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위반한 건축사에 대한 손해배상?  
작성자 : 윤혁경 | 등록일 : 2001-12-12 | 조회수 : 639


D구청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공사를 완공한지 한 달이 지났는데 감리 건축사가 준공 서류에 날인을 하지 않아 준공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진정을 받았다. 감리 건축사가 준공 후에 일어날 문제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도록 보장 각서를 써 주고 준공 비용을 주지 않으면 준공 서류에 도장을 찍을 수 없다는 것이 였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냥 있을 수 없는 일이였다.
그러나 건축사의 이야기는 전혀 달랐다. 설계비도 절반이나 밀렸는데 감리비 조차 지불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날인을 하지 않았으며, 준공 후 위법할 목적으로 옥탑의 스라브를 길게 시공 하였기 때문에 공증 각서를 요구한 것이라 하였다.
진정인과 감리자를 한 자리에 불러 자초지종을 말하게 하였다.
약속 기한보다 2달이나 늦게 건축허가를 받게 되었고, 또 공사 중에는 한번도 나오지 않다가 완공 단계에서 잘못한 부분을 지적하여 재시공으로 인한 추가 비용 부담과 공기 연장으로 인한 손해가 그만 아니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분양 시기를 놓쳐 피해가 너무 큼에도 건축사는 설계비 감리비만 따지고 있다는 불만 이였다.
건축사대로 할 말이 있었다. 세금 미납으로 압류된 토지의 권리 관계를 건축주가 늦게 해결해 놓고 건축허가 처리가 늦다고 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 이였다. 공사 현장에 한번만 나간 것은 아니고 몇 차례 나갔는데 그 때마다 건축주를 만날 수 없었으며 현장 책임자에게 시정토록 통보를 했는데도 시정치 않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충분한 의사소통이 있었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였다.

이 경우 처음부터 제대로 된 계약서를 작성하고 일을 추진했어야 했다. 의무와 권리 관계를 분명히 해두었어야 했다. 이행하지 못했을 때 책임을 따질 수 있는 일이다.
보편적으로 많은 사람들은 계약을 소홀히 다룬다. 아니면 아예 구두 계약으로 일을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 이로 인한 분쟁도 만만찮게 많다.

건축법 제16조 및 동 시행규칙 제14조 규정에 의하면 건축 착공 신고시에 건축주와 설계자, 건축주와 공사 감리자,건축주와 공사 시공자 간의 계약서 사본을 첨부하여 제출하여야 한다. 건축주를 보호하고 건축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취지이다.
일본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의 건축법을 비교 연구하는 대학 교수와 함께 우리나라의 건축법에 대하여 대화를 나눈 일이 있었는데 사인간(私人間)의 계약 문제는 민사적인 문제인데 왜 행정기관에서 확인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일반적인 계약 관행이 건축주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어 당분간 정상적으로 정착될 때 까지만 한시적인 규정이라는 설명에도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어물전에서 생선 한 마리를 살 때에도 상했는지 싱싱한지 여부를 꼼꼼히 따지면서도 수억 원 대의 부동산을 계약할 때는 소위 복덕방이라는 중개인에게 대리 계약케 하는 경우가 한두 건이 아니다. 한 때 복부인들이 설칠 때에는 부동산 현장을 확인하지도 않고 중개인에게 모든걸 맞겨 버린 경우도 흔했었다. 보험계약이나 자동차의 할부 구매 계약의 경우도 계약서를 제대로 읽고 확인하는 사람도 거의 없는 편이다.
좋게 이해하면 상대편을 신뢰하는 선한 마음 탓으로 돌릴 수 있겠지만 매사 적당주의가 몸에 배여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계약은 쌍방간의 약속이다. 처음 약정한 내용대로 목적이 이루어지기를 담보하는 행위가 계약이다. 사후 처음 약속과 달라졌을 때 따질 수 있는 것은 계약서 밖에 없다. 물론 구두계약도 있을 수 있겠지만 분명하기는 서면 계약이 바람직하다.
꼼꼼히 따져 두어야 한다. 야박스럽다는 생각이 들지 모르지만 나중의 불편한 관계가 되기 보다는 처음부터 분명히 해 두는 게 좋다.
설계 건축사와 공사 감리 건축사와의 계약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계약서의 내용에는 설계도서의 종류와 설계 기간, 설계에 대한 보수와 지급 방법, 이행 지체와 손해배상, 성실 의무의 이행과 관계 전문 기술자와의 외주 관계, 분쟁 발생시 이의 조정 방법 등이 들어 있으며, 공사 감리 계약서에는 감리의 기간과 감리 방법, 주요 공정의 확인 점검 방법과 자재 검사 요령, 감리원의 현장 배치와 보수의 지급 방법 등이 기재되어 있다.
미흡하지만 대한 건축사협회에서 작성하여 건설교통부장관의 승인을 얻어 제작된 표준계약서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필요할 경우 추가 사항을 부기할 수도 있고 표준 계약서 내용의 일부를 쌍방간에 협의하여 수정할 수도 있다.
D구에서 생긴 민원도 분명한 계약이 있었다면 일어날 수 없었던 일이였다. 건축주와 건축사에게 서로 한발씩 양보토록 하였다.
현장에서 시정할 것은 시정하고 건축주가 입은 손해에 대해서는 건축주 스스로가 잘못한 부분을 감안해서 감리비 일부를 감해 주는 선에서 합의를 하였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소송으로 일을 복잡하게 끌고 갈 뻔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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