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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는 말 '000 붕괴', ‘000부실공사', '000특혜의혹', '000수뢰로 구속'……, 계속해서 매스컴에 오르내리던 단골 메뉴들이다. 대형 건설사고가 있을 때마다 건설업계에 빗발치던 비난의 화살, 비록 그 강도나 방향이 약간씩은 달랐을지 몰라도, 그 따가운 질책을 건설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다 경험했을 것이다. 건설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또 그 견인차로서의 이바지 정도가 크고 작음을 떠나서, 잘못된 것이 있다면 반드시 그 원인을 분석하고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함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되풀이되어 왔으며 이는 사고의 원인규명에 있어서 정확한 실체와 모순의 파악을 통한 재발방지, 근본적인 치유보다는 무마용 처방, 미봉책 등으로 끝나버려 그야말로 구조적인 부조리나 비합리성에 대하여는 별로 진전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계속해서 하락하는 건설산업의 위상과 건설인의 부가가치를 다시 새롭게 고양하고자, 우리의 고질적인 건설문화에 대한 유형별 분류 및 원리적 처방책을 살펴보기로 한다.
2. 우리나라 건설문화에 대한 진단 1) 기술자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직업의식 각종 크고 작은 건설관련 사고시마다 우리의 기술자들은 그 자존심이 꺽이고 희생양되어 엉터리 기술자로 전락해 오곤 하였다. 해외공사에서 기술능력을 인정받고 한국 건설업의 위상을 드높인 장본인이 국내 공사에서는 부실공사의 주범이 된 현실을 이해하기 어렵지만, 분명 1차적 책임은 우리 기술자들에게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이 '부실시공은 기술 부족이 아니라, 관리기능의 결여 및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의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국내에서 이처럼 부실공사가 만연하는 것은 기술적인 측면보다 우리 사회 전반적인 의식구조와 제도적 모순에서 비롯된 것이란 이야기가 된다. 이러한 부실의 근본적인 원인은 덮어둔 채 부실시공의 시비가 있을 때 마다 '총대는 너희가 메어라' 식으로 기술자들만을 희생양으로 삼아 책임을 전가시키는 한 기술자의 자긍심과 기술배양, 시대적 사명감을 아무리 소리쳐 외쳐도 공허한 메아리에 불가할 뿐이다. 또한 '돈만 주면 기술자는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기술자는 경영자의 오른팔(?)이 될 수 없다'라는 경영자의 기술자 경시의식은 기술자의 소속감, 책임감을 결여시키므로써 '철새 기술자'를 양산시키고 결과적으로 부실시공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사업의 성공요인을 전적으로 '로비를 잘해서, 수주를 잘해서, 땅구입을 잘해서'에서 찾는 한 '모든 권한과 이익의 수혜자는 관리자이고 기술자는 고생만 한다'는 생각과 함께 '잘해야 본전'이라는 자괴심만 심어 줄 뿐이다. 원인이야 어찌됐든 이러한 현실에 대한 우리 기술자들의 대응책은 - 두말할 것 없이 철저한 직업의식, 즉 장인정신을 확고히 하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건설 여건 속에서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장인을 탄생시키고, 진정한 의미의 장인 정신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그 옛날 육감으로 체득하고 전수하던 기술과 기능을 이제는 체계적으로 이론화, DATA BASE화하여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남겨야 할 것이다. 이제 시대에 맞는 현대식 장인을 키워가지 않는 한 우리의 건설기술은 영원한 이류로 남을 것이다.
2) 불합리한 건설행정 사건, 사고 발생시마다 여론의 향방 또는 특정단체의 로비에 의해 기술자들의 생존과 직결된 제도들을 형식적 절차에 따라 너무도 쉽게 변경시키고 있다. 정책 결정당국의 정확한 건설현장 실태 파악없이 건설기술 능력향상을 위해 장기적 안목으로 신중하게 결정되고 시행되어야 할 제도들을 일과성 탁상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양질의 시공은 공사기간이 충분히 확보되고 그 공사에 합당한 공사비가 투입되어 가능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러한 평범한 상식을 무시하고, 지금 우리의 현장은 건설기술에 관한 한 비전문가인 최종 결재권자에 의해 정책적으로 정해지는 (절대공기를 무시한)공사기간과 경영자들의 그릇된 원가 절감개념(V.E의 개념없이 무조건 공사비를 줄이려는)으로 부실시공의 위험성을 항상 내포하며 진행되고 있다. 권력자의 정치 스케쥴에 따라 결정되는 정책들, 건설관련 정책의 최종 결정권자가 비전문가인 현실, 중요한 건설 정책결정, 각종 규정 제도 변경시 전문기술자가 배제되는 상황, 결국 구조적으로 건설인들을 희생양으로 만들 수 밖에 없는 요인들이다.
3) 건설관련 주체들의 자기 반성 건설관련 제도변경 때면 어김없이 일어나는 치열한 '자기 밥그릇 찾기 싸움'은 국민들에게 기술향상 노력보다는 집안 싸움만을 일삼는 무익한 집단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건설관련 각종제도(특히, 특정분야의 영역, 금전적 이해관계 등) 변경문제는 건설관련 주체들의 배타적 이기주의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건설의 최종 수혜자인 국민의 이익에 따라 결정되어야 할 사안임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우리의 건설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의식을 바로 세우기 위해 건설관련 주체모두 하나가 되어야 한다. 건설관련 주체 모두 철저한 자기반성을 통해 상호견제하고 서로간의 불신을 해소하여 국민에 대한 인식개선, 기술축적 및 건설비리 척결에 앞장설 때만이 우리나라 건설기술의 밝은 앞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4) 기록이 없는 기술, 실험이 없는 신기술 건설현장은 제조업과는 달리, 동일한 설계라고 해도 시공과정의 내용은 판이하게 다른다. 위치가 달라지는 것은 물론, 공사를 수행하는 기능공이 다르고 관리하는 기술자가 다르고 또한, 기후 등 그 변화무쌍한 요소들로 하여 거의 일회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로 인해 가벼운 실수로부터 큰 사고에 이르기까지 시공과정에서 다반사로 일어나는게 실패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실패에 대해서, 과연 기록이 어느 정도 남아 있을까? 규모가 클수록 실패에 대한 기록은 없고, 입으로만 전해지거나 당사자들의 기억 창고에만 보관되기 일쑤이다. 그러하기에 여전히 똑같은 시행착오가 반복되고, 엄청남 인적·물적 피해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수한 기술자, 세계최고의 건설 기술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자유스런 실험 풍토의 조성이 필요하고 실험의 실패에 대해서도 문책보다는 애정을 가지고 용인하는 분위기가 우선되어야 한다. 현장의 실패사고가 있을 경우, 폭로성 언론을 앞세워 융단폭격을 하면서, 누구하나 어떤 의도로 무슨 실험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묻는 이 없고, 어서 빨리 희생양을 만들어 감옥에 넣는 식의 조기수습에만 몰두하는 당국, 이런 풍토에서는 의식있고 심지가 곧은 기술자라도 환멸을 느끼고 현장을 등질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기록을 통한 자기 정체성의 확인, 이것이 기술자 모두의 책임이자 의무로 느껴질 때, 기술의 발전도 드디어 비행기가 이륙하는 것처럼 본격상승국면에 진입하게 될 것이다. 기록이 없는 기술은 없고, 실험이 없는 신기술도 없다. 5) 왜곡된 접대문화 접대의 사전적 의미는 '마땅한 예로서 대함'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접이라는 단어의 뜻이 언제인가부터 왜곡되고 변질되어 '부정부패', '뇌물'등과 같은 부정적인 단어와 동렬에 앉아 사용되는 현실을 맞게 되었다. 여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첫째, 불필요한 규제와 따다로운 행정 규정 절차가 왜곡된 접대문화를 만든다 할 수 있다. 즉 각종 규제, 행정규정과 같은 절차를 통해 필연적으로 발생되는 공무원의 재량권에 편승해 뇌물이나 왜곡된 접대가 오가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입찰단계에서의 특정인만 접할 수 있는 폐쇄적 구조, 건설공사의 특성인 다양성, 가변성에 따른 변경이 발생될 때, 결정권자 편향된 결정을 유도하기 위한 로비와 왜곡된 접대가 발생된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참여자 모두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모든 정보의 공개가 필요하며, 장기적인 계획과 철저한 사전조사를 거친 설계가 필요하다. 우리는 현장에서 졸속 계획과 검토없는 설계로 방향을 잃고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공사를 수없이 보아왔다. 그것으로 발생되는 공사비의 손실은 천문학적이다. 다소 시간이 걸리고, 지연되더라도 완벽한 계획과 설계로 소탐대실하는 과오는 철저히 방지되어야 하며, 아울러 비리의 기회를 사전 차단하여야 한다. 셋째는 '돈 앞에 열리지 않는 문은 없다'는 한국적 비니지스의 풍토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小我를 위한 결과만 우선시하는 천민자본주의에 물들어 있다. 때로는 양심의 고뇌조차 없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행하고 있다. 음험한 요정에서 로비하기 보다는 문화적, 기술적 이벤트로 관심을 끌고, 아름다운 한국식 접대문화를 개발해 공개석상에서 기업의 논리를 세일즈하는 기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이제 속도나 효율을 중시하기보다는 안정과 도덕적 가치에 우선하고, 성장의 내용에 신경을 더 써야 할 때인 듯 싶다. 왜곡된 접대보다 기술경쟁력이 우선되고, 연고보다 경영능력이, 한잔의 술보다는 열과 성을 다한 업무서비스가 인정받는 세상을 하루빨리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부터 과거의 관행과 악습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때이다. 3. 맺는 말 건축은 그 시대, 그 사회가 갖고 있는 모든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역량의 총체적 결집체라 하지 않는가, 따라서 건축을 '사회의 거울'이니 '시대의 거울'이니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오늘날 건축계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은 그 해법에 있어, 사회적 제도라든지 그 활동 전반의 균형발전이 있어야 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건축 생산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이들, 즉 발주자, 설계자, 감리자, 시공자 모두가 사회적 책임을 공유한다는 정신에 입각한 개선 노력이 있어야 될 것이다. 반면, 부실공사라든지 건축문화발달을 저해하는 요소들에 대한 원인 규명에 있어서는 생산에 관련된 모든 분야의 공동책임이라는 애매모호한 입장보다는 그 잘잘못을 가림에 있어 '계약과 법률'에 따른 정확한 책임한계를 긋고 이에 따라 신상필벌하는 제도적 장치 및 사회적 인식이 필요할 때이다. 제도와 법률의 내용에 있어서는 간섭과 규제를 줄이고 불합리한 것은 고쳐 지배보다는 지원을, 잘못의 처벌보다는 잘한 것의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보다 심층적 연구 검토로 효과적인 건설행정이 펼쳐지길 기대하며, 기업가는 기업윤리(business ethics)와 공인의 사고방식에 입각한 공사관리를, 공사에 참여한 건설기술인은 전문가로서의 철저한 장인정신과 전문인윤리(professional ethics)에 바탕한 기술력을 현장에 구체화시켜야 할 것이다. 적당주의를 배격하여 빨리빨리, 대충대충의 태도를 버려야 한다. 오죽하면 모 건설회사가 플래카드에 '원칙대로 시공하자'라는 구호를 내 걸어야 할 정도로 우리 사회가 비원칙적이었는가를 반성해 보아야 할 것이다.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바로 그것, 상식이 통하는 사회, 상식대로 움직이는 사회, 상식에 입각하여 기획되고 발주되고 설계시공되는, 인간적 가치가 최선의 가치로 존중되는 사회가 건설인을 포함한 모든 이들의 노력에 의하여 이룩될 때, 새로운 건축문화도 정착되리라 확신한다.
< 참고문헌 > - 신년기획, 다시 세우는 건설문화, 하우 NEWS 9901∼9906 - 신기덕, 한국건설산업의 경쟁력 : 진단과 처방, 한국건설산업연구원, 2001.2.14 - 우재원, 건축기술자의 위상제로를 위한 제언, 건축 9702 - 중앙일보, 매일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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