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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지구단위계획 총괄팀장을 맡으면서
     
   

2000.11.11부터 현재까지 도시관리과 도시관리팀장으로 있을 때의 일이다.


공무원은 종이 한 장이면 하던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임지로 부임해야 한다. 그동안 6년동안 홀로 도시설계업무를 담당한 실력(?)을 인정하여 도시설계와 상세계획을 통합한 지구단위계획의 총괄 팀장으로 오게된 것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달갑지 않은 인사명령이다.
내게는 가회동 북촌 가꾸기 사업과 인사동 도시설계, 건대패션거리 활성화 사업 등 서울시가 직접 발주한 도시설계 용역을 감독하는 일이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 일도 초기단계의 일이라 사람이 바뀌면 엄청난 어려움이 따를텐데 그 일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기도 하다. 더구나 그 일은 애착이 없으면 힌들고 어려운 일이다. 지역주민들을 언제든지 만나고 이해시키고, 설득시키고, 수시로 계획 내용에 대한 토론을 거쳐야 하는 그야말로 몸으로 뛰지 않으면 안될 일인데 그러함에 익숙하지 않은 공무원(대부분이 지시나 명령 등 Paper-work를 통해 일을 추진하려하지 몸으로 부닥치는 일은 하지 않으려 하는 편이다)이 후임자로 올 경우 당초 추진방향과 달리 산으로 올라갈 사태에 대한 우려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인사권자가 낸 명령에 따르지 않을 방법이 없으니 어쪄랴. 도시설계업무만 6년, 남들이 탐내지 않은 업무만 6년을 했다는 것(사실, 그 동안 신청사 기획단 팀장에 3개월 겸직했고, 저밀도 아파트기본계획수립 팀장을 1년6개월 겸직하였음, 그리고 도시설계업무이외에 서울모습을 5년마다 사진 촬영하는 업무, 서울야간 경관 기본계획의 수립, 조망가로 조성을 위한 영구용역, 포토아일랜드 조성용역, 민간 건축물 안전진단 업무 총괄 등)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어느 누구도 그 자리를 탐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마 인기있는 자리였다면 서로 머리 터지라 싸움을 하면서 밀고 들어왔을 것이다. 그런데 한 사람도 그 자리를 탐내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다. 나 자신도 그 일이 싫지 않아 다른 업무를 원하지도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주무 팀장이라도 해 볼 수 있었지만 욕심 낼 일도 아니고 해서, 보내 줄 생각도 않는데 바꿔 달라고 하는 것도 생리에 맞지 않아서 그대로 눌러 있었던 것이 6년이 지난 것이었다.
도시설계업무를 오래 맡은 사람이 없다보니 도시설계와 상세계획의 통합에 따른 조직이 새로이 생기게 됨에 그 일에 적임자(?)라는 여론(실제 경험있는 사람이 없어서일 수도 있으나 다른 면에서는 조작된 여론일 수도 있다. 내가 그 자리에 가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가야하기 때문에 그들이 만든 여론일 수도 없지 않다)으로 인하여 다시 이 일을 맡았으니 불만이 없을 수는 없다. 일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평가에 대한 보장이 없다는 데에 대한 불만이다.(주택국에서는 2번째 평가를 받는다. 그 중 1번 평가자가 승진할 경우 자동으로 1번으로 평가 받을 수 있는데 지금의 과로 옮길 경우 평가 대상자가 2명밖에 없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 경우 승진에 상당한 불이익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 일에 대한 불만은 없다. 어떤 어려운 일이던 남들이 하기 싫어해도 보람있는 일이라면 문제 삼지는 않는다. 밤을 세워도 좋고, 집에 들어가지 못해도 좋다. 재미있는 일에 대해서라면 한번도 마다한 일이 없다. 그러나 평가를 제대로 받을 수 없다면 이는 다른 문제다.

도시관리과의 도시관리팀장을 맡으면서 가졌던 불안, 막상 몇 달을 지나면서 현실로 닥쳐왔고 이를 헤쳐나가면서 어려움이 적지 않다. 이해한다. 아주 다른 세계에서 살던 사람들이 한방에 동거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도시설계와 상세계획이 유사하고, 달성할 목표와 방향이 같다해도 그 동안 그 일에 종사한 각각의 공무원들의 사고와 행태는 전혀 달랐다. 심적인 갈등, 정신적인 부담, 내 자신의 사고에 대한 무기력증 등등, 그러나 극복해야할 대상이지 이를 기피할 일은 아니었다.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시민 불편사항을 최대한 줄여 나가야 하는 일이 내가 맡은 일이다. 그러면서도 도시관리라는 대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추호도 흔들림이 없다.

그 동안 몇 가지 중요한 내용들을 정리했다. 경직된 법체제를 다소 유연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었고, 절차에 대한 경직성에서 융통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었다. 종전 도시설계의 운영처럼 구청장에게 그 처리권한을 대폭 확대하고,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위한 기준 적용의 융통성도 부여했다. 그리고 공동주택의 지구단위계획에 대한 대상의 축소와 절차의 개선 등 필요한 조치를 마무리했다.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던 사람들의 공동생활에서 오는 일시적인 부작용, 어색함을 이겨야 했고, 하나의 방향의 방향을 설정하기까지 서로간의 절제와 양보, 그리고 이해가 필요했다. 한편 도시설계나 상세계획을 전혀 경험하지 아니한 담당 공무원에 대한 가닥 잡아 주기도 만만찮은 일이다. 자신들의 생각이 옳다는 생각에 앞뒤를 가리지 않는 일이 생기면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한다. 조타수에 따라 산으로 갈 수도 바다로 갈 수도 있다. 법과 규정에 대한 올바른 인식으로 유도하지 않으면 결국 시민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이 적지 않다. 필자가 여기 몸담고 있는 한 문제로 인식된 부분에 대한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것이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 하더라도 시민의 불편을 해소하고, 도시관리의 목적을 달성할 수만 있다면 열과 성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 남들이 알아주던 그렇지 않던 연연해하지 않을 작정이다. 보람 하나를 위해 일할 것이다. 이런 다짐이 얼마나 오래 갈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