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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은 가급적이면 낮을수록 좋다. 아예 담장이 없는 곳이라면 더 좋다. 서울 은평구 진관내동에 자리잡은 한양주택 단지는 담장이 없는 동네로 유명하다. 구파발 삼거리를 지나 통일로를 따라 400m쯤 들어가다 보면 왼쪽으로 194가구가 살고 있는 아담한 동네가 나온다.별도의 담장이 없이 생나무 울타리가 담장을 대신하는데 서로 터놓고 지내기 때문에 대문을 열어놓고 외출해도 도둑이 들 염려가 없는 마을이다. 상상만 해도 정다운 마을이 눈에 훤하게 떠오른다.
종로구에서는 담장 허물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웃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지만 생각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담장은 단절된 관계를 의미한다. 높이에 비례하여 이웃의 관계는 더욱 먼 관계를 유지한다. 거창한 담장들은 마치 감옥을 연상시킨다. 대부분은 전혀 안을 들여 다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무엇이 두려운지 고압선을 가설하고 더하여 경보 장치까지 설치한 집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도 안심이 안되는지 녹화 장치를 설치한 곳도 더러 눈에 띈다.
그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무엇들을 하느라고 철옹성 안에서 갖혀 살지 않으면 안되는지 알 수 없다. 그 곳이 과연 행복한 세계인지를 알 도리가 없다.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위에서 언제든지 목격할 수 있는 일들이다.
한 동네에서 오랫동안 살다가 한 짐이 새로이 건축을 하다가 잘못하여 담장을 파손한 사건이 있었다. 담장은 이미 낡아 보수를 해야 할 정도 였지만 옆집에서 한마디를 거는 바람에 다툼으로 비화되고 말았다. 무너지게 하였으면 먼저 담장을 쌓고 잘못을 사과해야지 방치하고 자신의 공사만 계속하는 게 무슨 심보냐고 한 게 화근이 된 것이었다. 심보라는 한마디 말이 감정을 상하게 한 것이었다.
사이가 그렇게 나쁜 관계는 아니었는데 감정이 상하니 일이 우습게 꼬여가는 것이었다.
자신의 소유인 담장을 허물었으니 재물 손괴에 대한 손해 배상을 요구하였으며 건축법의 안전 규정을 위반하여 공사를 하였으므로 이에 대한 처벌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건축주는 담장은 공유이기 때문에 다시 원상회복만 해주면 된다는 주장이었다.
사건의 규모로 보아서는 싸울 일이 아니었지만 그들은 한치도 양보하려 하지 않았다.
민법 제239조 규정에 의하면 특별히 일방에서 담장을 축조하지 않았다면 서로의 공유로 추정한다고 되어있다. 두 사람 모두 20여년 전에 이사를 와서 사는 사람들이라 소유를 증명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설령 공유의 담장이라 하더라도 일방의 동의 없이 철거하거나 피해를 입힌 것에 대하여 공유 재산권자로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의가 아닌 우발적인 사고를 가지고 너무 한다는 것이다.
두 사람 주장이 모두 옳다고 했더니 그런 대답이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황희 정성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웃집 두 하녀가 다투는 것을 보고 자초지종을 듣더니 두 하녀 모두에게 각기 옳다라고 대답하자 옆에 있던 부인이 그런 판결이 어디 있느냐고 나무라자 부인 말도 옳소라고 하였다는 우스개를 들려주었다.
중요하다면 중요하고 대수롭지 않다면 대수롭지 않은 일들을 가지고 감정 풀이로 삼는 누가봐도 바람직하지 않으니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민법 제237조 규정에 의하면 담장이나 경계표는 공동 비용을 부담하여 축조하는 것이 통상 적이지만 원인 제공을 건축주가 했으니 건축주가 조속하게 쌓고, 나중에 이를 한 사람 소유 라고 주장하지 못하도록 공증각서를 작성하도록 하였다.
또한 담장의 경계를 명확히 하기 위하여 측량을 한 후 쌓기로 하였다. 측량 비용의 부담도 원칙은 토지 면적에 비례하여야 하지만 이것도 건축주의 부담으로 하기로 합의했다.
20여년을 함께 형 아우하며 살아왔는데 아옹다옹할 게 있느냐 며 화해를 주선했다.
덕분에 필자도 그들과 함께 술자리에 참석할 수 있었다. 형 아우로 부르면서 모든걸 털어버리는 순진한 그들의 모습에서 보람을 찾는다.
비온 뒤 땅이 더욱 궂는다고 아마 그들은 지난 일을 부끄러워하며 더욱 사이 좋게 지내고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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