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 땀시 부질없는 글을 쓴다요?  
작성자 : 윤혁경 | 등록일 : 2001-12-12 | 조회수 : 579


누가 날더러 그러더라고. "뭣 땀시 부질없는 글을 쓴다오?"라고.

어떤 때에는 그런 생각을 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글 쓴다고 머리 아프 고, 그 글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비판에 머리 아프고, 정말 부질없는 짓거리 를 한다는 생각을 한 두번 한게 아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쓴다는 것은 여러모로 좋다. 자신의 일에 대해 논리적인 대응이 가능해서 좋고, 자신의 주장에 대해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 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서 좋다. 자신의 존재를 널리 알릴 수 있어서 좋고, 부수적으로 금전적인 이익과 나 자신의 상품성을 높이는 시너지 효과 도 적지 않다.

나는 글쓰기를 배운 적이 없다. 문장작법이나 수사학·논리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에 가깝다. 처음에는 무슨 말을 하는지 나 자신도 모를 때가 한 두번 이 아니었다. 공무원이 하는 일은 시민과 밀접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

자신의 업무를 완전히 이해하고 능숙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체계적·논리적인 무장이 되 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시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행정이 시민을 실험의 대상으로, 실수의 경험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런면에서 부끄러운 점이 적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뒤 돌아보면 후회스러운 일 뿐이다. 무지해서 저지른 일에서부터 나만이 최고라는 오만으로 저지른 일까지 부지기수다. 나의 글 씀은 잘못하고 부족한 일에 대한 의견을 듣는 차원에서이다.

글을 쓰는 또 한가지 다른 이유는 공무원 생활중에 취득한 지식과 정보를 공유한다는 차원에서 쓴다. 단편적인 자료일지라도 이를 공유할 수 있다면, 이러한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시민들의 입장에선 유용한 자료가 될 수 잇을 것이기 때문이다.

몇 년전부터 업무와 관련한 글들을 쓰기 시작했다. 건축관련 잡지나 신문 등 에 기고를 하게되고, 그 분량도 점차 늘어나면서 글 쓰는 일에 재미를 느끼 게 되었다. 지명도 때문에 세미나·토론회 등에 심심찮게 발표자나 토론자로 초청받기도 하였다.

글 쓰기 버릇이 생긴 이후부터는 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일에 대 한 당위성이나 필연성을 먼저 따지는 습관이 생기게 되었으며, 일의 추진을 위한 논리적인 무장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는 일마다 자신이 생기고 일하 는 즐거움도 갖게 된다.

일선 구청에 있을 때에는 건축진정이나 건축관련법규와 건축행정제도 개선 에 관해 주로 글을 썻으며, 시 도시경관과에서는 도시설계나 야간경관에 관 한 글을 쓰다가 최근에는 주택·건축 정책, 국토·도시관련 정책 등에도 관 심을 갖기 시작했다.

「걷고싶은 거리 만들기」란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역사·문화환경 개선사 업과 보행환경 개선 사업, 차없는 거리 조성 등 관련 업무에 대한 정보는 본 연의 업무인 도시설계에 대한 많은 도움을 얻게 되었다. 인사동 전통거리와 가회동 한옥보존지역에 대한 방향정립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행정업무에서 완전히 독립된 것이 거의 없다. 대부분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협조체제와 정보공유 체계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반쪽 결과만 나타날 뿐이다. 일반적으로 공무원들은 자신의 일 이외에는 관심을 갖지 않으려 한다.

다른 부서에서의 간섭(?)을 귀찮아하며, 외부에 공개하기를 꺼려한다. 이런 풍토속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님을 밝혀둔다. 그렇기 때문에 알맹이가 없을 때도 있고, 또 완곡한 표현으로 주제를 흐릴 때도 있 었다.

눈치를 보면서 자신의 의견을 밝힌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글 을 쓸 수밖에 없는 그 상황이 나를 즐겁게 해준다. 나는 다른 사람보다는 자료 얻기가 쉬운 위치에 있다. 건설교통부와 서울시 를 비롯하여 도시·건축·주택정책에 대한 자료하며, 서울시의 모든 자료를 다른 사람보다는 쉽게 구할 수가 있다.

인터넷 또한 자료 구입처다. 조금만 관심을 두면 모두가 글 꺼리다. 요리하는 어머니의 마음과 같은 것 아니겠는 가?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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