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건축법  
작성자 : 윤혁경 | 등록일 : 2001-11-21 | 조회수 : 76


□ 인간이 만든 가장 강한 구속력 - 법?

만약 어느 곳에 한 사람만 산다고 하자. 그가 벗던 입던 아무 문제가 없다. 집을 짓고 싶으면 짓고, 움막에 거주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도 누가 간섭할 사람이 없다.
그런데 둘이 되면 문제가 간단치가 않다.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세 사람이면 더욱 복잡해진다. 삼각관계가 되기 때문이다. 마을이 되고, 사회가 되고, 국가가 되면 도저히 풀 수 없는 관계가 생긴다. 문제가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이 만든 것 중 가장 강력한 힘이 법인 것이다. 법은 다수의 이익이 보장되는 선에서 만들어진다.

□ 건축법의 모태는 헌법이다

건축은 공간을 구성하는 작업이다. 그 공간을 이용하는 것은 사람이다. 결국 사람들로 하여금 공간을 유용하게 사용하게 할 수 있도록 지켜야 할 제반사항이 적지 않다. 구조와 설비, 피난과 방재, 미관과 조경 등 건축물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건축물의 구조나 용도에 따라 적재하중을 달리 산정하고, 냉난방과 급·배수,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위생시설에 이르기까지 세세한 부분의 기준을 정한다. 뿐만 아니라 용도에 따라 계단이나 복도의 규격을 정하고, 내화·방화, 피난 통로와 방화문 등에 관한 기준도 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기준에 따라 설계한 건축물이 과연 최적의 결과인가 하는 점에서는 반드시 그렇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법은 최적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기준을 제시하기 때문에 설계자는 스스로 적정한 기준을 만들 줄 알아야 한다.


□ 건축법은 건축절차를 정한 법이다.?



건축계획에서부터 심의·허가·착공·시공·완공·사용승인·유지관리·철거에 이르기까지 과정에서 준수해야 할 절차를 정하고 있다.

모든 건축물이 건축허가 대상은 아니다. 입지와 규모에 따라 건축허가 대상이 되기도 아니 되기도 한다. 건축심의 대상도 일정 규모만 해당된다. 공사를 착수하기 전에 착공 신고를 한 후에 공사를 할 수 있다. 공사가 완공되었다 하더라도 사용검사나 승인을 받지 않으면 사용 할 수 없다. 건축물을 사용중 용도변경, 증·개축, 대수선, 철거 등에 필요할 규정을 두고 있다.




□ 건축법은 모든 관계자들의 의무와 책임을 정한 법이다?

건축에 직접 관계를 맺는 사람은 대개 4부류다.
우선 건축주를 들 수 있다. 대지주나 사업자일 수도 있다. 아니면 건축물을 사용하는 사람으로도 볼 수 있다. 건축주와 사용자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다음은 공사를 직접 시공하는 자, 즉 공사 시공자이다. 공사시공자는 개인일 수 있으나 대부분 회사라는 집합체이다. 목수와 철근공 등 직접 노동에 참여하는 자와 감독이나 현장 소장 등 관리인에서 자본을 투자하는 대표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공사시공자의 부류에 포함된다.

설계자와 공사감리자를 들 수 있다. 대개 건축사가 개인 또는 회사의 형태로 운영된다. 소속된 직원에서 구조·설비·토목·조경 등 전문기술자를 포함된다.

이들 관계는 복합적인 관계를 가진다. 예를 들어 시공자나 설계자, 감리자는 건축주와 직접적인 계약관계인 반면, 설계자와 시공자, 감리자와 시공자, 설계자와 감리자는 간접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이들 각자가 건축물이 완성되기까지 지켜야 할 책임과 의무, 위반시 처벌에 이르기까지를 정하고 있다. 민법에서 정할 것까지도 건축법에서 정하고 있는 부분도 없지 않다. 건축착공 신고시에 건축주와의 계약서 사본을 첨부케 하는 일을 민사로서 건축법이 다룰 일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계약풍토에 대한 건축주보호 대책의 일환으로 그렇게 한 것이다.


□ 건축법은 도시를 관리하는 수단이다

1. 사전승인 대상을 특별시·광역시장의 허가제로 변경

일반적으로 도시관리는 도시계획법이 전부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건축법·주택건설촉진법 등 건축과 직접 관련된 법률도 도시관리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도시계획법은 도시를 큰 틀로 관리한다. 지역·지구·구역을 지정하고, 도로와 철도, 기간시설의 설치와 공급, 재개발사업과 택지개발사업 등을 다룬다.

건축법에서는 지역·지구에 따른 건축물의 규모와 용도 등을 정한다. 건폐율과 용적률, 건축 가능한 용도 등을 정한다. 또한 가로구역별 건축물 최고 높이를 정하고, 도시설계를 통한 소단위 지역의 zoning plan도 건축법에서 다루고 있다.


□ 건축법은 인근과의 상린관계를 조정하는 법이다


대부분 개체기준을 두고 있지만 인접의 피해를 감안한 규정도 있다. 물론 민법에서 다룰 문제이지만 건축물이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일조기준이 있다. 정북방향에 위치한 건축물에 대한 일조를 확보하기 위한 규정이다. 일정규모 이상 건축물은 불특정 다수인에게 상시 개방된 공간, 즉 공개공지를 확보해야 한다. 이웃과의 분쟁은 건축분쟁조정위원회에서 중재를 한다.

대지 안의 공지기준과 차면시설 설치기준은 이웃을 고려한 중요한 규정이었지만 민법에 의해 처리될 문제라 하여 '99년5월 개정 시행되는 건축법에서는 폐지되었다.


□ 건축법규정하나가 건축형태를 바꾸고 건축문화를 변화시킨다


필자는 그 동안 10여년을 건축법 만드는데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사람중의 하나이다. 그러므로 건축법에 대한 애착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자부심과 부끄러움을 함께 갖고 있다.

가장 후회하는 일이 하나 있다. 다락의 건축기준을 변경한 사건이다. 합각지붕이나 모임지붕의 경사공간을 이용한 다락방은 반자높이를 1.8m이하로 제한하던 시절, 양심 불량인 건축주들은 층고를 3m이상하여 1개 층으로 만들고 내부만 평균 1.8m이하 되게 한 후 나중에 새로이 반자를 설치, 사실상 1개 층으로 개조 사용함으로 감사나 수사를 받는 비리의 원인이 되었다. 많은 공무원과 건축사들이 이에 연루되어 처벌받고 구속되는 등 더 이상 방치할 경우 무슨 일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층고를 1.5m 이하로 규정하면 다락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그렇게 법이 개정되게 하였었다.

당장 위법은 줄어들었다. 아예 다락을 만들지를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건축물이 평스래브로 건축되면서 누렇고 푸른색의 PVC 물탱크와 옥탑만 덩그라니 올려놓는 볼품없게 도시로 변하고 말았다.

물론 그 당시에는 그것이 최선이었지만 지금 와서 보면 얼마나 단견이었는지 후회막급이다.

또 하나의 사례. 미래에 대한 문제이다.
최근 우리에게 닥친 IMF사태는 모든 가치를 경제 살리기에 두고 정부는 규제법률을 폐지하거나 완화하도록 하였다. 건축법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많은 내용이 완화되거나 폐지되었는데 그 중 한가지, 폐지된 다세대주택의 일조기준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종전에는 개구부가 향하는 방향으로 인접대지경계선까지 그 높이의 1/2을 띄우게 되어있었지만 폐지되고, 민법 제242조 규정에 의한 50cm만 떨어지면 된다. 규정의 완화로 다세대주택 건축은 늘어나리라 본다. 그 경우 골목길 주거환경은 열악해 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채광·통풍·조망은 물론이고, 주차·청소 등 어느 것 하나 나아질 것이 없다. 여유공간 없이 들어서는 다세대주택은 얼마 못 가서 슬럼화 될 것이다. 한번 잘못 들어선 건축물이 다시 건축되기까지는 수십년이 지나야 되고, 설령 재건축 된다 해서 더 나은 환경이 되리라 장담할 수가 없다.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는 그 정도는 감내해야 할 일이라면 할 말을 잊는다. 환경이냐 경제회생이냐.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에는 너무나도 어려운 상황이다.
작은 규정 하나가, 글자 몇 자가 이처럼 엄청난 결과를 불러온다면 법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ARCH21. 9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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