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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그린벨트 -지켜야 하나 풀어야 하나
     
   


1. 지속가능한 도시 관리-그린벨트 정책

그린벨트(Green Belt)란 기존 도심의 주변확장을 막기 위해 개발을 제한하는 거대한 녹지대(綠地帶)를 말한다. 법률적인 용어로 개발제한구역이 정확한 표현이다. 말 그대로 도로·학교·공용의 청사 등 도시계획 시설의 설치나 건축물·공작물 등 각종 개발행위를 법규에서 일일이 열거한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는 엄격한 구역을 말한다.
개발제한구역은 도시계획으로 지정하는데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고 도시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전하여 도시민의 건전한 생활환경을 확보하는 것이 지정 목적이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과 운영에 대한 찬반 양론이 있지만 지정 그 자체에는 긍정적인 여론이 훨씬 높다. 환경에 대한 일반인들의 의식이 높아졌고 환경보전론자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지구의 허파로 불리우는 아마존이 개발이란 미명하에 사라져간다고 야단들이지만 속수무책이다. 이는 분명한 재앙이다. 재앙은 또 다른 재앙을 불러온다.

환경에 대한 심각성을 전세계의 주요 도시가 인식, 1992년 리우 환경회의를 개최 「지속가능한 도시」를 목표로「Agenda 21」을 채택하게 되었으며, 이의 실천 방안을 각 도시별로 마련하기로 한 결의에 따라 서울시에서도 1997년 「서울의제 21」을 작성 발표하였다. 그 내용에 의하면 「지속가능한 서울(Sustainable Seoul)」을 목표로 한 개발제한구역에 대한 정책목표를 다음과 세우고 있다.

1999년까지 개발제한구역내 전답(田畓)이나 빈땅을 공원으로 조성하여 녹지량을 증대하고 시민 휴식공원을 확대하겠으며 택지개발이나 재개발 사업으로 인한 녹지훼손을 최대한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수동적인 관리에서 적극적 능동적인 관리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다. 어떤 특정한 도시만이 나아갈 바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면 개발제한구역은 결코 소홀히 다루어서는 아니 된다고 생각한다.

김영삼 대통령시절 서울시장으로 임명된 김 모시장은 그린벨트를 무단 훼손하였다는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아 7일만에 옷을 벗은 사건이 있었다. 매년 그린벨트를 조사하여 불법 행위자의 명단을 언론에 공개하는데 종종 알만한 인사들이 거명되어 창피를 당하기도 했다.


2. 수익자 부담원칙-그린벨트의 손해보전

문제는 부적절한 관리방법에서 찾을 수 있다. 강한 규제만 있고 특별한 혜택이 없다는 것이다. 그저 그곳에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상대적 불이익을 당한다면 사회 정의상 바람직한 일이라 할 수 없다.

맑은 물을 마시길 원하는 서울시민은 상수원의 오염배출을 최소화하는데 따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도리이다. 상수원 구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오염 배출을 줄이는데 따른 경제적 불이익에 대한 손해보전을 수익자가 부담하는 것이 마땅하다.

서울 가회동의 한옥지역을 보전해야 하느냐 마느냐하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 한 때 가장 부자들이 살던 동네가 한옥 보전정책으로 가장 낙후한 마을로 변했다고 불만이 여간 아니다. 서울시나 정부가 마땅한 대책도 없이 해당 시민들에게만 불이익을 감수하라고 한다면 불공평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지역보전을 위한 장기적인 프로그램의 개발과 경제적인 지원방안을 세워야 하는게 아닌가? 한옥지역은 어느 개인의 재산이기 이전에 모든 사람들이 향유해야 할 역사적 재산이라면 당연히 시민들이 부담하는 게 옳은 일이다.

개발제한구역의 관리정책도 마땅히 이와 같은 차원에서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다. 개발을 제한함으로서 이익을 받는 자는 도시민이다. 도시민은 불특정한 다수인이다. 하지만 재산상의 제약을 당하는 사람들은 개발제한구역에 거주하는 특정한 사람들이다. 수익자 부담원칙이 여기서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어떤 방법으로 어떤 방향으로 그린벨트를 관리 운용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은 정부를 비롯하여 환경전문가 이해당사자 등이 최대공약수를 도출해야 할 것이다. 최근 건설교통부에서는 개발제한구역의 제도 전반에 대해 전면적인 검토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선거공약이기도한 개발제한구역의 전면적인 검토에서 바람직한 방안이 강구되리라 믿는다.

3. 개발제한구역의 역사-박정희 대통령의 통치철학

그린벨트는 우리나라만 있는 제도는 아니다. 런던, 워싱턴 등 서구·미주 등지의 대도시 주변에도 그린벨트를 두어 도시의 확장을 물리적으로 저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71년7월30일 수도권을 중심으로 최초로 지정되었다. 동년 1월19일 개정된 도시계획법에 근거하여 지정된 개발제한구역은 그 당시로는 가히 혁명적인 조치가 아닐 수 없었다. 그후 1977년4월18일 전남 여천시 주변을 끝으로 8차례에 걸쳐 지정되었는데 모두 14개권역 5천3백97㎢에 이른다. 이는 전국토의 5.4%에 해당한다. 상주인구는 모두 96만5천명으로 이를 가구수로 따져보면 우리나라 총가구수의 2.5%인 28만2천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그린벨트의 지정 당시 급작스레 추진하다보니 충분한 현지조사 없이 졸속으로 지정된 곳도 없지 않았다. 주거밀집 지역이거나 도시화가 진행중인 곳까지도 지정됨으로 해서 불만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이 제도의 도입은 박정희 대통령의 중요한 치적중의 하나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박대통령의 독재적인 성향이 아니였으면 감히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그가 통치하는 동안만은 아무도 그린벨트에 대해서 입을 열지 못했다. 위반자는 엄중하게 조치를 했다. 지위고하를 막론한 형사처벌 등 강력한 행정조치에 감히 그린벨트를 어찌 해 보겠다는 사람이 있을 수 없었다.

4. 그린벨트 훼손의 주범-공공분야 건축물

엄격하던 관리정책은 1980년 전두환 대통령시절 공공분야 건축물들이 각종 명분을 업고 개발제한구역을 서서히 잠식하였다. 각종 학교 건축물과 부수된 교육관련시설을 비롯하여 국·공립 연구소·연수원, 정부청사 등 공용건축물, ’86아시아 경기대회와 ’88올림픽·14회 아시아경기대회·18회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제4회 동계아시아 경기대회와 2002년 월드컵 축구지원시설 등 체육관련 시설들이 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에 편승 기타 공공 시설물들도 들어설 명분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민간 건축은 엄격한 통제를 가하는 상반된 정책을 펼쳐 왔었다.

뿐만 아니라 주택200만호 건립을 추진함으로 서울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위성도시가 탄생하였고 그 도시가 팽창하는 과정에서 그 사이에 위치한 개발제한구역은 점점 축소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 되고 말았다. 물먹은 스펀지에 색깔 있는 물방울을 떨어트리면 그 주위로 점점 퍼지는 것처럼 공공정책이 개발제한구역을 훼손하는데 앞장섰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어떻게 해명할 것인지 모르겠다.

5. 도시계획법시행규칙의 개정-구역 주민의 불편 해소

개발제한구역 주민들의 생활불편사항의 개선을 목표로 1998년5월19일 도시계획법 일부 규정을 개정하였다.

구역 지정 이전부터 동 구역 안에 거주하던 자녀가 결혼하여 분가할 경우 그들이 함께 동거할 주택을 건축하는 경우 기존주택을 3층이하, 연면적 300㎡이하의 다세대주택으로 건축을 허용하고, 인접지의 동일 건축물과 합필 개발하는 경우 기존의 건축연면적을 합산하여 건축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이 경우 주택은 증축이 허용되는 범위를 초과하여 건축하고자하는 때에는 기존 호수의 범위 내에서 다세대 주택으로 건축할 수 있도록 완화하였다.

공공시설의 설치로 인한 주택의 이축이 필요한 경우 인근토지 또는 인근 마을에만 이축이 가능하던 것을 당해 시·군·구 또는 인접시·군·구로 확대하고, 그 기간도 2년으로 한정하던 것을 언제든지 이축이 가능케 하였다.

동 구역 안에 사립고등학교와 특수학교의 신축을 허용하고 행정구역의 2/3이상, 인구의 1/2이상이 개발제한구역에 해당하는 시·군·구 또는 행정구역의 9/10,인구의 9/10가 개발제한구역에 해당하는 읍·면·동에는 문화예술회관, 도서관, 시민회관, 농·수·축·임산물 공판장 등의 건축을 허용하고, 테니스장·체력단련장 등의 체육시설, 병원·의원·조산소등 의료시설, 생필품마켓 등을 건축할 수 있게끔 개정하였다.

6. 그린벨트의 재검토-완화냐 합리화냐

정부는 그 동안 누적된 지역민의 불만을 해소하고 최근 제기되기 시작한 지방자치단체의 관리비 부담기피 현상에 대한 관리적 측면과 토지의 활용도 등 토지이용 측면, 주민보상 측면에서 전면적인 검토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금년 중으로 실태조사와 공청회 등을 통한 여론을 수렴하고 관련 법률안을 정비하여 1999년부터 지방자치단체별로 그린벨트의 재조정을 착수토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그 자체에 대한 이견은 있을 리 없다. 불합리한 규제를 완화하고 적절한 관리기법을 도출한다면 반대할 의사가 없다. 규제완화의 정신은 불합리한 규제에 대한 완화이지 규제해야할 필연성이 있는 경우까지 완화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구역지정 이후의 소유권 변동상황을 보면 전체 면적의 53.2%에 이르며 이중 외지인이 취득한 토지가 46.3%에 이른 것은 투기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지 모르겠다. 규제완화 과정에서 행여나 이들 대상지가 포함되어서는 안된다. 적어도 정부가 도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실소유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그들의 상대적인 경제손실에 대한 보전 대책 등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하지만 최근 도시전체의 90%이상이 그린벨트로 이루어진 과천·의왕·하남시의 일부를 해제하기로 당정간에 합의했다는 보도(‘98.6.13과 6.14 조선일보)를 접했다. 어디 그 곳 뿐이겠는가? 아마 곳곳에서 해제를 원하는 지역민들과 정치인들의 등쌀에 정부가 골치를 썩일 것이다.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과연 지키는 것이 옳은가 푸는 것이 옳은가. 사심 없이 검토되기를 바란다. 물론 엄격한 기준을 두고 검토하겠지만 이런 일일수록 뒷말이 많은 편이다. 「이하부정관(梨下不正冠)」이라 했다. 떡 장사를 하다보면 손에 고물이 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먼 훗날 ‘어느 누구가 그린벨트를 망쳤다’는 욕을 먹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지금 우리는 5년 전의 의욕적이던 정책들이 현실에서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지를 보아 알고 있지 않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분야의 다양한 목소리를 겸허이 들어야 한다. 그리고 분명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린훼밀리운동연합(사무총장 김재범)과 한양대 신문방송학과가 「제26회 세계환경의 날」(6월 5일)을 맞아하여 수도권 시민 440명을 상대로한 「환경의식과 언론의 역할」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1998.6.3 문화일보) ‘경제성장을 위해 환경파괴를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는 의견이 83.5%로 압도적이었고 정부의 그린벨트 완화정책에 대해서도 ‘잘못한 정책이다’고 대답한 사람이 58.8%를 차지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PLUS 9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