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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1988년 구조조정과정에서 서울시 도시경관과가
건축지도과에 통합되는 과정에서 경관담당 팀장으로서의 심정을 글로 표현한 것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황당하다는 말로 표현을 합니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나요?
김영삼 정권인가요? 재벌인가요? 공무원들인가요? 노동자들인가요?
아니면 국민 모두인가요?
그 모두의 탓도 아닙니다. 다 모두가 내 탓입니다. 오늘의 이런 상황을 초래한 것은 전적으로 내 탓입니다. 미리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준비하지 못한 제 자신의 무능력 탓입니다.
이런 사태의 책임을 지고 설령 퇴출을 당한다하더라도 대기대상에 포함된다 하더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최근 며칠동안은 한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얼마나 불안에 휩싸였는지 모릅니다. 두려웠습니다. 원망도 했습니다.
도시경관과가 퇴출대상이라는 소문이 들리던 날부터, 직제 개편이 확정되던 날, 직제규칙이 결정되던 날, 정원 조정이 된다는 소문이 있던 날, 정원이 조정 된 날, 인사발령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던 날, 시시각각으로 조여오는 불안·초조·분노·허탈감·절망감은 감히 겪어보지 않고는 모릅니다.
인사발령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퇴출과 직원들만 불이익을 당하는 것인가? 국별로 균등 인사를 배분하는 것인가? 모든 게 불안·불안한 것뿐이었답니다. 마치 지구 종말을 앞둔 심정처럼 말입니다.
그렇다고 줄을 대어 나만이라도 어떻게 해달라고 해볼까하는 유혹을 물리치기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모를 것입니다.
방법은 단 하나, 하나님 아버지께 떼를 쓰기로 했답니다. 제발 저를 필요로 하는 곳에 써 달라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저는 하나님 아버지께 모든 걸 맞겨버렸습니다. 하나님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행하도록 말입니다.
그러면서 지난 제 행적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답니다. 그동안 서울의 도시경관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반성을 해 보았습니다. 정말 전심으로 서울 경관을 위해 노력하고 힘쓴 것인지 생각해 볼 때 후회가 막급합니다. 도시경관이 무엇인지, 무엇을 하는 부서인지, 왜 필요한 부서인지, 꼭 필요한 부서임을 여러 사람들에게 특히 시민들에게 인식시키지 못했다는 것은 결국 제 자신의 잘못이 아닐 수 없습니다.
누구는 그럽디다. 배부를 때 도시경관이지 IMF시대에 무슨 경관이냐고들 말입니다. 일리 있는 말인지 모르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도시경관은 한 나라의 문화지표로 나타납니다. 서울은 우리나라의 수도입니다. 서울의 경관은 우리나라의 문화지표 바로 그것입니다. 경관이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또 한번 망가진 경관을 회복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남산 외인 아파트를 폭파한 경험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훼손된 경관의 회복을 위한 엄청난 사회적 경제적 손실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경관은 서울시민 전부가 공유해야할 재산입니다.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사적재산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혁명적인 개혁시대에는 경관처럼 제약적인 업무는 표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도시경관을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각 부서에서 그 정신만은 살려서 업무를 추진해 주시기 바랍니다.
언젠가는 다시 경관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될 것입니다. 도시경관문제가 도시문제로 등장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머지않은 장래에 말입니다.
그 때는 누가 책임자가 되던 이처럼 퇴출 당하지 않게 열심을 다해주길 바랍니다.
정말 사죄를 드립니다. 서울시민들에게 아름다운 도시경관을 지켜드릴 담당과를 잃게 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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