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 도시경관에 관한 2가지 생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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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제일주의 정책이 그 동안 우리사회를 이끌어 왔었고 그 결과 물질적으로나마 1만불 시대를 잠시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얻은 것에 비해 우리가 잃었던 것들도 너무나 많음을 기억해야 한다. 아름다운 자연강산은 산업 오염물질로 황폐화되었고, 개발이란 미명으로 파괴된 경관, 고갈된 식수원 등 부작용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뿐만 아니라 문명의 이기가 인간에게 준 편리는 삶의 여유를 빼았고 정신세계를 메마르게 하고 말았다. 경제성장의 산물인 고밀 고층의 건축물로 숲을 이룬 도시는 겉과 달리 안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우리들을 위협하고 있다. 부족한 도시기반시설에의 과부화 현상과 교통난 가중, 도심경관과 자연경관의 훼손은 물론 최소한 인간이 지녀야할 존엄성 마저도 상실하게 하고 있다. 도시의 주체는 건축물이 아니라 인간이다. 인간이 배제된 도시는 죽음의 도시이다. 오늘날의 도시는 조지오웰의 『1994년』에서 묘사된 것과 같은 물질과 기계문명만이 존재하는 그런 도시와 다를 바가 없다. 최근까지만 하여도 개발론자들이 정책을 주도하여 왔다. 개발에 따른 문제점들과 함께 환경보호론자들의 목소리가 근간이 이르러 힘을 얻고 있는 편이긴 하지만 아직도 개발론자들이 득세를 하고 있다. 1960년 UN이 아프리카 생태계 보호를 위한 연구를 시작함으로 환경에 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1970년 미국은 수질오염, 해양오염, 쓰레기 문제등 환경문제가 사회화함에 따라 『지구의 날』을 처음을 제정하였다. 1990년 UN에서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세계대회를 개최하여 『Local Agenda 21』계획을 추진키로 의결하였다. 그후 1992년 UN이 주체가 되어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로에서 열린 지구정상회의에서도 『Agenda 21』을 채택하여 『지속 가능한 개발』을 노력하기로 의결하였다. 지속가능한 개발이란 현세대의 활동 결과가 다음 세대가 개발할 여지를 축소시켜서는 안되며,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환경적 조건을 다음 세대가 활용할 수 있도록 남겨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특정한 나라나 특정한 도시만으로 해결되어질 문제가 아니므로 전세계와 주요도시가 참여하고, 모든 세대와 계층의 적극적인 참여가 보장된 가운데 추진되어야 한다. 서울시에서도 이에 발맞추어 『서울의제 21』계획을 수립, UN에 보고한바 있다. 8개분야 30개의 행동목표 중 도시계획분야에서는 『시민이 함께 만드는 쾌적하고 친숙한 서울』이라는 주제를 설정하여 인구감소 추세가 적정선까지 유지되도록 하고, 녹지공간의 확보와 도시경관을 고려한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유도한다는 기본방향을 정하고있다. 앞으로의 주택정책도 이 기조에 따라 추진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마당에 환경이나 경관을 따진다는건 어리석을지도 모른다. 배부른 생각이라 비난받을지도 모른다.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추진하는 조합이나 시공자의 입장은 사업성이 줄어 포기하거나 지연될 수도 있다. 분양가 상승으로 입주자들의 부담은 늘어날 것이며 주택공급은 줄어들게 되어 주택난을 가중시킬 것이다. 그렇지만 사용자의 측면에서 본다면 단순한 경제적 이익보다는 장기적으로 받게 될 환경에 대한 이익에 관해서도 검토되기를 원하고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쾌적한 주거환경은 물론 교통, 청소, 학교, 도로, 상하수도 등 지역환경의 불편으로부터의 보호를 받을 수 있으며, 인근의 거주민들은 아름다운 자연과 도시경관을 향유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에서는 ’96년 11월 공동주택의 입면적 제한, 입면 차폐도, 구릉지변 높이 한계와 동간거리 제한, 공동주택 부지규모와 생활공간 확보비율에 따른 허용 용적률의 차등제를 골간으로 한 지표적 심의기준을 제정 운영하고있다. 주택 200만호 건립 목표시 상향조정된 400%의 용적률을 300%이하로 유도하여 쾌적한 주거환경을 확보하고, 이를 계기로 「공동주택 주민 이용시설의 확보방안」과 「주거환경 지표」를 개발하게 되었다. 조만간 이를 가시화하여 지표적 심의기준이 보완되리라 본다. 올바른 사회는 여러 목소리가 수용되는 사회이어야 한다. 경제살리기를 해야 한다고 한쪽으로만 문제를 풀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 모든 사람들이 한 곳으로 몰려갈 때 적어도 한 두 사람만이라도 다른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 소수 의견이 존중받는 사회야말로 건전한 사회인 것이다. 2. 국적불명의 주택문화에 대한 좌절과 바램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 법과 제도를 잘못 만들면 쉽게 고칠 수도 없을 뿐더러 그로 인한 영향은 오랫동안 다른 문제로 남게 된다. 건축물의 형태를 규정하는 건축기준 중 일조권 기준과 다락의 기준에 관한 2가지 문제가 그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건축법에 일조권 규정이 최초로 도입된 1976년도의 당시 상황은 환경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가고 건축으로 인한 분쟁 또한 환경권에 관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동 규정의 등장은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지 규모가 협소하여 남쪽과 북쪽 모두의 일조거리를 확보할 경우 2층을 넘을 수 없어 건축을 포기하거나 축소해야 될 지경이었다. 그로 인한 불만이 가중되자 1980년 정북쪽으로만 일조거리를 확보케 하여 타인의 일조만 확보토록 개정하여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법을 만드는 사람들은 단순하게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현실은 정반대의 결과를 낳고 말았다. 남쪽은 대지경계선에서 50㎝만 띄우고 그늘진 북쪽을 2m이상 건물높이에 비례하여 띄워놓은 기현상의 주택들이 들어선 것이다. 과연 일조권이 우리의 전통주거 양태를 바꿀 만큼 중대한 것이었던가? 일조권을 확보하는 방법이 그밖에 달리 없었던가? 법규가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는 변명으로 건축가의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고 본다. 남향받이의 전통 주거양식이 신설된 일조규정 하나로 국적불명의 건축물을 태어나게 한 것은 이를 설계하고 건축한 건축가들의 책임을 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유럽을 여행하다보면 아름다운 건축물들을 목격하게 되는데 대부분이 뾰족하거나 경사진 지붕들로 이루어져 있다. 만약 경사 지붕이나 뾰족지붕이 평지붕이라고 가정한다면 과연 그 아름다움이 똑 같이 느껴지겠는가? 과거 우리나라 주거용 건축물의 생명력은 모임지붕과 경사지붕에서 찾을 수 있다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어느 순간에 평지붕에 누렇고 푸른 프라스틱 물탱크가 즐비하게 늘어선 볼품없는 모습으로 변하고 말았다. 아파트의 경우도 물탱크실만 우뚝 솟은 닭장 같은 형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경사지붕이나 모임지붕의 공사비가 평지붕보다 많이 들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근본적으로 건축법 규정을 개정하여 다락의 층고를 1.5m로 제한함에 그 원인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동 기준이 강화되기 이전인 1992년 5월 30일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평균반자 높이가 1.8m이하인 경우는 다락으로 인정하였다. 허가시에는 다락으로 사용한다 하면서도 공사 과정에서 아예 한층으로 시공하거나 심지어는 이를 별도 분양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를 묵인하거나 방조한 감리자나 공무원들은 감사를 통해 징계를 받는 등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제도를 개선하기보다는 위법 요인을 아예 제거해 버리는 게 편하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동 규정을 개정하는 쪽으로 선택하고 말았다. 다락의 층고를 1.5m 이하로 제한하면 위법을 할래야 할 수가 없다. 그 결과 위법의 악순환은 줄었는지 모르지만 경사지붕이나 모임지붕의 형태가 사라지고 대신 물탱크와 쓰레기 더미만 쌓인 불량스러운 평지붕의 건축물들이 도시를 점령하고 말았다. 일부에서는 경사지붕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한 때 눈썹지붕이 유행하기 했으나 이제는 그마저도 포기한 상태이다. 물론 경사지붕이나 모임지붕만이 도시경관을 이루는 최선이라 볼 수는 없다. 생각 없이 만들어진 법이나 제도가 이처럼 무지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은 행정가의 한 사람으로 책임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너무 오랫동안 지켜온 규정이라 쉽사리 개정할 수가 없다는 현실을 핑계로 현행 규정을 계속 유지해야만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늦었다는 그 순간이 가장 빠른 결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 나라의 건축물은 그 나라의 문화지표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먼 훗날 우리의 후손들이 오늘날의 건축가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무서워하며 기억해야 한다. 건축가는 건축가로서의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 아닌가? (건축가 98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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