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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을만들기, 운동인가? 유희인가? 담론인가? ……… 박 철 수*
     
   


최근 여러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지역운동 가운데 하나가 소위 마을학교 라고 불리는 주민운동이며, 아파트 입주자와 부녀회원 그리고 동대표들을 중심으로 ‘마을 만들기’라고 불리는 지역가꾸기 사례발표와 연사초청 강의 모임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일컬어 ‘마을 만들기 운동’인 것이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의 다양화와 다원화의 진전, 생활을 이루는 외피의 변화와 생활 자체의 발전이 복합적으로 전개되며 나타나는 생활양식과 주거공간에 대한 변화욕구 등 주거문화 활동에 필요한 요구가 동시에 표출되며 문명발달의 방향에 대응하거나 부응하려는 생활요구와 이에 반발하는 생활요구가 작용-반작용의 현상을 보이며 나타나는 자연스런 현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다시 말해, 문명발달의 가속화에 따라 생활과 활동의 요구양식이나 공간적 요구의 대립경향이 혼재되고 그 정도가 심화되면서 공동체 문화의 중요성이 부각된 때문에 모듬살이 문화운동의 싹이 ‘마을만들기’ 운동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회경제적인 요인에 의해 일어나는 생활양식의 변화로 가족의 해체현상이 나타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가족의 해체현상에 대항하는 가족생활의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주의가 주도적인 생활양식에서 동네와 이웃을 회복하기 위한 공동체생활을 중시하는 생활양식의 필요가 등장하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가장 보편적인 도시적 모듬살이의 유형인 공동주택에서의 ‘마을만들기’ 운동의 발아(發芽)는 자연스런 것일수도 있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종다양한 시민단체나 사회단체 혹은 지역중심의 문화단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각종 마을학교나 주민학교의 ‘마을만들기’ 활동유형을 보면 대증적인 아파트 단지내의 생활문제로부터 낭만적 생태주의에 이르기까지 실천의 이념이 서로간에 뿌리를 달리하거나 해석의 변폭이 광대하여 자칫 목표하는 바가 불명확해지는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을까 근심되는 구석이 적지 않다.
아파트 관리비에 얽힌 비리 발생원의 확인, 통행료 거부, 아파트 단지내의 여론주도권 확보를 위한 제한적이고 배타적인 아파트 학교 개설 등 아파트단지마다의 특정한 문제에 대한 대증적 문제처방 운동에서부터 도시생활의 회한을 전원생활의 그리움이나 전통적인 농경사회의 공동체 정신의 추구로 이어가려는 귀농운동이나 정신세계의 강조 등에 이르는 다양한 궤적을 그리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또한 일부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에서는 임대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이 가이주(假移住) 단지에 공동생활공간을 조성하고 생산협동조합이나 신용협동조합을 구성하고 지역화폐를 사용하며 사회주의적 공동체운동을 전개하고 있거나 혹은 환경운동이나 대안학교 운동 또는 문화게릴라 활동을 통해 범세계적인 자유주의적 흐름에 기반하는 대안문화운동을 벌이기도 한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마을만들기’ 운동은 전폭적인 주민참여가 전제되지 못하는 일부 전문가 주도의 기획행사로 의미가 축소되거나 종합적인 참여와 연대의 공동체 공간구성 활동보다는 여전히 조직화나 돈의 문제에만 주목하는 불균형적 마을만들기 운동으로 활동의 범주가 제한될 개연성이 적지 않은 것이다.
이와 함께 여전히 계층간, 소득간, 지역간 갈등구조 속에서의 개별 시민사회단체의 자기정체성 강화운동으로 독자화할 소지 또한 적지 않다.
이같은 상황의 전개로 인해 대부분의 마을만들기 운동은 여전히 비가시적(非可視的)인 측면에 대한 편향적인 추구와 전문가 집단이 소극적으로 참여하는 양상을 띠게 되는 것이 아닐까 의구시된다.

‘마을만들기’ 운동의 자리매김이 여전히 제한적이고, 참여가 확대되는 사회문화운동으로 자리잡지 못한 이면에는 아직은 성숙하지 못한 우리의 시민사회 의식이 자리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를 누구에게나 공감할 수 있는 공간환경의 개선 문제로 이슈화한다면 보다 폭넓은 주민참여를 이루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간환경의 문제는 계층과 지역, 세대와 소득의 차이를 불문하고 모두에게 중요한 생활의 기반일 뿐만 아니라 삶의 질과 직결되는 최대공약수이기 때문이다.
‘마을만들기’가 좁은 의미에서 “지역에 있어서의 해결해야 할 난제를 주민들의 합의에 의해 성취하고 노력하는 과정”이라고 전제한다면 이제 다음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얻어가야 할 것이다.
‘마을만들기’ 운동을 진정한 시민 문화운동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과연 우리는 어느 지역에서 어떤 공간환경 문제를 발견할 것인가.
또 그렇게 발견한 과제가 진정 그 지역에서 가장 시급하게 다루어야 할 과제인가.
이 과제는 어떤 조직과 체제를 통해 풀어갈 것이며, 누구와 상대하며 무엇을 이룰 것인가. 주민들은 어떻게 참여할 수 있으며,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인가.
주민합의는 어떤 방법으로 획득할 것이며, 여론형성은 떠 어찌할 것인가.
그리고 우리가 딛고 있는 이 현실과 어떻게 합의와 타협을 할 것인가 등등을 물어가야 할 것이다.(houzine.jugong.co.kr의 칼럼에서 퍼온 글)


* 박철수박사님은 정말 재미있는 분이십니다.
* 475세대의 기수(?)로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계실뿐만 아니라 항상 유머가 풍부하고, 박학다식
* 하여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은 언제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 그분의 강의를 듣기도 했는데 쩌렁쩌렁한 특유의 목소리 한번 들으면 잊지 못할 겁니다.
* 현재 대한주택공사 수석연구원으로 계시는데, 주공 홈페이지를 보시면 주택분야, 특히
* 공동주택분야에 있어서 무지무지하게 많은 글을 쓰시는 분임을 아시게 될 것입니다.
* 그리고 많은 책도 펴내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