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시공 명령을 받은 부실 시공?  
작성자 : 윤혁경 | 등록일 : 2001-12-12 | 조회수 : 858


우리나라는 지진에 대해 결코 안전한 지대가 아니다. 매년 지진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92년에 15회, 93년도엔 22회, 94년도엔 25회, 95년도엔 29회, 96년도에는 34회나 발생하였다. 얼마 전에 발생한 홍성지진을 비롯하여 계속적인 지진에 여간 불안하지가 않다.
제대로 시공한 건축물도 지진에 버텨 내기가 쉽지 않은데 하물며 부실 시공된 건축물은 어떨까?

97년 4월에 발생한 이란의 지진 피해 모습은 수만 채의 주택이 마치 추풍낙엽 같았다. 폭격을 당한 폐허의 도시보다 더 참혹한 모습 이였다. 97년 5월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의 한진 아파트의 옹벽 붕괴 사고는 우리나라의 건설 현주소를 바라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시공자는 설계자를 탓하고 설계자는 시공자를 탓하는 사고 후의 그들의 행태는 붕괴사고보다 더욱 부끄러운 모습으로 비춰졌다. 바로 얼마 뒤 안양 고가도로 교각의 붕괴사고가 또 한번 우리를 놀라게 하였다.
왜 부실 시공이 끊이지 않을까? 우리의 건설 실력이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인가?
기술자 다운 기술자들이 보이지 않는다. 장인(匠人)정신이 사라져 버린 오늘날의 건설 풍토는 또 다른 부실을 잉태하고 있다.
삼성건설은 1995년 10월' 신건설 제도'의 시행을 선언하였다. 자신들의 시공에 대해 책임을 지겠으며,이를 확인하기 위해 하자 보증기간 내에는 매 6개월 마다 안전 진단을 실시하고 하자보증 기간이 만료되더라도 주기적으로 안전 진단을 실시하겠다는 내용이다.

부실 시공은 법과 규정이 없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덤핑 등 과당 경쟁, 기술 인력 부족, 면허대여, 설계 미흡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정신 자세의 결여이다. 사라져 버린 장인 정신을 되찾지 않고는 결코 해결될 수 없는 일이다.

건축 공사의 크고 작은 부실 시공은 입주자, 건축주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준다. 재산상의 피해는 차치하고 정신적인 고통은 말로 다할 수 없다. 건축은 평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하는 일이다. 전재산을 투입한 건축물은 인생의 희망인 동시에 삶의 목표일 수도 있다. 그 기대감이 무너질 때 받는 충격은 어떤 표현으로도 설명되어질 수 없으며, 무엇으로도 보상으로 치유할 수 없다.
부실 시공에 대한 진정과 하자에 대한 진정은 끊임이 없다.
이들 진정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데 그 특징이 있다.
미온적인 시공자의 태도는 피해자의 분노를 가중시킨다. 하자냐 아니냐의 말싸움에서 지치고, 시공자의 잘못이냐 설계자의 설계 잘못이냐로 다투고,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는 하자 보 수의 시기에 대해서도 짜증스럽고, 겨우 시작된 보수의 수준에 대해서도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더구나 하자의 수준을 넘은 부실 시공에 이르면 대안이 없다. 부실 시공과 하자의 구분도 명확하지가 않다. 하자란 설계대로 정상적으로 시공하였음에도 예기치 못한 상황 발생시 일어나는 잘못을 의미하고 부실 시공은 처음부터 어떤 이익을 전제로 설계 도서와 달리 시공하킬? 저급한 품질을 사용하여 발생하는 잘못이라고 정의 하기도 하지만 정확한 구분은 아니다.

이런 피해를 당하지 않고는 그 참담함을 모른다. 심약한 사람은 화병(火病)을 얻기도 한다. 한번 잘못 시공된 것을 바로 잡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설령 고친다 하더라도 재발할 우려가 많으며, 당초의 완벽 시공 상태까지 보수하기가 불가능하다. 하자 보수의 과정도 결코 만만하지가 않다.
공동주택은 공동주택관리령에서 하자 보수비용을 공사비의 3%범위 내에서 예치하도록 하고 있지만 일반 건축물은 당사자간의 계약이 없으면 하자에 대한 담보가 어렵다. 분명한 계약이 부실 시공을 예방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하자 보수비의 예치, 하자 보수 기간과 방법, 지체 이행할 때의 상황 등을 계약서에 명기할 필요가 있다. 사후 분쟁이 발생할 경우 계약서에 의하여 권리를 보호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995년 9월 서울 동부지원 민사 합의 5부(재판장 박 성철 부장판사)는 부실 시공한 시공자로 하여금 부실 시공한 건축물을 철거하고 재시공하도록 판결하였다. 서울 강동구 길동의 이(李)모 씨가 D건설 회사에게 연립주택을 건설토록 의뢰하여 공사를 완공하였는데 도저히 분양이 불가능할 정도로 부실 시공을 하였다. 이에 건축주가 시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부실의 정도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한 재판부는 연립주택을 철거하고 재시공하도록 판결하였다. 이는 기존의 법률 관행에 비추어 매우 이례적인 판결이 아닐 수 없었다. 향후 부실 시공을 일삼는 시공자들에게는 엄청난 타격이 아닐 수 없는 사건 이였다.
판결문에서 '건설사가 입게 될 막대한 손실을 고려한 기존의 법률 관행이 있더라도 회복 불가능한 부실 시공을 자행한 건설사에 적용하는 것은 사회정의에 위반되는 것이다'라고 하면서 '안전성을 결여한 건물에 대해 과감히 원상 회복토록 함으로써 붕괴 등 불행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사회,경제적으로 이익이 되는 만큼 재시공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하였다.

공동주택의 하자 보수 기간이 3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되었음은 그 기간만큼 시공자의 부담이 늘어남을 의미하고 그만큼 부실 시공은 줄어들 것이다.
자신의 권익을 찾고자 하는 소비자의 인식이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진정보다는 소송 등 을 통하여 권리를 구제 받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 부실 시공과 하자에 대한 소송도 증가할 것이다. 당분간은 이러한 쟁송이 필요하다고 본다. 시공자들이 부실 시공을 하지 않을 때까지.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사태가 오지 않도록 시공자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 부실 시공의 오명을 벗어나겠다는 각오가 없다면 그만큼의 손해는 정당한 것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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