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윤혁경 등록일시 2001-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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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山의 해’/이연재/경향신문

[여적]‘山의 해’

‘지구엔 돋아난 산이 아름다웁다/ 산은 한사코 높아서 아름다웁다/ 산에는 아무 죄없는 짐승과 어여쁜 꽃들이 모여서 살기에 더 아름다웁다’. 산을 닮고 싶다고 노래한 신석정 시인은 산을 매우 사랑했나보다.

우리나라는 무척이나 산이 많다. 산은 그 넉넉함으로 사람들을 품에 안는다. IMF로 실직한 사람들이 산으로 출근하는 서글픈 광경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그들은 산에서 위로와 새로운 힘을 얻었을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산으로 돌아가 자연과 하나가 되고 싶어 했고, 천지의 운행과 자기를 조화시키는 삶의 예지를 얻었다. 이태백은 ‘산중문답’에서 “이곳은 인간세상이 아닌 별천지”(別有天地非人間)라고 노래했다. 우리나라에 산을 사랑하는 등산인구가 많은 것은 산이 마음의 기쁨과 활기, 그리고 건강을 가져다주기 때문일 것이다.

불경에는 ‘산은 마음의 고요와 고상함이요, 큰 산은 높은 덕이 솟은 것 같다’는 구절이 있다. 이 때문인지 하늘을 향해 우뚝 선 산은 예로부터 성스러운 장소로 여겨져 왔다. 그리스 신화에서 올림포스산은 신들이 사는 거처였고, 모세는 시내산에서 신으로부터 십계명을 받았다. 중국의 황제들은 태산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냈고, 우리 민족은 산에 신령(神靈)이 있다고 믿었다.

유엔이 2002년을 ‘산의 해’로 정하고 지난 11일 뉴욕 본부에서 공식 출범식을 가졌다고 한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무분별한 개발과 벌채, 오염 등으로 산의 환경이 점점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이 산 살리기에 나선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같은 사정은 우리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전국의 산들이 곳곳에서 난개발 등으로 신음하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산 국립공원내 사패산과 수락산, 불암산을 관통하는 도로 건설로 환경단체와 불교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자는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仁者樂山)고 했다. 선인(仙人)의 ‘선(仙)’자도 사람과 산이 함께 있다. 산을 무분별하게 훼손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인자’와 ‘선인’의 길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이나 아닌지 은근히 걱정된다.
〈이연재 논설위원 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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