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서 김 서방 찾기-문패달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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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윤혁경 | 등록일 : 2001-11-21
| 조회수 : 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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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송파구청 건축과장 때의 일이다.
● 서울은 미로
서울에서 집 찾기가 쉽지 않다. 번지수로는 바로 옆집이 분명한데 영 딴판인 경우가 허다하다. 김 서방 찾기보다 더 어려운 게 집 찾기다. 번지 없는 주막, 흘러간 유행가처럼 문패 없는 건물이 적지 않다. 집배원 아저씨들의 고생은 여간 아니다. 그래서 문패 달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썩 좋은 성과가 없는 것 같다. 많은 시민들은 익명성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요즘 남편과 아내의 이름을 나란히 한 문패도 적지 않다. 아이들 이름까지 같이 한 것도 있다. 보기에 더 없이 좋다.
우리 나라의 주소체계는 토지 지번을 그대로 사용한다. 지번은 1910년 토지조사사업 당시에 부여된 것이다. 세금을 제대로 걷기 위한 토지관리를 목적으로 한 것이다. 그러나 도시가 급팽창하고 변화가 많아 현대에 있어서 이를 기초로 한 주소체계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토지의 분할과 합병이 자유로와 지번이 수시로 바뀐다. 뒤죽박죽이 되어 몹시 혼란스럽다. 예로 들어 한 모(母)번지에 5개의 자(子)번지가 있다고 하자. 그 중 한 번지(1-1번지)를 다시 분할한다고 하면 연접된 1-2번지 사이에 새로운 지번, 1-6번지가 태어나게 된다. 그렇게 하기를 몇 번씩 하다보면 지번은 순서를 잃고만다. 1-1다음에 1-2가 나와야 되는데 1-6이나 다른 지번이 튀어나오면 집 찾는 사람은 그 때부터 혼란에 빠진다.
그래서 주소로 집 찾기보다는 특정가로나 특정 건축물을 깃점으로 하여 찾는 것이 훨씬 편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도곡동 개나라 아파트 앞 무슨 건물, 삼성동 무역센타 뒷 건물 등으로 찾기는 쉽다. 인지도가 높은 건축물이 없는 경우 간판이 그 역할을 담당한다. 무슨 약국 간판을 따라 뒷골목으로 들어와 몇 번째 건물, 무슨 색깔 간판 좌측에 있는 건물 등 간판이 기준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간판이 경쟁을 하듯 커지고 자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부작용을 가져온다.
● 건축물 표지판 설치?
서울시 건축조례 제72조 규정에 의하면 12m이상의 간선도로변에 면한 건축물과 6m이상의 교차로 변에 면한 건축물은 20㎝*30㎝이상의 건물 지번 표지판을 설치토록 권장하고 있다.
건축허가를 받은 경우는 사용승인시 설치를 조건으로 하니까 그나마 설치가 되지만 기존 건축물은 특별히 행정기관에서 제작 보급하지 않으면 어쩔 수가 없었다. 또한 문패를 건축주의 선택에 의해 설치케 하였더니 설치하지 않으니만 못한 것들도 설치되어 오히려 도시미관을 저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 구청에서는 모델안을 만들어 권장하고 있었는데 필자의 안목으론 신통찮은 것이었다.
송파구 건축과장에 근무할 1994년의 일이었다. 우선 1개 동을 선정, 시범적으로 문패를 달기로 하고,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았다. 디자인 컨셉으로 독특하고, 눈에 띄되 천박하지 않아야 하며, 송파구의 이미지를 담아야 한다는 것으로 정하고. 색상은 3가지를 넘지 않는 조건으로 디자인을 했다. 현대적인 감각을 담아서 말이다.
대형 건축물용과 소형 건축물용으로 45×45㎝와 30×30㎝ 규격의 2종류 모델을 제작했다. 흰색 바탕에 송파구의 상징인 소나무를 아주 작게, 그러나 눈에 띄게 배치하고, 『oo동 oo번지 oo호, △△빌딩』으로 동명·번지·건물명만 표시했다. 글씨체도 신명조나 궁서체가 아닌 샘물체를 사용하여 신선한 현대감각을 살렸다. 이를 설치한 시민들의 반응은 매우 좋았다.
● 길 따라 집 찾기
그러나 지금의 주소체계로는 아무리 문패를 크게 달았다 하더라도 집 찾기가 쉽지 않다. 강남구에서는 1998년부터 가로별로 건물 번호를 부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총 961개의 도로에 새로운 이름을 부여하고, 2만1천여개 해당 건물에 건물번호를 달았다. 그러나 이 것도 반드시 성공한 것이라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기존의 여러 필지를 하나로 개발할 경우 기존의 번호가 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프랑스·영국 등에서는 도로방식에 의한 주소표시제를 채택하고 있다. 워싱톤시에서는 국회의사당을 가로지르는 동서와 남북도로를 기준으로 이에 평행한 도로를 street, 교차하는 도로를 avenue로 구분하여 부른다. 보통 한 블록내의 건축물은 100개 이상 넘지 않도록 하며, 가로의 동쪽과 남쪽은 홀수, 서쪽과 북쪽은 짝수번호를 부여한다.
일본은 1963년 주소표시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종래의 지번(新宿區 二丁目 8番 1號)에 따른 주소체계를 블록방식에 의한 주소체계(新宿區 2街 8블럭 1號)로 사용하고 있다
정부(행정자치부)와 서울시에서 이에 대한 효율적인 방안을 연구 중에 있지만 당장 뾰족한 방법은 없는 것 같다. 개발등 변화가 많은 도시에서는 어려울 것 같다. 앞으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준비를 해야한다. 홍보에 주력해야 하고, 관광안내도 같은 건물번호가 기재된 지도의 제작보급도 보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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