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제언 / 김기호(서울대학교 교수)*  
작성자 : 윤혁경 | 등록일 : 2001-12-12 | 조회수 : 998


2년전 겨울 필자는 지난 30여년 동안 해외근무를 했던 우리나라의 중견 외교관 한 분과 만나 저녁을 먹으면서 세계의 도시환경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그 자리에서 그 대사는 필자에게 "세계의 유수한 선진도시에는 다 있지만, 우리나라 서울에만 없는 것이 딱 하나 있는데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필자가 대답을 곰곰히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 대사는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고 대답을 말해 주었다. 그 대사의 대답은 그 동안 자기가 유럽과 미국, 동아시아의 여러 주요도시에서 살아보았는데, 그 모든 도시가 도심뿐만 아니라 주변지역까지도 일방로시스템(One-way System)으로 되어 있는 반면, 우리 서울은 도심부에도 일방로가 없이 이방로(Two-way System)로 되어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동경, 홍콩, 런던, 파리, 뉴욕 등과 같은 다른 선진 외국 대도시의 교통이 서울에 비해 훨씬 더 "절제되어"(Under Control)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는 것이다.
주요도로가 일방로로 됨으로써 도심부의 교통체계가 효율적으로 개선되어 자동차 소통도 잘 되고, 그에 따라 새롭게 발생된 여유공간에 주차공간도 생기고, 인도(the Sidewalk)의 폭원도 넓어지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시민과 보행자가 쾌적한 인도 보행공간에서 유유하게 그리고 사람답게 걸어다니더라는 것이다.

대형 사무실 건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서울 강남의 테헤란로에 가서 건물 앞의 외부공간을 유심히 살펴보면, 건물마다 천편일률적으로 설치된 이른바 "건축물에 대한 미술장식"으로서 조각과 같은 조형예술물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테헤란로에 가서 건물 앞에 "무심하게 놓여있는" 조각물을 보고 즐기고 감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필자의 친구인 한 동료건축가는 테헤란로를 거닐고 싶은 마음은 손톱만큼도 없다고 강하게 얘기하고 있다. 물론 테헤란로가 시민들과 보행자를 끌어들이지 못하는 이유가 단지 무심한 조각물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를 제기하고자 하는 것은 지금과 같이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못하고 있는 "죽은 조각물"들을 테헤란로 변의 건물 앞에 "배치하도록" 법률적으로 규정해 놓은 문화예술진흥법의 발상이, 서울의 도시환경을 문화환경으로 조성하겠다는 본래의 좋은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역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정말로 우리 서울의 도시환경이 모든 서울 시민이나 외국 방문객에게 보다 친숙하고 매력적인 환경이 되도록 개선하기 원한다면, 지금부터라도 문화예술진흥법의 발상과 같은 식의 제도적이고 관료적인 발상에서부터 과감히 벗어나야 할 것이다.

4년 전 우리 대학을 방문한 한 미국건축가를 만났다. 그 자리에서 필자는 그 건축가에게, 우리 서울을 돌아보고 나서 미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해 느꼈던 인상을 솔직하게 편지에 적어 보내달라고 요청했었다. 그 후 그는 약속을 지키면서 장문의 충격적인 편지를 보내 주었다. 그의 서울에 대한 솔직한 인상은 "만일 한국이 자기 할아버지의 나라가 아니었다면, 사업 목적으로 올 때를 제외하고는 결코 서울에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는 말로 요약된다. 그 이유로서 그 건축가는 여러 가지를 들었는데, 그 중에서도 그가 가장 곤혹스러워 했던 것은 서울에서는 안내자 없이 돌아다니기가 매우 어려웠다는 점이었다. 즉 언어소통도 문제지만, 특히 거리의 중요한 안내표지(Signage)가 영어로 병기되지 않아, 외국 방문객들이 서울의 거리에서 자신들이 환영받고 있다는 느낌을 얻지 못하고 있으며, 서울의 거리에서 결코 편안함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21세기는 정보화시대이다. 만일 서울이 세계의 주요 도시로서 주어진 기능을 하려고 한다면, 서울 도심부에서의 "국제적 의사소통"(International Communication) 문제는 적극적으로 해결되어져야 할 중대한 국가적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호주의 시드니가 2000년에 제 27회 올림픽을 개최하게 된다. 호주로서는 올림픽을 두 번째로 개최하는 것이다. 시드니가 올림픽을 개최하도록 허락받게 된 이유로서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환경(the Environment)과 올림픽 경기를 제 3의 차원에서 결합시켰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호주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그들이 "환경 올림픽"으로 했던 것이 많은 점수를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시드니 항구에 위치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건물이 전세계 사람들에게 주는 상징성과 유달리 좋은 이미지가 IOC로 하여금 시드니를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하도록 하는데 아마도 중요한 기여를 하였을 것이다.
아직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는 호주를 상징하는 것 중의 하나로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즉 우리도 시드니에 가서 오페라 하우스 건물을 보고 안에 들어가서 그 곳에서 공연예술을 보고싶지 않은가?

2002년에 월드컵이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개최될 때, 서울과 우리나라의 지방도시 그리고 동경과 일본의 지방도시에서 동시에 개최되게 된다. 월드컵 기간이나 그 전후로 축구경기를 보기 위해 전세계의 수많은 방문객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할 것이다.
우리의 입장에서 볼 때, 월드컵이 치러지는 동안 우리나라에서 거행되는 축구경기를 보러오는 많은 외국인들이 서울을 비롯한 우리나라 여러 도시들을 좀 더 많이 관광할 수 있도록, 서울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도시들을 보다 친숙하고 매력적인 곳으로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했듯이 월드컵 개최도시 중의 하나인 서울의 도시환경은 동경을 비롯한 세계의 다른 도시에 비해 훨씬 못해서, 그 정도가 "외국 방문객이 다시 돌아오기 싫을 정도"의 지극히 나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서울과 우리나라의 다른 도시의 도시환경을 이대로 방치해 둔다고 한다면 우리나라로 볼 때는 최악의 상태도 발생하지 않을까 두려워진다.
즉 외국의 방문객들이 축구경기만 관람하고 나서 관광은 일본이나 홍콩 또는 베이징에서 하게됨으로써, 우리 국가경제 측면에서 볼 때 매우 큰 손해를 보게될 뿐만 아니라, 이와 동시에 우리의 국가적 자존심(the National Pride) 또한 크게 추락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2002년 월드컵에 대비해서 우리나라의 도시환경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 것인가?
우선 이 문제를 다루기 전에 몇 가지 측면을 생각해보자. 첫 번째 측면은 시간적 측면이다. 월드컵 개최시까지 약 3년 정도 남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두 번째 측면은 무엇을 "구조조정" 해야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세 번째 측면은 비용에 관한 문제이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도시환경개선비용이 많이 든다고 한다면 타당성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네 번째 측면은 도시환경개선의 효과(Benefits)가 시민과 국내외 방문객뿐만 아니라 도심부에서 장사하는 상인과 회사 모두에게도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4가지 측면을 가지고 앞에서 언급한 내용을 토대로 다음과 같이 월드컵에 대비한 서울 도시환경의 개선방향을 제시하고자한다.
이유는 비록 서울에 초점을 맞추더라도 다른 지방도시의 경우 이 제시내용을 그 지방도시의 특성에 따라 적절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 제안은 서울 도심부의 주요간선도로를 현재의 이방로에서 일방로로 만들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서울 강북의 종로, 을지로, 청계로, 퇴계로를 일방로로 만들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종로의 경우 차도의 폭원을 축소시키면서, 동시에 차도 양옆에 있는 인도의 폭원을 늘릴 수 있다. 또한 필요하다면, 차도의 마지막 차선은 단기 주차공간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이렇게되면, 불란서 파리의 샹젤리제거리라든지 또는 미국 뉴욕의 5번가처럼 우리나라 서울 강북 도심에도 지금과 달리, 종로의 인도에서 넓은 보행자공간이 마련되어짐으로써 지금보다 훨씬 쾌적한 보행공간 속에서 시민과 방문객이 좀더 유유하게 거닐 수 있게 될 것이다.

두 번째 제안은 이렇게 해서 인도의 폭원이 넓어지게 되면, 걸어다니는 보행자가 쉽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안내표지판을 넓은 보행공간 내에서 넉넉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시청 또는 구청에서 만들고 있는 안내표지판은 걸어다니는 사람이 읽을 수 있고 볼 수 있는 간판이기보다는 오히려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을 위한 간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간판의 위치나 높이, 크기가 보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사려 깊게 고려되었다고 하기 어렵다. 혹시 영어가 병기되었다고 하더라도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그런 수준의 영어 표현은 못되고 있고, "한국식 영어 표현"이 많은 것도 현실이다.
다시 말해서 서울 종로의 안내표지시스템의 수준은 국제적 스탠다드로 볼 때 훨씬 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오죽했으면, 앞에서 언급했듯이, 한 미국건축가가 도저히 알아볼 수 없다고 얘기했을까? 앞으로 우리는 서울 도심에 안내표지판을 만들 때 시민과 외국 방문객들이 쉽고 편하게 보고 읽을 수 있는 표지판을 만들어야 한다.

세 번째 제안은 종로가 일방로가 될 경우 종로거리변에 단기주차공간을 설치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앞으로 종로는 파리의 샹젤리제처럼 또는 뉴욕의 5번가처럼 국제적으로 사람을 끌 수 있는 도심 명품가가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될 때 필수적인 조건으로서 승용차나 "관광버스"의 편리한 접근성이 갖추어져야 한다.

네 번째 제안은 서울 도심부에 일방로시스템을 도입하여 전반적인 교통체계가 개선되었을 때, 서울에서 외국관광객을 끌 수 있는 명소들, 예를 들어서 동대문시장이나 남대문시장, 이태원, 남산, 압구정동과 같은 곳을 잘 연계(Network)시키자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서울의 명소들을 서로 연계시킴으로써, 관광객들이 보다 쉽게 여러 명소들을 보고, 즐기고, 쇼핑할 수 있도록 유도하자.

우리가 이번에 해야 할 것은 1차적으로는 2002년 월드컵에 대비해서 도시환경을 개선하는 일이지만, 더 나아가서는 앞으로 우리나라도 미국이나 불란서나 호주처럼 다시 한 번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겠고, 좀 더 궁극적으로는 서울이나 우리 지방도시의 도시환경 수준이 선진 외국도시같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어서 세계의 모든 사람이 우리 서울과 지방도시에 사업이나 관광 목적으로 반드시 방문하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 나가는 일일 것이다.
(1999. 3. 문화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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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호(서울대학교 교수)
김기호 교수는 두 분이다. 서울시립대학교의 김 기호 교수와 이 글을 쓰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의 김기호 교수에 대하여 간혹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 더구나 같은 도시설계분야를 가르치시고 계시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 교수님은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일에도, 직접 도시설계용역에 참여하시기도 하신다.
주위의 눈치를 살피는 일이 적기 때문에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어쩌면 이는 左雇右眄하는 소신 없음보다 훨씬 존경스러운 일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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