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도시관리 수단-도시설계 업무만 5년  
작성자 : 윤혁경 | 등록일 : 2001-11-21 | 조회수 : 622


1995년부터 현재까지 도시설계업무 담당자로 근무할 때 일이다.

● 살아있는 괴물 다루기


도시는 살아있는 생물체다.
제대로 콘트롤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공룡으로 변할 수 있다. 제어 불가능한 괴물로 변하기 전에 바로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오늘, 우리에게 부담으로 다가온 도시문제의 해결을 위해 수고와 노력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이었는지 실감할 것이다.
숱한 반복된 경험에서도 결코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만큼 도시문제는 어려운 것이다.

과연 도시는 누가 관리·운영하고 있는가? 몇몇의 도시계획가 도시행정가들인가? 작게 드려다 보면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수 전문가 그룹이 의도한대로, 계획한대로만 굴러가지 않는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숱한 이외성들이 잠복해 있어서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를 때가 적지 않다.

● 도시관리 수단?

일반적으로 도시를 종합적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틀은 대개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거시적(macro)인 안목으로 관리하는 용도지역·구역·지구제를 들 수 있다.
주거·상업·공업·녹지지역의 4개 지역으로 나누고, 필요에 따라 미관·고도·풍치·아파트지구 등을 중복 지정한다. 이는 전형적인 도시관리수단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도시를 평면적으로 해석하는 소극적인 관리기법이라 할 수 있다.

보다 적극적인 수단으로 재개발·재건축 같은 단지설계나 상세계획이나 도시설계(20001,28자 개정된 도시계획법에 의하면 도시설계와 상세계획을 지구단위계획으로 통합운영하기로 되어있음) 제도가 있다.
이는 보다 미시적(micro)으로 도시를 드려다 보면서 공간적인 계획인 지구입체계획이다 규제성이 보다 강한 관리수단이다.

● 도시설계 5년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다. 디지털 시대엔 1년이면 라면을 끓인데나 뭐라나.
하여간 서울시 도시설계 담당 실무자로서 한가지 일에만 5년을 넘게 담당하고 있다. 그 동안 무려 70여개 지구에 대한 도시설계승인 업무를 취급했다.
도시설계위원들의 토의과정을 곁가지로 주어들은 풍월로 몇 마디를 하고 싶다.

도시설계를 작성하는 용역자그러나 이러한 관리계획은 계획을 수립함에 있?계획수립자의 편견이 개입될 소지가 크고, 잘못 수립된 계획의 결과가 너무나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또한 토지소유자의 권한을 지나치게 제한할 뿐 아니라 건축가의 창작의도가 제대로 발휘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도시설계를 통하여 조성된 서울의 대표적인 곳은 테헤란로와 대학로다. 물론 그것이 반드시 성공적이었다는 말은 아니다.
분당이나 일산 등 서울의 위성 신도시 대부분이 도시설계를 통하여 조성되었다. 무분별한 개발이 이루어진 도시와 분명히 비교가 되는 도시다. 그러나 조성초기의 설계의도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달라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이상할 것은 없다. 도시는 쉼 없이 변화를 맞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대지의 개발방향을 설정하는 도시설계와 기존 도시의 재정비를 위한 도시설계는 그 내용과 접근방법이 전혀 다르다. 신도시나 택지개발사업은 설계자의 의도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지만, 기존 도시는 많은 제약으로 설계가 자유롭지 못하다. 도로의 확장이나 공공공지 등의 용지확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개발목표에 대한 이해관계가 상반될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저항을 슬기롭게 조절하는 것에 따라 도시설계의 성패가 가름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시설계는 '80년 건축법에서 탄생한다. 건축법 제8조의 2 「도심부내의 건축물에 대한 특례규정」이 신설되고 같은 해 11월 도시설계 작성기준의 근거가 동 시행령에 신설되고 '93. 12. 29 건설부 훈령 제650호로 「도시설계의 작성기준에 관한 규정」이 시달되었다.

서울시에서는 '83. 8월 세종로·종로·을지로의 도심지구를 필두로 '90. 5월까지 11개 도시설계구역이 지정 운영하였다. 그후 '95년부터는 용도지역의 변경에 따른 지역관리차원에서 도시설계지구나 상세계획구역이 지정되기 시작하여 '99. 1월 현재 93개지구 15.2㎢에 이른다.
시 전체면적의 2.51%, 개발가능한 시가지면적의 3.98%를 차지한다. 시 전체면적에 비해서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지만 준주거지역의 46.25%, 근린 및 일반상업지역의 34.8%이고, 5개의 지역중심과 41개의 지구중심, 47개의 생활권중심지로 구성되어 도시위계상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서울은 다른 도시와 달리 도시설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도시의 경우 매우 소극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부산광역시의 경우 6개 지구 4.37㎢. 인천광역시는 4개 지구 1.48㎢, 대전광역시는 2개 지구 1.65㎢, 경기도는 10개 지구 32.3㎢,경남은 2개 지구 12.11㎢,제주도는 1개 지구 0.16㎢, 충남이 1개 지구 0.98㎢로 모두 26개 지구 53.05㎢에 불과하다.('96도시계획현황/1997.11/건설교통부)

'95년 3월, 송파구 건축과장에서 서울시 도시경관과에 경관지도계장(도시설계 업무)으로 발령 받아 한 업무만 4년을 넘게 담당했다. 딸아이는 계장이 과장보다 높은 줄 안다. 서울시는 구청보다 직급이 한 단계씩 높기 때문이다. 호칭이 뭐 중요하냐고 할지 모르지만 세상살이는 그렇지가 않다. 친구들은 이사나 상무, 소장이라는 직책을 갖고 있는데 만년 계장이라니, 이제 그도 없어지고, 담당 사무관이라거니, 팀장이라고 부른다. 이야기가 딴 곳으로 흘렀다.

같은 업무를 지속적으로 담당하다보니 '서당개 3년차'보다는 나아야 되지 않겠는가? 그러나 사실 부끄럽다. 제대로 이루어 놓은 것이 없으니 말이다.
사실 도시설계는 귀찮은 업무다. 한마디로 생기는 것 없고, 원성만 듣기 때문이다. 내용도 생소할 뿐 아니라 이해관계가 얽힌 일을 푸는 것도 쉽지 않다. 일선 공무원이 매우 부담스러워 하는 업무다. 기피 대상 제1호인 셈이다. 도시설계는 지구의 지정과 도시설계 작성단계에서 세밀한 검증을 거치지 않으면 실제 집행과정에서는 엄청난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무엇 때문에 도시설계지구로 지정해야 하는가? 분명한 목적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 목적이 분명해야 설계할 방향을 정립할 수가 있는 것이다. 또한 도시설계를 작성하는 용역업자는 경험이 있어야 하며, 유능해야 한다. 유능한 것만으로 제대로 된 설계를 할 수 없다. 그러나 경험있는 용역자가 그리 많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지금까지 도시설계나 상세계획의 시장이 그리 넓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험할래야 할 기회가 없었다. 그런 와중에 서울시에서 도시설계와 상세계획 용역이 100여개가 동시에 발주되었으니, 경험 여부를 가릴 계제가 못되었다. 더구나 저가입찰을 선호하는 계약방법은 실력과 무관한 용역자들이 업무를 수주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도시설계에 대한 기본 개념도 없을 뿐 아니라 무관심한 상태에서 모든 의사결정을 용역자에게 맡긴 사례도 없지 않았다. 도시설계 목표의 수립은 행정책임자의 몫이다.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기법과 수단을 어떻게 적절하게 활용해야 하는지, 지역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지역민들의 기대치는 무엇인지는 도시설계 용역자가 하더라도 말이다. 용역자 중에는 이 분야에 처음인 경우도 있었다.

기성 시가지에서의 도시설계는 이상만으로는 안된다.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는 저항에 부닥칠 것이다. 현실과 타협할 경우가 많다. 경험 있고 유능한 용역자는 주민과 자치구를 이해 설득시킬 줄 아는 know how를 가지고 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이지만 실현 가능성이 없다면 무용지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이루어진 서울시의 도시설계는 거의가 용도지역의 Up-zoning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다. 2011년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에 따라 자치구별로 일반주거지역이 준주거지역 또는 근린상업지역으로, 준주거지역이 근린상업 또는 일반상업지역으로 상향됨에 따라 도시설계나 상세계획을 통하여 적절한 관리를 하도록 한 것이다. 용도지역의 상승은 용적률의 증가가 필연적이고, 그에 따른 도시기반시설의 확충도 따라야 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도시기반시설을 확충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적절히 제어할 수단으로 사용됨으로 순수한 의미의 도시설계는 아니라고 본다.

'99.2.8자 개정된 건축법은 제3기 도시설계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대상지구를 지정함에 있어 도시계획절차에 의해 지정되던 종래의 방법을 폐하고, 지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는 지방자치단체장이 대상구역을 바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택지개발사업이나 토지구획정리사업이 완료된지 10년이 넘는 곳과 미관지구 고도지구 풍치지구 등 특정목적을 가지고 지정된 지구에 대하여 의무적으로 도시설계구역으로 지정, 관리케 하고 있다.
이는 결국 도시전역을 zonning-control하겠다는 깊은 의도가 숨어있다. 건축법에서 가로구획별로 건축물 높이를 제한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장기간이 소요될 것이다. 많은 시행착오도 겪을 것이다. 그러나 가야할 길이라면 지체할 필요는 없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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