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21. 건축행정과 관련된 4개의 짧은 생각
     
   


1. 세부설계에 의하여 관리되어지는 도시

지방자치제가 마치 선심을 베풀기 위한 행정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 지역민들에게 선거공약의 선심을 베푸는 식으로 도시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단체장이나 의원 등이 있다면 도시는 어떻게 되겠는가?

대표적으로 도시계획적인 안목 없이 지역을 상향(Up Zoning)시킨 일을 들 수 있다. 적어도 지역의 조정은 도시기반시설과 향후 발전 전망 등을 고려한 종합적이고 세밀한 검토가 선행된 후 결정되어져야 한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95년이후 상향 조정된 지역의 내용을 살펴보면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이나 일반 상업지역으로 2단계 내지 3단계 상승 조정된 경우가 26%이며 1단계 상승 조정된 경우도 74%나 되었다.

지역이 상승되면 우선 용적률이 증가되고 용도 또한 완화되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도시가 바뀔 것이다. 토지주의 개발욕구는 법이 허용하는 상한까지 이르게 될때 기존의 부족한 도시 기반 시설이나 교통, 공공시설 등에 무리한 부담을 지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인근지역과 상대적인 차이가 없음에도 갑자기 증가된 용적률이나 완화된 용도로 인한 일조, 통풍, 경관, 주거환경 등이 악화되어 주변지역에 악영향을 미치게 할 것이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는 도시설계지구나 상세계획구역으로 동시에 지정하게 함으로 다소나마 문제점을 줄이고자 하였다. 도시관리기법을 동원하여 충격을 완화시키겠다는 의도이다.

그 외에도 기본계획을 수립 도시계획적인 차원에서 해당구역을 관리하고 있는 곳으로 재개발구역이나 아파트지구 등을 들 수 있다. 도시계획사업과는 무관하지만 재건축의 경우는 건축심의를 통하여 지역에 생기는 문제점을 최소화시키고 있다. 재건축의 경우도 도시에 미치는 영향등을 감안한다면 소홀히 검토할 것이 아니라 상세계획이나 도시설계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에서는 향후 도시설계지구나 상세계획구역의 지정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한강변이나 구릉지 등 자연 경관보호를 위해 별도의 지구를 정하여 관리해야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지역별 콘트롤(Zoning Control)을 통해 도시를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일 것이다.

2. code화를 향한 건축기준의 제정

건축법 제59조의 3규정은 연구기관이나 학술단체 등 관련 전문기관이나 단체가 건축에 관한 기술기준을 제정할 수 있도록 된 규정이다. 대지의 안전, 건축물의 구조상 안전, 건축설비 등에 관한 기술적 기준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을 법규에서 다루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또한 법규의 굴레로 묶어둘 필요도 없으며, 지금까지 이에 대한 기준도 일부만 제정되었을 뿐 다양하게 마련되지 않은 실정이다. 이를 위해 95년 1월 5일자로 신설한 것이다.

그동안 에너지부문에 관해서는 「건축물의 용도별(사무소,판매시설,숙박시설,목욕장 및 수영장,병원,관람집회시설,학교) 에너지 절약설계기준」이 제정된 바 있고, 「에너지의 합리화 이용기준」(86.10.26), 「건축물의 냉방설비에 대한 설치 및 설계기준」(92,7,25)등이 제정되어 사용중에 있으며, 구조부문은 건축물의 구조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의한「건축물의 구조내력에 관한 기준」(96.2.13)만 제정된 상태이였다.

97년 11월 25일 대한건축학회에서 제정한 「강구조 한계상태 설계기준」(건교부 고시 1997-375호),「경량기포 콘크리트 블록구조 설계기준」(건교부 고시 1997-376호),「경량기포 콘크리트 패널구조 설계기준」(건교부 고시 1997-377호)이 건설교통부장관의 인정을 받아 새로이 고시되었다.

이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건축재료나 시공분야에서는 날로 첨단재료와 신기술, 신공법 등이 발전 개발되고 있는데 이를 뒷받침할 마땅한 기준이 없어 제 때에 반영되지 못한 점이 없잖아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현행 건축법의 개체기준을 법규에서 묶어 둘 것이 아니라 미국의 UBC (Uniform Building Code)처럼 별도 기준으로 관리하자는 논의가 오래 전부터 있었다. 법규의 한계가 신소재 신기술 신공법에 능동적으로 대응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개체기준이나 기술기준 등을 법규로 묶어둘 경우 전문기술이 없는 행정공무원들이 다룸으로 규제쪽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건축사의 설계도로 시공이 불가능하다고 건설업체가 설계를 해야 한다고 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건축사의 자질이나 양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시공을 뒷받침할 설계를 할 수 있는 자료가 빈약하다는 것이다. 디자인은 설계자의 아이디어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그 세부적인 시공설계는 기술의 집약이 뒤따라야 하는 것이다. 시공분야는 설계자를 탓하고 설계분야에선 시공자를 나무라고 있는데 어느 한쪽의 이야기만 옳은 것은 아니다.

설계기준이나 기술기준 등을 제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조직과 시간 그리고 경비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실천을 위한 의지가 전제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건설교통부에서 주관하고 건축 3단체가 협력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본다.

기타 건설관련 연구소와 시험소 등과 연계 협조를 한다면 2002년까지는 불가능하지는 않으리라 본다. 현재의 각종 기준들을 재검토하고 K·S기준과 ISO기준 등을 총망라하여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도록 종합적인 건축기술기준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지금부터라도 추진해야 한다. 국제화와 WTO체제의 출범으로 건축 설계시장도 곧 개방하지 않으면 안될 입장이다. 더구나 IMF 체제하에서는 시장개방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이다. 경쟁에서 이기는 길은 그에 걸 맞는 기준과 기술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안된다.

3. 건축심의 대상의 축소

건축심의 폐지가 공정거래위원회 소속의 규제개혁위원회에 상정되어 논란을 거듭하다가 ’97년 9월 9일자 건축법 시행령 개정시 심의대상 일부가 축소되었다. 도시설계지구나 아파트지구의 건축물에 대한 건축심의를 폐지하고 에너지절약심의와 일선 지방자치단체가 임의로 시행하던 건축심의 대상도 폐지하였다.

건축심의가 과연 필요 없는 것인가?

건축심의에 대한 불만을 들여다보면 대략 다음의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현행 건축법에서 정한 최대한의 기준들을 과다하게 규제한다는 것이다. 사업주는 사업성만을 고려하여 최대 규모를 요구하는데 설계자는 건축주의 의사에 반하여 설계할 수 없는 입장이다. 건축심의를 빨리 처리하지 못하거나 부결될 경우 무능한 건축사로 인정되어 설계업에 차질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건축설계업의 운명이 영업성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판에 건축주에게 무능한 건축사로 낙인찍히게 된다는 것은 설계업을 그만 두어야 한다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는 법이나 제도를 정비하지 못한 행정부의 책임이다. 도시의 개발균형이 깨어진다면 법과 규정을 정비해야된다. 예측가능한 행정은 법과 규정에 의한 행정인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안으로 들여다보면 쉽지가 않다. 의회라는 시민의 이익집단을 대표하는 기관을 설득하기 어려운 행정부의 고민이 있는 것이다. 그 고민을 건축심의를 통해 해결하려 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법에서 400%의 용적을 허용하면서 건축심의에서 300%이하로 유지하려 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현실을 무시하고 너무 이상만을 집착하는 심의위원들의 행태에 대한 불만이다. 건축가의 창작품을 단 몇 분만에 난도질한다는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젊은 건축가들의 실험성이 강한 작품들이 많이 제재를 받는다는 것이다. 일선 행정기관에서는 경미한 변경까지 변경심의를 요구하거나 건축심의에서 건축사 자신의 견해를 밝힐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데에도 불만이 있다.

주관적인 심의 내용에 대해서는 선정되는 인적자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하더라도 가급적이면 공개된 건축심의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소리도 있다. 서울시의 경우는 공동주택에 대하여 지표적 심의기준을 마련하여 운영하고 있다.

심의위원을 지명도나 원로 위주로만 선정하는 것보다 다양한 연령층과 관·학·산업계를 망라하여 구성하므로 폭넓은 의견을 듣도록 해야 한다.

세번째는 심의 기간이 길어서 사업계획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대도시의 경우는 매주 1회씩 심의를 운영하고 있고 강남구의 경우는 2개의 건축위원회를 두어 매주 2회씩 심의를 하고있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일부 지방에서는 2주에 한번 또는 1달에 한번의 심의를 개최하는데 그것도 보완이나 재심으로 결정 될 경우 통과되기까지 무려 2 – 3개월을 넘기게됨으로 분양계획이나 자금조달계획 등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심의 신청서류가 복잡하고 번거롭다는 것이다. 일부 지방도시에서는 건축허가나 사업승인서류를 모두 갖춘 후에 건축심의를 하게 하는데 건축심의에서 그 내용이 조정될 경우 이에 부수된 설비설계,소방설계,구조설계,토목설계는 물론 교통영향평가 등을 전부 다시 변경할 수밖에 없는데 이로 인한 시간과 경제적인 부담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건축심의를 건축허가와 분리하여 운영하는 방안이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 서울시의 경우는 오래 전부터 분리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불만사항들이 건축심의가 갖는 순기능을 덮을 만큼 컷다는데는 행정의 책임을 부인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건축심의를 폐지한다는 것은 빈대 한 마리 잡기 위하여 초가삼간 태우는 우(遇)를 범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한강변을 따라서 병풍처럼 둘러싼 아파트와 동소문동 재개발 아파트처럼 계속적으로 자연경관이나 도심경관을 훼손하면서 건축물이 들어서도 좋다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최소 또는 최대 기준만으로 되어진 현행 건축관련 법규와 세부적인 지역계획이 수립되지 아니한 현실에서 그나마 건축심의를 폐지한다면 대지 소유자의 과다한 개발욕구를 제어할 수가 없을 것이다.

건축심의를 폐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몇 가지 사항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된다.

해당지역의 입지 여건을 감안한 적정한 밀도기준 등 적정기준을 제정하고 이를 건축법에 반영하여 적정기준 이내의 건축물은 신고만으로 처리하고 그 기준을 초과한 경우에 한하여 건축심의를 통한 조정을 거쳐 건축허가 하는 방안을 강구해 봄직도 하다.

바람직하기는 조닝 코드(Zoning Code)와 빌딩 코드(Building Code)를 제정, 완벽한 설계기준을 마련한다면 건축심의를 폐지할 수도 있을 것이라 본다. 그러나 이는 결코 가까운 시일내 쉽게 마련하기가 어렵다는데 문제가 있다.

아쉽지만은 그래도 건축심의는 존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강화되는 재건축 기준

최근 무분별한 재건축으로 도시기반시설에 부담을 초래함은 물론 주거환경의 파괴, 자연경관과 도시경관을 망친다는 여론이 대두하기 시작하였다. 더구나 건축물의 수명도 충분히 남아 있음에도 승인권자는 사업자가 신청하여 작성된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무분별하게 재건축을 허용하고 있다는 비난도 받았다.

’97년 12월 13일자 주택건설 촉진법이 개정되면서 노후·불량주택의 재건축기준 일부를 강화하였다.

개정 내용에 의하면 종래 주택조합에서 임의로 안전진단을 하던 것을 시장 등(구청장)에게 신청하도록 하였으며, 시장은 안전진단이 필요 없는 노후불량주택을 제외하고는 전문기관을 선정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재건축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였다. 이 제도의 도입으로 안전진단의 객관성을 얻게 되었으며, 어느 정도는 재건축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붕괴 등으로 긴급히 재건축을 추진해야할 경우는 시장 등이 재건축을 직접 시행하거나 대한주택공사나 지방공사로 하여금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였다. 뿐만 아니라 시장 등은 재건축사업이 신속하게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의무도 함께 지도록 규정하고 있음이 그 특징이다.

서울시에서는 ’97년 3월 재건축사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제시한바 있었다.

현행의 재건축기준으로는 고층 고밀 재건축을 막을 방법이 없고 일조.통풍.조망권 등의 주거환경을 악화시키고 공공시설과 기존 인프라의 부족에 따른 지역적인 문제점과 자연경관이나 도시경관이 훼손에 따른 적절한 보완 대책이 쉽지 않다는데 있다는 것이다.

그 동안 사업승인된 76.2%가 20년 미만의 건축물로서 국가재원의 낭비는 물론 철거로 인한 건축폐자재는 심각한 환경문제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일부 아파트 단지는 재건축을 목적으로 개·보수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대하여 서울시가 제시한 대책으로는 노후불량주택에 대한 대상 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안전진단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현행 400%인 용적률을 300%수준으로 하향 조정하고 기존의 공동주택은 유지관리를 철저히 할 수 있도록 특별수선충당금 제도를 정비하고 재건축 전에 리노베이션(Renovation)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 바 있다.

장기적으로는 국민주택초과 주택에 대한 분양가 자율화와 재건축에 따른 개발 이익의 환수 문제, 재건축사업의 도시계획사업화, 고밀 아파트의 재건축 기금 적립 제도문제 등도 검토되도록 건설교통부에 건의한 바 있다.

이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해결되지 않으면 안된다. 재건축문제가 도시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해서는 아니 되기 때문이다.
(건축사 9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