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가회동의 한옥촌-어디로 가야 하는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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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문화체험은 박물관이나 유적지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남대문의 공포와 무량수전의 배흘림 기둥에서, 김홍도의 풍속화와 천마총에 서 우리 나라의 문화수준을 감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선별되고 박제된 유적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생활 속에 뛰어 들어 살아있는 풍습을 체험하는 것이 가장 이해가 빠를 것이다. 우리 주변에 조금만 눈을 돌리면 곳곳에서 옛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희미한 것도 있지만 아직도 옛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 그 러나 이러한 것들도 관심을 두지 않으면 오래지 않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 것이다. 그것이 유형이든 무형이든 관계없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 매 우 가슴 아프다. 경기도 용인의 한국민속촌, 서울 남산골의 한옥마을, 전남 승주군의 낙안마 을 등은 그나마 인위적으로라도 조성하여 전시적인 형태로 보존하고 있지만, 나머지 40여 개소의 민속마을은 특별한 보존대책 없이 주민들에게만 맞겨 두어 오래지 않아 그 모습을 잃어버릴 것이다. 가회동은 서울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집단 한옥촌이다. 그러나 현재는 국 적불명의 건축물들에 의해 점차 점령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만간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매우 적다. □ 가회동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서울을 600년의 역사도시라고 하는데 경복궁이나 덕수궁·남대문으로 역사 운운 한다는 것은 외국인들 눈에 과연 어떻게 비칠까? 파리와 로마는 도시 전체가 수백년의 역사를 유지하고 있다. 그것과 비교한다면 우리의 서울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나마 가회동만은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현대와는 다른 과거의 모습을 지닌 곳이다. 추녀와 기와선, 창호지를 통한 어스럼한 불빛, 좁다란 그러면서도 구불구불한 골목길, 이것만으로도 가회동은 보존해야 할 이유가 되는 것이다. 안동의 하회, 경주 교동의 최씨 집단촌, 지리산 청학동처럼 될 수는 없지만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더 이상의 훼손은 막을 수 있을 것 같다. 일부에서는 현존하는 한옥이 우리의 전통건축이 아니기 때문에 보존가치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변질된 모습도 엄연한 우리의 역사가 아닌 가? □ 가회동 주민들의 항변 가장 부촌이었던 곳이 가장 낙후된 곳으로 변한 것은 이도 저도 아닌 정책 때문이라고 주민들의 원성이 대단하다. 대책도 없이 한옥지구로 지정한다하 여 한 때 거센 반발이 있었다. 한옥지구로 지정하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그 대안으로 제4종 미관지구와 고도지구로 지정, 지역을 관리하게 하였다. 그러 나 그것이 얼마나 잘못되었던 것인지 나중에야 후회하게 된다. 최고 높이지구로 지정한 것은 ‘77.10.31이다. 10m한도 내에서 건축하도록 하 였다가 문민정부가 들어선 후 ‘94,7.4 그 높이를 16m까지 완화하였다. 5층까 지 건축이 가능하게 되자 주변의 환경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상한 건축 물들이 한옥들을 잠식하고 말았다. 가회동 입구에 들어선 현대빌딩과 헌법재판소는 주민들에게 4종 미관지구 의 해제를 요구하게 한 빌미를 주고 말았다. 나머지 주민들만 한옥으로 계속 유지토록 할 명분을 잃게 한다. 이 곳 주민들은 오래 전부터 이 곳을 새로운 주거도시로 가꾸려고 꿈꾸고 있다. 시·구 의원과 구청장에게 압력성 민원을 제기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 가회동 현황 약 19만 5천평에 2,297동의 건축물로 들어차 있다. 그 중 한옥은 61.3%인 1,408동이다. 한옥 중에는 순수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건축물이 1,296동이며, 그나마 112동은 상업시설로 사용되고 있다. 한옥이 아닌 건축물은 38.7%인 889동인데 주거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경우가 563동, 상업용이 204동, 헌법재 판소, 대사관 등 공공시설이 17동, 학교가 19동, 미술관 등 문화시설이 38동, 기타 48동으로 되어있다. 가회동에는 고유의 전통한옥은 거의 없다. 대부분 일제시대나 6.25를 거치 면서 개량된 한옥들로 변하고 말았다. 이러한 점이 전통성에 대한 시비거리 로 등장한다. 1980년대 이후에 건축된 건축물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건축물들이 보통 이 하로 불량하다. ’85년 이후 건축된 건축물은 모두 167동이다. 그 중 58%인 97동이 고도지구가 완화된 ’94년 이후에 건축된 것으로 3-4층 이상이 대중을 이루고 있다. 이들 건축물의 형태는 마치 양복을 입고 갓을 쓴 모양의 우스 꽝스런 모습이다. 이는 높이 16m까지 건축을 허용하면서 한옥형 지붕을 유 지토록 한 종로구 건축심의 기준을 지키게 하는 과정에서 의지가 없었기 때 문이 아닌가 한다. □ 가회동의 역사 구릉으로 이루어져 원래 숲이 울창한 남쪽은 양반 거주지를 비롯하여 규장 각, 홍문관, 사간원, 종친부 등 관청이 자리잡고 있었다. 80여 개소의 역사유 적이 있는데 현재는 경우궁·안동별궁·규장각·종친부 등 44개소가 멸실 되었다. 대표적인 유적지로는 헌법재판소가 자리한 홍대용·박제가·김옥균 등 실학파와 개화파들이 자주 드나들던 개화사상의 발상지가 있으며, 재동 83번지의 광혜원 터, 삼청동 35-119번지의 맹사성 집터, 원서동 134-8번지는 박인환이 살던 집이었다. 가회동 일대에 대한 관심은 1977년 최고고도지구로 지정되면서부터이다. ’83년 집단4종 미관지구로 지정되고 다음해 4월 한옥보존을 위한 건축양식을 제정하였다. 주택은 1층, 공동주택은 2층으로 하되 한옥양식으로만 건축하게 제한하였 다. ’90년 12월 한옥보존지구의 지정을 위한 정비계획을 수립하였지만 주민 들의 반발로 지정하지 못했다. 다소 양호한 385동에 대하여는 시 재정지원을 통하여 한옥을 보존하고 나 머지 지역은 미관지구를 해제하는 방안이었지만 계획으로만 머물고 말았다. 그후 ’94년 건축물의 최고높이를 10m에서 16m까지 완화하고, 같은 해 8월 높이변경에 따른 건축심의기준을 고시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 새로운 몸짓 – 방향성 정립을 위하여 ’91년 한옥보존지구에서 환경보전이라는 목표로 전환하면서 쾌적한 우수 주 거지역으로 되살리기 위해 민간이 주체가 된 「북촌가꾸기회」가 설립되었 다. 당시 서울시의회 의장이던 김찬회씨가 회장을 맡고 이종찬·정주영씨가 고 문으로 구성하여 건설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법인체로 등록하였다. 당시 한가지 눈에 띄는 사건이 있었다. 가회동 11번지의 11세대가 한옥보존 지구의 해제에 따라 건축의사를 밝힘에 따라 몇몇 관심 있는 건축가들이 건 축아이디어를 제공해 준 사건을 말한다. 그 당시 가회동에 대한 자문위원이 던 강홍빈 박사가 제의하고 김광현 교수가 추진하여 김인철·백문기·우경 국·이종상·장세양·조성룡씨가 참여하여 각자의 공동주택 설계안을 발표 하였다. 대지의 고저차를 활용하여 전통과 현대의 어우러짐을 생명으로 한 이들 작 품은 많은 것들을 생각케 해 준다.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그 당시 제시된 모 델이 현실화되었다면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 후 8년이 지난 ’98년, 종로구에서는 제4종 미관지구를 해제하고 재건축 을 통해 지역을 정비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하여 서울시에 제출했다. 동 계획에 의하면 공덕귀가, 인촌 김성수 자택, 손병희가 등 특정 건축물은 문화재로 지정하고, 한국금융연수원, 신선원전과 비원 담장 인접지역은 문화 재보호구역으로 지정 관리하며, 경복궁에서 창덕궁까지 너비 12m 도로변을 상세계획구역으로 지정, 전통문화거리로 조성하겠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 그 나머지는 블록별 재개발 또는 재건축사업으로 고급 연립주택단지로 조성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서울시에서는 가회동을 포함한 도심부 성장관리계획에 대한 용역을 시정개 발연구원 의뢰하여 연구검토 중에 있는데 가회동을 포함하여 한옥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몇 개소를 역사경관지구 지정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 에 동 용역 작업이 완료될 때에 제4종 미관지구의 해제에 대한 검토하기로 하고, 신청 안을 보류 중에 있다. □ 결정되어야 할 가회동의 운명 최근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국민의 사유재산권과 관련한 ‘98.12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사유재산권과 공익의 비교교량에서 사유재산권 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경우 공익만을 이유로 이를 제재할 수 없다고 하였다. 정부에서는 그린벨트지역의 토지를 국가가 매입하거나 과도한 규제를 풀어 줌으로 불이익의 일부를 보상하려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가회동 문제도 이와 같은 차원에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규제행정에서 인센티브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한옥은 보수비등 유지관리비용이 부담스럽 다. 공공이 그 비용을 부담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제세공과금을 다른 지역과 차등함으로 상대적인 손실을 보전해 줄 필요가 있다. 물론 그렇게 되 기 위해서는 공공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고, 필요한 비용을 국가나 지방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 보존가치가 있는 지역은 반드시 보존토록 하되 최소화하고, 그 주변 지역은 한옥촌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건축되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한옥촌을 관광단지화 하는 방안-이를 위해서는 역사문화현장의 재현을 위한 복원이나 복구계획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도 있다. 이 경우 대 기업이 문화사업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매도를 원하는 한옥을 일괄 구입하여 사업주체가 유지관리하면서 임대를 주거나 외국인을 위한 임대주택이나 특 수 호텔로 사용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말 가회동을 전통 한옥촌으로 보존하고 싶다면 지역민들에게 관리토록 하는 소극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이 적극적 능동 적인 의지가 없이는 불가능하리라 본다. 해당 시민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가 회동의 운명을 결정지어야 할 것이다. (PLUS 99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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