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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책에 원수진일 있습니까?
     
   


나는 콤플렉스가 많은 사람이다.

대학을 나오지 못했다는 콤플렉스, 고시출 신이 아니라는 콤플렉스, 영어를 한마디도 할 수 없다는 콤플렉스, 든든한 빽이 없다는 콤플렉스, 어디 내 놓고 자랑할게 없다는 심한 열등감에 사로잡 힐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운전면허증이 없다. 자전거도 탈 줄 모른다. 수영도 할 줄 모른다. 배구나 축 구·탁구도 할 줄 모른다. 할 줄 아는 것보다 못하는 것이 더 많은 사람이 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콤플렉스로 작용하여 한 때는 자폐증세를 보이기도 하였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책을 읽는 일이다. 글을 쓰는 일이다. 책을 만드는 일이다. 학생시절에 소설이랍시고 쓴다고 원고지를 끄적였던 경험들이 나로 하여금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해준 것 같다. 학교에서도 써클지를 참 많이 만들었다. 딸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동네 또래 아이들과 그 부모들이 모 여서 작은 문집을 펴내기도 했다.

공무원으로서는 1983년 강동구청 건축계장으로 있을 때 예규집을 처음 만들 었다. 100여 페이지의 프린트물이긴 하였지만 그 때의 경험은 자신감을 심어 주기에 충분했다. 많은 건축사들의 호응이 자신감을 주었다. 1989년 건축사무관 시험을 치른 후 2년여 동안은 책이란 책은 손에 쥐어본 적이 없었다.

시험에 대한 노이로제가 신문이나 방송 조차도 의식적으로 멀 리하게 했다. 그 시험이 나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힘든 시험이었기 때문이었 다. 2달의 하숙집 생활을 청산하고 시험을 치르고 보따리를 풀면서 아내에 게 한 말이 ‘이제 내 평생에 있어서 시험은 마지막이다’라고 했을 정도였으 니까 말이다.

그후 2여년을 허송세월을 보내고 나니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했 다. 뭔가 잃어버린 듯한 공허감이랄까 헛헛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었다. 불 안했다. 이러다가 무기력증에 빠지지나 않을까 두렵기도 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건축에 관한 해설집을 만들기로 했다.

그 당시만 해도 일선 행정기관에서 필요로 하는 건축법 해설집은 전무하다시피 했었다. 원론 적인 해설은 학교에서나 필요로 하는 것이지 정작 건축사나 공무원 등 실무 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여건이 좋은 것은 각종 예규나 지침, 법령의 변경추이를 일선에서 직접 체험 을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다른 누구보다도 충실한 내용으로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욕심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1년 정도의 작업을 거쳐 「건축법해설 집」이란 이름으로 서울건축사회와 서울시 공동으로 펴내게 되었다. 그 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축하만 해준 것은 아니었다. 일개 구청 과장이 뭔데 건방지게 해설을 하느냐는 말도 적지 않게 들었다. 그 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자료들이 만천하에 공개되므로 일선 실 무직원들은 각종 감사에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나는 그 다음해에는 2배가 넘는 자료를 추가 정리하여 재판을 발간 하게 된다. 그 이후 1993년 송파구청 건축과장으로 발령 받아 「송파구 건축 조례 해설집」과 「서울시 건축조례해설」도 발간하였다. 그 일로 하여 신문·방송 등에 소개되어 유명세를 탓다.

그 후 기문당의 강해작 사장과의 인연이 계속적인 책을 쓰는 동기가 된다. 그 동안 발간된 모든 책을 총 정리하여 1994년 기문당에서 「건축법·조례 해설」이란 이름으로 발간됨으로 하여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 책은 지금까지 매년 개편 발간하고 있는데 건축사나 건축직 공무원들에게는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다른 건축법해설집의 편집 내용에도 많은 변화가 따랐다. 건축직 공무원은 가장 많은 민원인을 만나는 직종이다. 나의 경우는 하루에 보통 5명을 만난다고 치고 1년 300일 기준하면 20년동안 무려 3만명을 만난 셈이다. 실제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이 만났을지도 모른다. 헤아려 보지 않았 으니 말이다.

그 과정에서 민원인과 대화를 하다보면 대부분의 민원인들은 건축에 관련된 법령이나 절차 기준 민원처리과정 등에 잘못 알고 있다는 것 을 알게 되었다. “그래! 쉽게 해설서를 한번 써 보자!” 당장 할 일을 찾은 나는 끙끙거리며 1 년 정도 작업을 하여 1995년도 「알기쉬운 건축여행」이란 이름으로 출판을 했다.

그 당시 기술분야 서적으로는 보기 드물게 1만권 이상 팔리는 호응을 얻었다. 이에 용기를 얻어 건축법 분야와 건축진정 분야, 건축시공분야에 대 해서 시리즈로 펴내기로 작정하여 1996년도에는 「건축법·바로알기」를, 1997년도에는 「건축진정·매듭풀기」란 이름으로 책을 출판하였으며, 1999 년에는 건축시공을 다룬 「나도 공사감독이 될 수 있다」를 발간하였다.

1998년도에는 제1회 공무원문예대전에서 「건축법·바로알기」로 저술부문 의 장려상을 받게 되었다. 그 사이 1996년도에는 2,0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주택건설촉진법 해설」이 란 책도 펴내고 1998년에 이의 개정판을 내게 되었다.

나의 욕심은 끝이 없다. 여력이 되는대로 계속 책을 발간할 예정이다. 몇 권 이 될지는 모르지만 공무원 생활 그 자체가 바로 시민들과 직결되는 일이기 때문에 경험한 것들을 널리 알리는 게 나의 할 일, 나의 의무라고 생각된다.

10권의 책을 쓰기로 했는데 이를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러한 나의 선택에 대해 아직까지는 한번도 후회를 해 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