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 뚱보로 살 수밖에 없는 이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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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항상 그 때의 내 모습을 그리며 지금껏 살고 있으니 환상도 가히 그만하면 병적일 수밖에. 하여간 지금의 내 모습과는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날씬한(?) 체구를 갖고 있 었다. 20여년전의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나를 몰라보겠다니 말이다. 지금은 75㎏을 왔다갔다하는 정도이지만 1985년까지만 하더라도 60㎏을 조 금 넘었다. 날렵하다 못해 비루한 그 모습을 상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오죽하면 여름에도 짧은 팔의 옷을 입지 못했을까! 나는 운동을 싫어한다. 운동? 진정인이 들어오는 날이면 사무실은 돋떼기 시장이 된다. 한 두팀은 예사고, 버스를 대절하여 집단으로 쳐들어오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욕설에 멱살 잡히는 것을 경험하지 않은 공무원은 없을 정도이다. 집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그기다 각종 감사나 수사에도 신경을 곤두서지 않으면 안된다. 건축물은 그 성격상 관계되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가령 세무감사에도, 위생허가 감 사에도, 형질변경 감사에도, 도로 점용허가 감사에도, 환경분야 감사에도 건 축은 반드시 불려 다녀야 한다. 약방의 감초처럼. 일년의 절반을 각종 감사에 시달린다. 뿐만 아니라 함께 있는 직원들이 언제 어디서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 나쁜 의도를 갖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도 모르게 사건에 휘말린 직원들 때문에 수사기관에 불려다니면 피를 말린다. 진정인에게 고발도 몇번을 받았는지 모른다. 그렇다고 일일이 무고로 대응하 기도 그렇고, 마치 살얼음판을 딛고 살아가는 초조함, 지뢰밭을 피해가는 불 안감의 연속이다. 나는 소심증의 사람이다. 내가 챙기고 내가 확인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디 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다소 신경질적이고, 조급함 때문에 매사에 진정 인과 부딪히는 일이 잦다. 느긋하게 참지를 못한다. 민원이이 허튼 말이라도 하는 날이면 바로 진정인을 나무라는 형편이니, 건축주와 싸워야 할 상대가 내가 되는 경우가 더 많아 직원들이 불편해 한다. 그런 사람이 살이 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우리나라의 40대 남성 직장인의 사망원인 제1위가 스트레스인데, 건축직 공 무원은 그야말로 업무 전체가 스트레스다. 이에 위협을 느낀 나로서는 처신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는 굳은 결심을 하 게 된다. 가족을 위해서, 스트레스에서 해방되지 안으면 안될 절박함을 갖게 된 것이었다. 그 계기가 1985년 건축사 면허증을 받고 나서이다.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고 했는데, 정말 나에게 건축사 면허증의 취득 은 생각을 바꾸기에 충분한 계기가 되었다. “그래, 내가 공무원 아니면 할 일 이 없겠어? 이제 건축사 면허증이 있으니 여차하면 건축사사무소를 개설해 야지!” 그러면서 “편하게 공무원 생활을 하자. 특히 진정인과의 관계에서 편견을 갖 지 말자. 설령 그들이 공사를 빌미로 돈을 받을 목적으로 진정한다할지라도 그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자. 진정인은 두렵고 기피의 대상이 아니라 적극적 으로 대응해서 해결의 대상으로 삼자”라고. 그러나 생각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작심삼일이라고 그 이후에 도 나는 속이 시커먼 진정인들에게 고운 말을 쓰지 못했다. 결국 나만 괴롭 고 피곤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막상 부당한 요구를 하는 진정인을 지나치지 못했다. 그러나 노력하는데 어찌하랴! 처음엔 어려웠지만 세월은 모든 것을 변하게 하였다. 객관적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능력이 쌓여갔다. 몇 해가 지나면서 진정인을 보면 첫눈에 그 사건이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를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어줍잖은 관상가보다 더 정확하게 사람을 보는 눈이 되었다. 그러한 훈련은 나로 하여금 두려움이 없게 하였다. 자신감이 생겼다. 밤에 악몽을 꾸는 일이 사라졌다. 출근하는 것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진 정이 없는 날은 허전하기도 하였다. 느긋함과 여유로움이 쌓여갈수록 나의 체중도 매년 2∼3㎏씩 늘어나더니 급 기야는 기존의 양복을 전혀 입을 수 없게 되고 말았다. 28인치를 넘지 않았 던 허리가 지금은 35인치를 넘는다. 아내는 야단이다. 살 좀 빼라고.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살을 빼는 것이다. 굶던지, 아니면 운동을 해서라도 체중을 70㎏이하로 줄이지 않으면 안된다. 늑대를 피했더니 호랑이가 막더라고, 스트레스를 피했더니 비만이 위협을 하 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한 나의 모습이다. 살 빼는 방법 좀 알으켜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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