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10. 안해의 눈으로 바라본 인사동 풍경 – 인사동 이야기 2
     
   


나의 안해는 걷는 것을 몹시 싫어한다. 허리가 좋지 않아 모든 걸 귀찮아 한다. 등산이 건 강에 좋다고들 하지만 유달리 걷는 것을 싫어한다. 지난번에 꼼짝도 못할 정도로 아팠다. 등뼈 7번8번째가 붙어 신경을 건드릴 때면 꼼짝을 못한다.

나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누가 물으보면 숨쉬기 운동만 잘한다고 할 정도이다. 그러니 안해에게 운동을 시킨다는 것 은 어려운 일중의 하나이다. 하루는 인사동을 탐방하기로 했다. 썩 내키지 아니하는 눈치였지만 안해는 따라 나섰다. 남 대문시장에서 볼일을 보고 그기서 인사동까지 걷기로 하였다.

건장한 남정네라면 한 20분이 면 다을 거리이지만 보통 사람에게는 30∼40분이 넘는다. 그래도 안해에게는 가까운 거리라고 속였다. 걷는 것은 어느 정도 견디겠는데 그곳까지 거쳐야 할 네 개의 지하도를 오르내리는 것은 안 해에게 고문이나 마찬가지였다. 남대문시장에서 한국은행까지, 한국은행앞에서 롯데백화점 쪽까지, 롯데백화점 앞에서 을지로로, 종로를 건너는데까지 안해는 몹시 괴로워했다. 다시는 시내에 나가지 않겠다는 것을 달래며 인사동까지 한시간은 족히 걸은 것 같았다.

울긋불긋한 프랑카드의 인사동이 우리를 맞이하였다. 약간의 생기를 찾은 안해에게 이것저 것 보여주면 아는 체를 했다. 다소의 미안한 마음을 그나마 수다로 얼버무리지 않으면 안될 분위기였기 때문이었다. 골동품하며, 알듯모를듯한 그림 감상에 이르기까지 안해는 신기로워했다.

한지공예에 관심을 보여 사주려고 하였으나 선뜻 무엇을 사고싶은 마음은 없었던 것 같았다. 그렇게 다시 한시 간을 눈요기로 인사동을 훑었다. 다리가 아프다하여 어떤 전통한복집을 들렀다. 안해는 한복을 몹시 좋아한다. 특히 개량한복 을 즐겨입는 편이다. 천연염료의 맛깔스러움에 안해는 홀딱 반한 모습이었다. 감탄을 금치 못하는 안해의 속마음을 읽은 나는 한복을 한벌 선사하기로 큰 마음을 먹었다. 기껏해 야 30∼40만원이겠거니하고 물었더니 글세 130만원이라고 했다. “당신 한달 월급이 얼만 데?”라고. 그래 기껏 200만원 전후 월급을 갖다주고 가장 행세하는 사람치고 너무 호기를 부린것이던가? 세상물정에 너무 어두웠던게지.

그래도 입으론 한 벌 해준 셈이니까 그 마음은 받아 주었으리라 자조하면서 멋쩍은 모습으로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각양각색의 사람들. 그들이 인사동의 또 다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다정한 연인과 함께, 아름답게 늙은 노부부가, 푸른색의 승복을 입은 스님들이, 그리고 파란 눈의 이국사람들이 엉켜서 인사동의 재미를 더하게 한다.

인사동의 먹거리는 알아준다. 다양한 음식들이 손님들을 유혹한다. 길다랗게 선 줄을 따라 우리도 섰다. 뭔가 싶어서! 호떡을 사기 위해 그처럼 긴 기다림을 참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왠지 생경스럽다. 중앙로를 비켜 골목길을 따라 걷다보면 오밀조밀한 가게들이 나름대로의 모습으로 유혹한다. 촌스러움도 없지 않다. 마치 한복입고 중절모 쓴 모습이랄까? 안해는 그 런 모습에 신기해했다. 몇 시간을 걸었으니 배도 고플 때가 되었다. 우선 눈에 띄는 몇 집을 오가면서 쉴 곳을 정 했다. 이름은 기억할 수 없지만 그 분위기는 시골 토방의 모습을 연상케 하였다. 황토방바닥이 닭아 맨질맨질했다. 군데군데 금이 간 곳엔 때 자국이 세월을 말해 주는 것 같았다. 따뜻한 방구들이 생각났다.

생 두부와 산채, 숭늉은 일품이었다. 나이 든 사람들에게는 말이다. 식후 우리는 다시 인사동길을 산책했다. 골동품 가게를 거쳐 경인미술관, 또 다른 몇몇 전시 장을 다니면서 어줍잖은 설명을 해 주었다. 안해는 그런 남편의 유식함(?)에 감탄을 하곤 했다. 나는 안해에게 기념될만한 무엇인가를 사 주려하였는데 안해는 보는 것으로 만족하자고 했 다. 주머니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안해의 배려가 아니겠는가. 인사동은 그렇게 우리의 사랑을 확인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2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