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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혁경 등록일시 20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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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서민위한 주택정책 돼야 /세계일보

직장인 A(38)씨는 최근 4000만원을 손에 쥐었다. 지난해 12월 당첨된 서울 방배동 35평짜리 아파트 분양권을 팔아 챙긴 것이다. 그는 지난해말 서울지역이 온통 청약 열풍에 휩싸일 때 한 푼도 없이 청약, 당첨됨으로써 3개월만에 자신의 연봉과 맞먹는 거금을 벌게 된 것이다.

반면 또다른 직장인 B(41)씨는 최근 12년째 키워온 '내집 마련의 꿈'을 접었다. 평당 840만원을 웃도는 아파트 분양가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폭등한 전세값조차 감당할 수 없어 서울 아파트촌에서 변두리 월세집으로 이사를 해야 했다.

이게 바로 우리들의 기막힌 현실이다. 한쪽에선 여전히 부동산투기로 떼돈을 버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선 상대적 박탈감으로 좌절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민심은 갈수록 흩어지고 흉흉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서울시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아파트 분양가를 규제하겠다고 나선 것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물론 분양가 규제가 오히려 주택시장을 왜곡시킬 것이라는 의견도 있어 논란이 예상되지만, 일단 이번 조치로 주택업체들의 막무가내식 분양가 인상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분양가 자율화는 주택시장을 과열시키는 주범으로 꼽혀왔다. 외환위기 직후 고사(枯死)상태인 주택경기와 주택업체를 살리기 위해 분양가 자율화를 도입한 이후 서울지역의 아파트 분양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았다. 분양가 자율화 이전인 1997년 평당 500여만원이던 서울지역 아파트 분양가는 3월 현재 840여만원으로 65%나 올랐다. 강남지역은 평당 분양가가 1350만원을 웃돌 정도다. 주택업체들이 땅값과 공사비 등 객관적인 기준보다는 기존 아파트값과 분양열기를 적당히 봐가며 분양가를 멋대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분양가 상승은 기존 아파트 값을 끌어올리고, 이것이 다시 분양가를 부추겨 아파트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도 정작 정부는 시장경제 논리만 앞세우며 분양가 자율화에 손을 대려 하지 않고 있다.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규제할 경우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수요가 몰려 청약시장이 과열될 것이라는 주장만 내세운다. 주택업체들이 집을 짓지 않아 되레 집값 상승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논리도 편다. 아직도 정부가 집값 폭등이 몰고 오는 경제거품, 경제불안의 폐해와 이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을 심각하게 깨닫지 못하고 있는 반증이다.

사실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주택정책은 주택경기 활성화라는 구실로 주택업체를 살리는데 초점이 모아졌다. 분양가 자율화를 비롯해 분양권 전매허용, 재건축요건 완화, 청약통장 가입완화 등이 그것이다. 정책의 무게가 업계 챙기기에 실리다보니 서민들의 '내집 마련의 꿈'이 갈수록 멀어지게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일 수밖에 없다. 저금리정책과 경기부양으로 확산된 집값 거품이 우리 경제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민간 연구기관들은 이미 금리상승기조가 뚜렷해지고 있어 조만간 집값 거품이 꺼질 경우 자산가치 하락으로 결국 개인파산이 속출할 것이라는 경고음을 내고 있지 않는가.

늦었지만 이제라도 주택정책의 틀을 서민주거안정으로 과감히 바꿔야 한다. 그래서 전세파동과 집값 폭등으로 철새처럼 옮겨다녀야 하는 서민들의 시름을 덜어줘야 한다. 한푼 두푼 모아 내집을 마련하겠다는 서민들의 희망을 꺾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주거안정은 서민경제의 근간이다. 더 이상 경제의 거품이 확산되어서도 안되겠다. 집값 안정을 위한 정부의 보다 근본적이고 신속한 조치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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