 처리과정과 결과를 인터넷에 공개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이의 실행수단으로 공무원의 급여를 5년기간 동안에 민간수준으로 인상시키고, 뇌물공여자도 공무원과 동일한 처벌을 하며,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반부패특위를 대통령 직속하에 상설기구로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 어떤 것이 부조리인가?
1. 금품과 관련된 부조리
촌지는 「마음속에 지닌 작은 뜻」으로 순수하게 사용하는 선물로 보면 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부조리를 대표하는 언어로 둔갑되고 말았다. 떡값이나 사과값이란다.
선물과 뇌물을 구분 짓기가 쉽지 않다. 금액의 다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주고 받는 자의 순수성 여부에 따라 구분할 것인가 매우 어렵다. 소녀가장에게 어느 독지가가 억대의 아파트를 준 것은 선물이지만 불순한 목적을 갖고 준 천원짜리의 손수건은 뇌물이다. 이를 구분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사회적인 신분으로 그 금액을 정하여 선물과 뇌물로 구분 짓는 것도 문제다. 대통령의 아들이라 해서 정치인이라 해서 특별대우를 한다면 국민들을 설득 할 수 없다. 정치인들의 구속기준은 4천 만원이고 검사들의 사표기준은 몇 백 만원이라고 하면서 기십 만원의 급행료를 챙긴 말단 공무원은 구속되거나 파면을 당하는 차별된 사회라면 그 자체가 부조리가 아닌가? 이중 잣대로 잘잘못을 가리는 것은 잘못이다. 그런 사회에서는 부정과 부패가 사라질 수가 없다.
법 앞에서의 평등,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빈부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동일한 잣대로 평가받는 사회야말로 정의사회인 것이다. 유전무죄무전유죄(有錢無罪無錢有罪)의 사회는 부조리한 사회다.
흔히들 남이 하면 불륜이고 자신이 하면 로멘스라고 한다. 우리는 자신에게 너무나도 관대한 편이다.
2. 특혜 부조리
먼저하고, 예외로 취급하고, 뭔가 남다른 대우를 받는 것도 또 다른 부조리의 모습이다.
법정에서 흔히 겪는 일이다. 아무리 순서가 앞이라도 변호사를 선정하지 않으면 뒷 순서의 변호사로 하여금 먼저 일을 보게 한다. 가장 공정해야 할 법정에서 이러한 일이 공공연하게 일어난다면 정의는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는가?
우리는 순서를 지키는 것에 익숙하지 못하다. 기다릴 줄을 모른다. 조금 늦더라도 기다리면 될 것을 다른 사람보다 앞서 일을 보게 한다면 결국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게 되는데 그것이 부조리인 것이다.
보통사람과 다른 특별한 대우를 받는 것도 부조리다. 특정한 사람에게만 친절을 베푸는 것도 특혜요 부조리인 것이다. 물질적 명예적인 특혜 또한 명백한 부조리다.
새치기를 하여 열차표를 구입하는 것도, 공부를 잘한다고 인성도 좋은 아이로 평가하는 일도, 특정한 사업자에게 세금을 축소 부과하는 것 모두가 부조리인 것이다.
□ 건축부조리인가? 건설부조리인가?
일반적으로 건축공사뿐만 아니라 도로공사, 철도공사, 항만공사 등의 모든 건설공사를 망라한 부조리를 건축부조리 또는 건설부조리라 부른다. 그러나 정확한 표현은 건설부조리가 맞는 말이다. 건축은 건설 중의 한 부분일 뿐이다. 건축의 경우도 행정기관이 발주하는 공사와 관련된 사항과 일반인을 상대로 인허가 업무를 다루는 행정분야에 나타나는 부조리 행태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건축공사와 관련하여 부실시공, 불법 하도급, 부당 설계변경, 감독 및 감리 부실, 덤핑 낙찰 등 문제점이 한 둘이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이 모든 것을 다룰 수는 없고 다만 일선 건축행정분야에서 일어나는 사항에 대해서만 생각해 보고자 한다.
대표적인 건축부조리는 위법을 묵인하고 금품을 수수하는 것이다. 설령 금품이나 향응을 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공무원의 직무를 유기한다던가 권한을 남용하는 행위도 건축부조리에서 떼어놓을 수 없다. 특정한 민원을 우선적으로 처리해주거나 법규정을 무시하거나 완화 해석하여 특혜를 부여하는 경우, 소홀한 행정처리 등 다른 분야의 부조리와 결코 다르지 않다.
□ 건축부조리가 부조리의 대표적인 원인이 되는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부조리가 모든 부조리의 대표적인 사례로 인식되는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개인의 재산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뿐만 아니라 타인의 재산권에도 상당한 작용을 한다. 건축주나 민원인은 특정인일 수 있지만 사용자는 불특정 다수인이다. 그들이 입는 손해가 건축으로부터 일어난다면 건축 모두에 대한 원성으로 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건축물의 현장 보존성과 존재성을 들 수 있다. 물증이 존재한다는 것은 감사나 수사를 쉽게 할 수 있고, 그 실적 달성(?)이 다른 분야보다 훨씬 용이하다. 세무감사를 하면서도 건축감사를 하고, 위생감사·도로점용감사·환경감사·형질변경감사·정화조감사에서도 건축부분을 감사하기 때문에 적발빈도가 다른 분야보다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
다른 이유로 건축계획에서 공사하고 사용승인까지의 과정에서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중에는 선한 사람도 악한 사람도 유능한 사람도 무능한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어느 한 사람이 자신이 가진 권한(?)을 잘못 사용한다면 진행하는데 문제가 생기게 된다. 건축심의과정에서, 건축허가 과정에서, 철근을 배근하고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과정에서, 사용승인과 위법 건축물의 점검과정에서 부조리는 따라 다니다. 공무원과 건축사, 구조기술사, 설비기술사, 건축시공자, 공사 감리자, 철근 배근 공과 콘크리트 공, 목수와 미장, 인접민원인과 이웃 등 이해관계가 있는 모든 사람들이 부조리를 할 수 있는 요인을 갖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언제 어디서 어떤 문제가 일어날지 모른다.
이런 모든 요인이 다른 어떤 분야보다 건축이 갖고 있는 범위가 광대하므로 많은 사람들의 지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건축부조리의 종류와 발생원인
1. 건축인·허가 담당 공무원에 의한 부조리?
대표적인 부정은 허가 및 감독권한을 남용하는 일이다. 건축허가나 사용승인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필요이상 경직되게 법령을 해석하거나 완화 해석하여 건축주나 건축사에게 불편하게 하거나 불평등하게 행정을 처리하는 것을 들 수 있다. 그것이 고의적이던 잘 몰라서이던 건축주에게는 불편한 결과로 나타난다. 공무원은 모든 법규정을 잘 알고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자신이 평상시 취급하는 규정 정도만 알고 있을 뿐 조금만 다른 상황이 생기면 혼란스러워 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스스로 해답을 찾아 문제를 해결해 주는 적극적인 사람이 있는가하면, 귀찮아하는 사람도 있다. 「짐이 곧 법」이라는 독불장군식의 행정처리를 하거나 무조건 상급기관에 질의·회신을 요구하는 책임전가형도 적지 않다. 윗사람의 눈치만을 보는 무소신형, 이도 저도 아닌 무능력한 사람도 있다.
이러한 가장 큰 이유는 현행 감사제도에 문제가 있다. 사후 감사를 의식한 공무원의 입장에선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해석을 하기를 주저한다. 건축분야의 감사가 가장 많다. 각 기능별로 1년의 절반 이상을 감사에 시달리면 소신있는 행정을 할 수가 없다. 언제 어디서 잘못이 지적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는 한 부정적으로 행정을 할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는 긍정적으로 소신 있게 처리한 업무는 다소 문제가 있다하더라도 정상을 참작한다고 하지만 이를 믿는 공무원은 없다. 20년 경력이 넘는 필자의 경우도 이를 믿지 않는다.
행정처리절차에도 많은 문제점이 있다. 소규모 건축물의 건축허가는 대개 10단계 정도를 거쳐 처리된다. 민원창구에 접수된 문서는 해당 부서별 사환?의해 해당과로 이송되고, 그것을 처리담당과의 접수대장에 기재하게 되면, 서무주임이 과장에게 선람(먼저 보이는 행위)을 하고, 실제 검토할 담당자에게는 5번째로 배당된다. 실제 허가를 위한 검토와 문서의 기안은 전체 문서 흐름시간의 1/10정도도 안 된다. 작성된 문서를 계·과장의 결재를 받아 담당과의 문서대장에 처리 여부를 정리하고, 사환을 통하여 최초 문서접수 창구인 문서통제관과 직인을 날인받아 문서발송 담당자에게 우편 발송을 의뢰한다.
문제는 각 단계별로 필요한 사람들이 그 시간에 있어야 문서가 제대로 흘러간다는 점이다. 만약에 결재할 계장이 다른 회의 참석차 자리를 비운다거나 선람을 해야할 과장이 민원인과 의 면담을 이유로 처리하지 못하면 그 시간만큼은 문서가 지체할 수밖에 없다.
만약 다른 부서와 협의라도 하는 날이면 무려 31개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 그러니 시간이 급한 건축사나 건축주의 입장에선 어떠하겠는가? 담당공무원이 직접 뛰어 다니며 우선 문서를 처리케 하기 위해서는 평상시에 공무원의 안면을 익혀두지 않을 수가 없다.
공무원의 단속권은 대단한 권한(?)이 아닐 수 없다. 기획 조사나 진정 처리시에 위법사항을 적발하고 이를 시정시키는 과정에서 묵인하거나 축소 처리할 경우 부정이 생긴다. 그런 점에서는 건축사나 건축주 등 건축관계인에게는 공무원의 감독권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2. 건축 이외의 관련 공무원들의 부조리
건축과정에서 공무원들에게 전해진 봉투의 숫자가 적게는 10개에서 많게는 30개를 넘는 다는 이야기를 몇 년전 어느 월간지에서 상세히 다룬 적이 있었다.
그 봉투 모두를 건축직 공무원이 받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건축허가 및 사용승인 과정에서 건축과 이외의 다른 부서와 협조를 하게 되는데 그 일을 담당하는 사람은 행정직이거나 토목·하수·녹지 등의 다른 직종의 공무원이다.
200억원의 재산을 모아 물의를 야기한 6급 공무원인 이 모 주사는 건축직이 아닌 행정직이다. 그를 한자리에 10년을 넘게 있게 한 것은 인사담당 공무원이다. 타부서에 발령되어 일주일만에 원 부서에 복직되도록 한 것도 인사부서의 행정직이 한 일이다. 그 동안 숱한 감사를 통해 검정한 사람도 행정직공무원이다. 그리고 그의 업무도 건축직이 하는 일이 아닌 서무의 일이다. 그럼에도 건축직 공무원들이 도매금으로 얻어맞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얻어 맞는 것이 억울하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의 본질을 잘못 진단하고 있기 때문에 억울한 것이다.
'94년부터 '98년까지 5년 동안 서울시에서 금품수수로 징계를 받은 공무원은 398명이다. 그 중 건축직 공무원은 7.8%인 31명에 불과하다. 행정직은 34.2%인 136명이고, 타 기술직은 154명(38.7%), 기능직 등 기타 직종은 77명(19.3%)이다. 이 중 주택·건축과 관련한 범죄사고에 관련된 사람은 61명이다. 그 중 건축직 공무원은 42.6%인 26명인 반면 행정직은 27명, 기타 직종은 8명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그들이 어떻게 부정한 짓을 할 수 있었을까하는 점이다. 법령이나 제도가 그들로 하여금 그렇게 한 것인가? 아니면 사회적인 관행인가? 또 아니면 어느 한 사람의 범죄행위인 것인가?
공사 시공과정에는 건축직 공무원의 공사현장을 방문을 법에서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타법과 관련된 공무집행을 위한 현장방문은 허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도로의 무단 점용과 초과사용여부의 확인을 위해 건설관리과와 동사무소 직원이, 상·하수도의 설치와 도로굴착과 원상복구 확인을 위해 토목과 담당자나 상수도 관련부서가, 먼지나 소음 등 환경분야의 단속을 위하여 환경분야 직원이, 도로상의 주·정차 단속을 위하여 단속공무원과 교통경찰이나 파출소 직원이, 전기·전화·수도·가스의 설치를 위한 해당분야 담당자가 수시로 현장을 방문 조사한다. 그들의 조사 자체를 막을 방법은 없다. 왜냐하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관련법규를 준수해야 할 사람이 준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킬려고 하지 않는 그것이 문제이다. 물론 과도한 규정이 문제다. 지킬 수 없는 정도의 규정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공무원의 과잉 단속도 문제다. 그러나 개인의 이익을 위해 당연히 따라야 할 규범 마져도 무시하는 것이 문제?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있는 한 지적과 시정, 이를 무마하기 위한 현장책임자와 담당 공무원과의 거래(?)는 필연적인지도 모른다
씨 랜드 참사가 일어나기까지 직무유기한 관련 공무원들의 책임이 적지 않다. 공무원의 조사검사권한을 위임받은 건축사의 책임은 더 크다. 불법인줄 알면서 시공한 자는 더욱 나쁘다. 그러나 이 사건의 근본적인 책임은 그러한 불법 건축물을 건축한 건축주에게 있다. 건축으로 가장 큰 이익을 얻는 자는 건축주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공무원이 어디까지 관여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하게 된다. 건축주나 시공자 감리자에게 간섭할 것인가 자율적으로 맞겨 둘 것인가를 결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간섭한다면 어디까지 간섭해야 하는 가도 문제이다.
또한 공사현장에는 사이비 기자나 공갈배가 기생한다. 그들이 기생하게끔 현장에서 약점이 있다는 말이다. 안전을 소홀히 하면 어김없이 인접지 민원이 발생한다.
3. 조직이 갖는 부조리?
어느 국회의원이 후원회를 개최하면서 해당분야 공무원들에게 초청장을 돌렸다고 해서 언론의 가십란에 올랐던 일이 있었다. 초청장을 받은 공무원들은 적어도 5만원에서 많게는 기십만원의 후원금을 납부할 수밖에 없다. 어느 공무원이 감히 국회의원의 초청에 거절할 수 있겠는가.
필자가 일선 구청 건축과장에 있을 때 축의금·부의금 때문에 곤욕을 치루었다. 구의원, 동장 ,구청과장까지 합치면 무려 100명이 넘는다. 그뿐 아니라 소속 직원과 총무과 감사과 등 소위 힘있는 부서의 직원들까지 애경사를 챙기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그래도 많아 나아졌지만 몇 년전만 하더라도 건축과 직원은 스스로 봉이라느니 교통순경이라느니 자조했다. S구청의 과장이 명절과 휴가철에 과비를 거두었다해서 구속되어 파면된 사건이 있었다. 물론 개인의 잘못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
대개 과비는 힘있는 부서나 상사를 모시는데 사용된다. 간혹 생활이 어려운 사환이나 비서, 청소부 등에 나누어준다. 만약에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무능한 과장으로 낙인찍힐 뿐만 아니라 과원들은 여러 가지 불이익을 받게된다. 갑자기 근태점검이 있거나 경미한 사항까지 조사기관에서 직접 조사하여 담당공무원의 잘못을 들추어 징계를 주기도 한다. 그 외에도 적지 않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조직에서의 '왕따'를 당하기가 쉽다. 표창이나 특혜에서 항상 뒤로 밀리기 일쑤이다.
유능한 과장(?)은 경찰이나 검찰, 감사원과 상부기관의 감사과, 언론기관과의 유대관계를 잘 해둔다. 유대관계는 말로만 되는 것도 아니고, 일만 성실히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직원이 20명이 넘으면 별사람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미리 안면을 터 두지 않으면 유사시 대처가 불가능하고 무능한 과장으로 낙인 찍힌다. 그런면에서 과비는 필요악일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은 많이 줄어졌지만 완전히 근절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 모 구청 건축과장 재직시 명절이나 휴가철에 돌리던 과비를 금지시킨 적이 있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위에서 지적한 금단현상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힘있는 기관이나 부서에서 자정하지 않으면 어떤 방법으로도 끊을 수 없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경험했었다.
4. 건축주·시공자·건축사 등 건축관계인의 부조리
덤핑과 최저가 낙찰, 하도급과 재 하청, 면허 및 자격 대여, 부실자재 사용과 부실시공, 공기단축, 감리 및 감독부실, 설계미흡 또는 소홀, 설계변경을 통한 공사비의 증액 등 곳곳에서 함정으로 도사리고 있다. 이러한 건설풍토가 사라지지 않는 한 건축부조리는 근절될 수 없다. 그 공안 감사원이나 검찰에서 주기적으로 감사나 수사를 하고 있지만 위반의 정도가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가 어디 있을까?.
건축물의 특성상 위법된 상태를 물리적으로 시정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고발과 이행강제금, 영업정지나 등록취소 등 신분상·경제상 불이익 처분을 받는 것보다 할 수만 있다면 공무원에게 청탁하여 피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는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교통위반을 한다. 적발되면 잘 봐 달라며 만 원짜리 한 장?면허증 뒤에 붙여놓고 빼 가도록 한다. 그래놓고 사람들은 자신이 위법한 사실에 대해서는 반성 없이 재수 없게 걸려들었다는 생각으로 돈을 받은 교통경찰만을 원망하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행태이다.
5. 청탁과 부탁, 그리고 압력
건축은 평생에 한 두 번 있을까 말까한 일로서 전 재산이 걸린 문제이다. 사활이 걸린 문제일 수도 있다.
문제가 되면 사돈의 팔촌을 동원한다. 법보다는 인정이 통하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여기서 볼 수 있다. 고향을 가리고 선후배를 찾는다. 친구나 직장동료, 친인척도 동원한다. 직장 상사, 감사원이나 검·경찰 등 소위 권력기관의 압력도 적지 않다. 그저 알아보기 위해 전화를 한다지만 전화를 받는 당사자 입장에선 분명한 압력이다. 국회의원, 시의원, 구의원들의 유무형 압력도 적지가 않다. 여기에 언론도 한 몫을 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청탁과 부탁과 압력의 다양한 수단을 동원한다. 너무나 집요하게 덤벼들기 때문에 뚝심과 용기가 없이는 견디기 어렵다.
이는 공직사회에서만의 문제는 아니다. 민간기업은 오히려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 않다. 대기업에서 설계를 수주하는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그들은 수주금액의 절반을 리베이트로 제공한다고 한다. 그나마 소위 줄이 없으면 일을 딸 수가 없고, 일을 수주하였다 하더라도 접대(?)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그 다음부터는 일을 받을 수 없다. 사회 전체가 그러한데 독야청청하라고 요구할 수 있겠는가?
□ 건축부조리를 줄이기 위하여
건축부정과 부조리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하루아침에 해결할 방법도 없다. 아무리 완벽한 법과 제도를 만든다 하더라도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면 어쩔 도리가 없다. 다만 몇 가지의 조치로 그 빈도는 줄일 수 있겠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부조리를 막기 위한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은 좋지만 그로 인한 다른 큰 것을 잃는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빈대 잡기 위하여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1. 법과 제도의 개선?
○ 사익보다는 공공의 이익이 우선된 법
부조리를 없앤다는 하나의 목적만을 위한다면 건축법을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자기 땅에 자기 건물을 짓는데 간섭하고 규제한다면 그것부터가 부조리가 아닐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시는 보통시민들의 공유재산이다. 푸른 하늘을 바라다보고 적당한 일조와 통풍 채광을 누리는 것은 시민들의 권리중의 하나이다. 자연경관을 누리고, 도시기반시설에의 과부하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하는 것?헌법에서 보장한 권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건폐율과 용적률, 높이제한, 용도제한 등의 건축기준이 필요한 것이다. 용적률을 완화하고 대지 안의 공지기준을 폐지하는 것이 규제완화가 아니다는 것이다. '99.5.10자 개정 시행되는 건축법을 보면 우려할 만한 점들이 없지 않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완화하거나 폐지했는지 모를 기준들을 볼 때 건축하고자하는 개인에게는 도움이 될 지 몰라도 공공에게는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 행정절차의 간소화
다만 인허가절차가 복잡하다면 그것은 줄이거나 폐지해도 좋다. 그러나 현행 건축법에서는 공무원이 현장을 방문하거나 건축주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 건축허가시 건축사에게 현장조사 권한을 위임하였고 착공에서부터 사용승인에 이르기까지 전혀 현장을 방문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현재의 공사감리 중간보고제도와 사용승인제도에 대해서는 건축주와 공사시공자·공사감리자간의 당사자간에서 알아서 처리토록 하고, 이를 폐지해도 전혀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공사감리자의 사용보고에 의해 바로 건축물대장에 등재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 같다.
○ 담당공무원의 현장방문 축소
건축법 이외 타법에 의한 확인 검사업무를 위한 공무원의 현장방문을 억제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예를 들어 동사무소의 전담직원으로 하여금 도로점용과 굴착복구를 확인하고 환경분야를 감독하며 도로주정차 등 교통업무까지 맡아하게 한다면 여러 사람의 현장방문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 질의·해석을 위한 시스템의 개발
자의적인 법규정 해석을 막기 위한 시스템의 개발이 필요하다. 좀 번거로울지 모르지만 건설교통부에서 법령 각 조문에 대한 취지와 운영방법을 설명하고, 이미 해석한 내용을 상시 열람이 가능하도록 개방하여 불필요한 질의를 줄이게 하는 방법도 그 중 하나이다. 인터넷망을 통한 일선 행정기관과 법령해석기관과의 대화방을 개설하여 즉석에서 법령의 적용여부를 판단하게 하여 신속한 행정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도 부조리를 줄일 수 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 법령의 구체화·개량화
법령은 가급적 개량화 할 수 있는 것은 개량화하고, 구체적이고 실현가능성 있게끔 표현되어 재량의 여지를 없애야 한다. 현행 건축법은 포괄적이고 개략적이어서 공무원의 재량 범위가 넓은 편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법령량 보다 몇 십배 더 많은 양이 될지도 모른다. 미국의 건축기준(UBC)은 전화번호부보다 더 두껍다. 뿐만 아니라 약 100여개의 타법에서 정하고 있는 건축기준을 하나로 묶어 건축기준법으로 제정할 필요가 있다.
○ 건축행정의 one-stop 시스템 구축
건축행정을 one-stop 시스템으로 바꾸어야 한다. 한 장소에서 한 목소리로 한 번에 가부를 판단하여 처리하도록 해야 한다. 여러 부서를 오가는 가운데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할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겪는 불편함은 헤아릴 수가 없다. 협의기관 부서간에도 유기적인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타법에 대한 허가·인가·승인사항을 건축허가시 의제 처리하도록 되어있지만 조직을 one-stop 시스템으로 바꾸기 전에는 큰 효과가 없다.
○ 건축행정의 투명성 확보
건축행정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의사결정과정은 물론이고 행정처리과정을 공개함으로 행정기관 스스로 구속을 받는다면 부조리는 훨씬 줄어 들 것이다.
서울시에서 행정처리 과정을 소상하게 인터넷에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접수하고 결재나 협의 단계별 처리시간·담당자·계과장 등의 실명을 공개하고 있다. 공무원들의 입장에선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지만 부조리를 줄일 수 있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국제투명성기구에서 우수사례로 들고 있을 정도이다.
2. 건축법령의 위반자는 범죄자
○ 처벌기준의 강화
법이 너무 엄하면 잘 지켜지지 않는다.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이 덕이어야지 법이 되어서는 아니된다. 사회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법은 더욱 엄해지지만 안정된 사례는 거의 없다.
그렇지만 현재의 건축부조리를 없애기 위해서는 일벌백계가 필요하다. 위반과 동시에 체포 구금케 한다던가 위법으로 얻는 이익의 수십 배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하고 강제 집행하게 한다면 위법과 부조리는 당분간은 줄어 들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벗어나고자 새로운 부조리가 성행할 것이다.
그 동안 건축법의 처벌기준은 계속적으로 강화되었다. 1962년 건축법의 제정 당시에는 6월 이하의 징역이나 5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던 것이 1970년에는 3년 이하 징역, 1,000만원이하의 벌금, 1972년에는 3,000만원으로, 1984년에는 5,000만원으로, 1995년에는 3년 이상의 징역이나 무기까지 가능하도록 되었으며, 벌금도 1억원까지 인상되었지만 위법이 좀체 수그러들지 않음을 어떻게 설명되어야 할지 모르겠다.
○ 엄격한 법 집행
법이 아무리 강하고 완벽하다 하더라도 엄격한 그 집행이 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법을 어기는 자는 누구를 불문하고 범죄자로서의 강력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회의원이나 일반 소시민이나 똑 같은 기준에서 똑 같이 처벌을 받는 사회가 될 때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기소하는 검찰이나 판결하는 판사 모두가 같은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건축법 위반이 개인의 범죄행위 이전에 공공에 대한 도전으로 볼 필요가 있다.
3. 제도보다는 사람의 문제? 서툰 목수가 연장 나무라는 것처럼 법과 제도가 완벽하다 하더라도 그것을 집행하는 사람이 바르지 않으면 안된다. 정신교육을 시키고 감사를 강화한다 하더라도 사람이 변하지 않는 한 대안이 없다. 문제는 바로 사람인 것이다.
건축허가를 처리하는 것이 자신의 권한인 것으로 착각하는 공무원이 있다면 문제다. 위법의 단속을 책임진 사람이 자신의 재량으로 착각하여 공정성과 형평성을 잃는 경우도 문제다. 쉽게 처리할 일도 복잡하고 어렵게 푸는가 하면 이를 핑계로 부정한 반대급부를 바라면서 행정을 처리하는 사람도 문제지만 규정을 잘 몰라서 서툴게 처리하는 사람도 문제다. 공무원이 몰랐다는 이유로 면책을 받을 수 없다. 무한의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어떤 특정직종에만 있는 일이 아니다.
교육이나 법·제도의 개선으로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의식이 변하지 않으면 어려운 문제이다.
건축 관계인들의 굳은 각오를 필요로 한다. 이는 결단이 있어야 한다.
□ 판도라 상자의 비밀
건축부조리는 결코 열려진 판도라 상자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누군가 그 상자 뚜껑을 닫는다면 희망은 남아있을 것이다.
누가 그 상자를 닫을 것인가?
건축에 관계하는 모든 사람들이 하지 않으면 결국 제3의 힘에 의해 정화될 수밖에 없다.(PLUS 9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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