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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도쿄의 도시풍경(Urban Scenery of Tokyo) …….. 조 성 룡*
     
   


도쿄의 서남쪽 시부야(澁 ), 하라주쿠(原宿), 아오야마(靑山)지역은 지금 가장 엑사이팅한 곳, 패션너블한 장소이다. 시부야는 학생이 중심이 되는 곳으로서 패스트푸드, 카페·바 모 두가 학생들에게 알맞은 가격이다. 곧 젊은이들의 거리인 것이다. 하라주쿠는 시부야와 매한가지로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임에는 틀림없으나, 단지 학생들만이 아니라 아웃사이더 감각의 기운이 있다. 패션·부틱이 줄지어 서있고, 도쿄의 유행 은 이곳에서 발산되고 있다.
젊음의 장소-시부야와 하라주쿠거리에 접하고 있는 아오야마는, 젊은이들과 어른들이 공존하는 거리이다. 품위있는 레스토랑, 패션·부틱, 갤러리 등이 모여 있어 긴자(銀座)에 이어 새로운 쇼핑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시부야역에서 동북쪽 메이지(明治)도리라 부르는 거리를 올라가다 보면, 일명 길러(Killer)도리라고 불리우는 거리와 만나는 교차점에 이르는데, 이 부근에는 마치 꼬르뷔제의 50년대 건축을 연상시키는 황량한 콘크리트벽의 건물이 서있다.

건축가 아주마 다카미츠(東孝光)의 이른바 ‘탑(塔)의 집’이다.
1960년대 말, 지금과는 달리 한적하였을 아오야마거리에 이 젊은 건축가의 주택이 들어섰을 때의 충격은 엄청난 것이었다. 대지 6평에 지하1층, 지상4층의 탑 모양의 주택(주택이라기보다는 마치 교회의 종탑을 연상시키는)은, 연면적이 고작 22평, 최근 발간된 이 건축가의 저서 ‘塔の家自書’는 이 집에서의 20년간의 생활을-건축가와 그의 아내, 그리고 이제는 건축가로 성장한 딸의 기록을 통하여-상세히 보고하고 있다.
3.6평의 기준층은 계단과 방 하나라는 도시공간의 극한적 단위를 모티브로 융통성 있고 스릴링한 공간을 이룬다. 현관을 제외하고는 도대체 이 집에는 문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코딱지만한 욕실의 경우도 물론 예외가 아니다. 이 책에는 건축가의 친구들이 밤늦게까지 아래층 거실에서 환담하는 것을, 맨 꼭대기층의 딸이 어릴적에 귀담아 들으며 잠들었다고 하는 수기가 나타난다. 도시에서 살아나기 위한 거점으로서의 이미지, 동경이라는 대도시에 대응하는 폐쇄적인 외관의 표정, 내부공간의 개방성과 자연광, 내외부 벽면의 거친 텍스츄어등으로 말미암아 ‘塔의 집’은 외롭고 황량한 도시풍경을 자아낸다.

정면의 알루미늄 판엘, 크고 작은 정방형의 그리드, 삼각뿔과 유선형 등 여러 가지의 모티브가 어울려 이루는 현대조각. 미나미 아오야마(南靑山)의 패션거리에 지상 10층 높이로 서있는 와콜 아오야마빌딩(Wacoal Aoyama Building)은 후미히코마키( 文彦)의 작품이다. 신선한 컴포지션 감각, 계단의 흐름에 따라 개구부의 높이가 변하는 저층부가 리드미컬하다. 마치 아오야마의 스트리트의 잡다한 풍경을 모티브로 콜라쥬한것 같은 이 건물의 별명은 스파이 럴(Spiral).
위로 향하여 나선형으로 변화하는 파사드의 패턴에서 유래된 이름의 스파이럴의 후면에는 4층 높이로 뚫린 아트리움이 있고, 그 상부는 원뿔 모양의 유리로 덮혀져 있는데, 아트리움에는 카페와 갤러리가 붙어 있다. 코스튬 뮤지엄(Costume Museum)도 있어 언더웨어회사인 와콜이 자랑하는 컬렉션을 전시하고 있다.

80년대 도쿄의 도시풍경의 메타포(metaphor)로서 시부야의 사라가쿠죠(猿樂町)에 있는 ‘다이칸야마 힐사이드 테아스(代宮山 Hillside Terrace)’ 는 1969년부터 1977년에 이르는 동안 3단계로 건설된 마키( 文彦)의 저층공동주택이다. 대지 가운데 사라카쿠스까(猿樂塚)라고 하는 고대의 분묘가 있다. 모노톤이기는 하지만 각기 조금씩 다른 다양한 형태의 도시형 공동주택의 배열과 마당의 연속성, 단지 내를 이어가는 골목의 상쾌함, 선큰가든과 중정, 그리고 쇼핑몰, 전체가 하나의 프롬나이드를 이루고 있다. 직각의 벽면과 개구부가 이루는 가로 파사드가 경쾌하고 피로티 사이사이로 안마당의 큰 나무들이 들여다 보인다. 길게 이어지는 도시풍경은 이웃하는 덴마크 대사관에서 결미를 이룬다. 건설후 10∼20년이 지난 지금, 포스트모던같은 요즘의 스타일에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기있는 도시의 생활과 현대적인 취락이 이루어내는 독특한 경관으로 힐사이드 테라스는 아직도 매력적인 장소임에 틀림없다.

그것은 마치 콘크리트의 사일로와도 같다. 도시 한가운데의 살풍경, 4분의 1원 비슷한 모양의 원호가 이루는 거대한 노출콘크리트 벽면의 포름이 망망함을 느끼게 한다. 미나미 아오 야마의 노기자카(乃木坂)지역도 역시 패션, 인테리어, 그래픽, 카페테리어 등의 디자이너들이 많이 모여 일하는 장소이다.
30대 건축가 타케야마 세이(竹山聖)의 ‘OXY노기자카’, 30평 정도의 1개층 면적은 각각 부틱, 아틀리에, 스튜디오, 바 사이에 단지 하나의 원기둥이 3층 높이로 서 있고, X형 격자의 브릿지가 코어와 주공간을 연결한다. 테이블을 부서진 강화유리조각으로 맞추어 놓아 초현대적 감각의 분위기인, 지하층의 루치노바(Luccino Bar)도 재미있다. 중성적인 도시풍경 속에 나타난 이 오브제는, 건축이 도시에 발산하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신쥬쿠(新宿)역에서 북으로 두 정거장, 다카다노바바(高田馬場)에서 세이부신쥬쿠선(西部新宿線)을 갈아타고 10분 정도이면 사기노미아(鷺の官)에 닿는다. 이렇다할 특징이 없는 전형적 주택지역에 있는, 건축가 쿠니히코 하야카와(早川邦彦)의 공동주택 ‘아트리움(Atrium)’은 겨우 6m의 골목에 면하여 있다. 잿빛 콘크리트의 중성적인 외관, 그러나 그 사이로 내부의 생기있는 공간이 들여다 보인다.
12m 각 정도의 중정을 에워싸고 있는 2층 높이의 벽면은, 사면이 제각기 다른 표정을 지니고 있다. 화려하면서도 단아한 파스텔 컬러의 표면은, 크고 작은 개구부로 인상적인 도시풍 경을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다. 수막(水膜)을 만드는 마당의 정방형 연못, 이에 빗겨져 있는 조금 더 큰 ‘체커보드 카핏’모양이 바닥패턴, 브론즈 조각, 인공의 랜드스케이프와 배경을 이루는 계단, 아치형 보울트 등은, 도시의 풍경을 이루는 잡다한 형상의 콜라쥬이다.
11세대의 임대아파트와 2세대의 오너주택으로 구성된 ‘아트리움’은 6×6m 그리드의 단위를 불규칙한 대지형태에 따라 작위적으로 오버랩하는 수법으로 내외부 공간의 미묘한 변화를 그대로 표출함으로써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공동주택의 모습을 일신하는 참신함을 보여주고 있다.

거대도시 도쿄를 형성하는 지금의 풍경은, 결코 단순하지가 않다. 여러 가지 잡연한 부분들이 섞여 이루는 풍경이야말로 오랜동안 형성된 동양적 도시의 문맥과 동떨어진 부분이 많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미 돌아본 몇 개의 작은 건축에서, 우리는 도시의 무감각한 표정과 함께 이루는 독특하고 새로움 도시풍경을 이제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www.archforum.com 디자인 이야기에서 퍼온 글)


*나는 조성룡 선생님을 잘 모른다. 자주 만난 일도, 만날 일도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 가뭄에 콩나듯, 질문할 일이 있으면 전화하는 정도일 뿐이다. 그래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 느껴짐은 무엇 때문인가? 푸근함? 그래! 조용하고, 모나지 않고, 넉넉함이 있기 때문에 잘 알고
. 지내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 일본 동경에서 태어났고, 인하공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아시아선수촌 아파트가 국제설계경기에
. 1등으로 당선하였으며, 선유도 공원화 사업·서울올림픽 미술관 설계경기에 당선되는 등 왕성한
.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 현재 「조성룡 도시건축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건축학교(Sa) 교장을 맡고 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