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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지진을 대비한 설계·시공·유지관리
     
   


1999년 8월 터어키에서 규모 7.8의 지진으로 4만여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사망자의 숫자가 더욱 늘어난 것은 부실건축이 한 몫을 했다. 그 중 지대한 공헌(?)을 한 사람은 악덕 건축업자 벨리 교체르(55세)다. 얄로바의 치나르지 크에 지은 16동의 아파트 중에서 13동이 완전 붕괴되었다.

비스듬히 누운 아파트 밑에 깔린 아비규환을 화면을 통해 볼 수 있었던 것 은 우리에게 소중한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세척하지 않은 바닷모래를 사 용하고 심지어는 쓰레기더미까지 섞여 있었다고 한다니 할 말을 잊는다. 부 실공사가 가져다준 피해를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삼풍백화점이 그렇고, 성 수대교가 그렇다.

우리 나라에 당장 큰 지진이 없어서 그렇지 만약 터어키처럼 거대한 지진 이 일어난다면 안전하게 버틸 건축물이 얼마인지 알 도리가 없다.

지진으로 가장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은 1976년 7월에 규모 7.6의 지진 이 발생한 중국 탕산(唐山)에서 65만명이 사망했다. ’95년 1월 고오베에서 규 모 7.2의 지진이 발생 5천5백명이 사망했다.

과연 우리나라의 형편은 어떠한가? 지진에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 이다. 이에 대비한 정책은 물론이거니와 부실시공을 자행하고 있는 건설업계 의 자성을 촉구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주변에서 일어난 지진의 현황을 살펴보면 서기 1년에서 1998년까 지 모두 2,672회가 발생 매년 1.3건씩의 지진이 발생하였으며, 1978년부터 1998년 사이에 403회가 발생 연평균 19건, 80년대에는 연평균 16건, 90년대 에는 연평균 25건으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99년 8월까 지만 해도 31건이다.

지진이 온다고 해서 모두 피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감지할 수 있 는 규모는 3.0이상이다. 년 평균 9회 정도가 일어나고 있는데 금년에만 무려 14회나 된다.

건축물이 균열될 정도는 5.0이상인데 ’78년에 발생한 홍성 지진이 대표적이 다. 그 외 ’36년도의 쌍계사 지진(5.1), 78년도의 속리산 지진(5.2), ’80년의 삭 주 지진(5.0)이 있다. 규모 6.0이 넘으면 이를 강진이라 하는데 건축물의 균열되고 부실한 건축물 은 무너진다. 6.5이상 7.5 정도이면 건축물의 30%이상 파손된다.

그렇다면 지진을 대비하여 안전한 건축물을 건축하면 될 것이 아닌가? 맞 는 말이다. 그렇지만 그만큼 비용을 부담할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 진에 견디기 위해서는 철근량을 증가해야하고 콘크리트의 성능도 우수한 것 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대략 구조체 공사비의 10%에서 30%이상 건축비가 추가된다는 것이다.

모든 건축물에 대하여 내진설계를 하는 것이 좋겠지만 비용부담에 따른 문 제 때문에 건축법에서는 일정규모 이상의 경우에만 내진설계를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 나라에 내진설계 기준이 최초로 도입된 것은 ’88년이다. 그 당시 미국의 내진설계 기준을 참고하여 기준을 마련했는데 예상 최대 지진의 규 모 5.0를 감안 5.0-6.0을 기준으로 내진설계 기준을 제정하였다.

지역에 따라 지진에 다소 안전한 구역이 있는가하면 상대적으로 불리한 지 역이 있다. 이를 구분하여 내진설계 대상 건축물의 규모를 달리 정하고 있 다.

다소 안전한 지역을 1구역, 상대적으로 주의가 요구되는 지역을 2구역으로 정하고, 광주시, 강원도(화천군 제외),전북 고창군, 전남(곡성·구례·광양군 제외), 경북 울진군, 제주도를 지진 1구역으로 정하고, 나머지 지역을 지진 2 구역으로 정했다.

지진 1·2구역 구분 없이 6층 이상이거나 1만㎡ 이상인 건축물은 내진설계 대상이다. 지진구역2에서 건립되는 1천㎡ 이상인 종합병원·병원·방송국· 공공업무시설 등과 연면적 5천㎡ 이상인 관람집회시설·운동시설·운수시 설·전시시설·판매시설과 6층 이상인 숙박시설·오피스텔·기숙사의 경우 는 내진설계를 해야 한다.

설계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과연 시공성이 따라 주는가 하는 점이다. 세계에서 우리나라의 시공 실력은 알아준다. 그러나 국내에서만 지탄의 대상 이 된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장인정신의 상실, 도덕적 해이가 가장 큰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아무리 잘 지은 건축물이라 할지라도 관리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관리 하지 않으면 문제다. 특히 고층 아파트의 대부분이 벽식구조로 된 아파트로 벽체를 함부로 헐어 내거나 변경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발코니의 날 개 벽체를 철거하고 넓혀 방을 만든다거나 거실과 방의 벽체를 헐어내고 하 나로 만드는 것은 살인행위나 다름없다.

평상시에는 큰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어느 정도의 안전율을 두고 건축을 했기 때문에 벽체를 한 두곳 헐었다고 해서 당장은 무너지지 않을 수도 있 다. 삼풍백화점의 경우도 무거운 실내 장식재를 설치하고, 옥탑의 쿨링타워 를 함부로 옮긴 것이 큰 화근이 되었다고 보고서에 나와 있었다.

지진은 건축물을 좌우로 흔들게 한다. 이 경우 내진설계 된 대로 유지되는 건축물이면 위에서 아래까지 흔들리는 정도가 일정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규모 5.0-6.0에 견디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엔간한 정도의 지진에 는 견딜 것이다.

그러나 아파트의 중간 층 어느 세대가 벽체를 헐어냈다면 좌우로 흔들릴 때 그 부분이 약하여 부러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는 상상을 불허한다.

설계를 잘하고, 시공을 철저히 하고, 건축물을 규정대로 잘 사용한다면 설 령 지진이 온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렇지 못해서 불안한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