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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경제냐? 환경이냐? -다세대주택의 일조기준 폐지에 대하여
     
    IMF는 지금까지의 가치에 대한 회의를 갖게 한다. 불황의 늪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결과가 좋으면 모든 게 좋다고, 규제개혁이라는 날개를 달고 추진되는 지금, 놀랄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최근 건축 등 부동산 관련 법규의 개정에 있어 환경이나 경관은 순서가 밀리고 있는 느낌이다. 국민소득 1만불 시대에서 생각할 일이지 작금의 국난(?)에 환경쯤이야 희생 시켜도 된다는 사고가 팽배해있는 것 같다.

경제는 건설경기가 살아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래야 다른 산업이 동시에 기지개를 펼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경기는 소비자의 구매욕이 있어야 한다. 자금의 회전이 원활하게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각종 세제지원이 있어야 하며, 인허가 절차에 대한 걸림돌을 제거시켜야 한다. 최근 정부에서는 공동주택의 분양가 자율화와 건립평형제한의 폐지, 전매 자유화와 양도소득세 부담 축소 등 경기부양정책을 쏟아 내고 있지만 생각처럼 쉽게 움직이질 않는다.

혹자는 이러한 정책보다는 직접적인 건축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준농림지역의 건축기준을 완화하고, 도시에 있어서 건폐율·용적률·일조기준 등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우려하던 차에 최근 다세대주택의 건축기준을 완화하겠다는 소식을 접했다. 99.5.9자 시행을 목표로 개정중인 건축법시행령의 일조기준 중 다세대주택의 경우 채광방향으로부터 각 부분 높이의 1/4이상을 이격토록 한 기준을 폐지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그렇게되면 2가지 측면에서 큰 변화를 가져 올 것이다.

첫째는 긍정적인 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다세대주택과 다가구주택은 단순히 분양이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 주차장 기준의 차이(지방자치단체별 차이가 있음), 세대간의 경계벽 등 단순한 몇 가지의 기준을 제외하고는 구분이 없어지게 됨으로 몇 가지 요건만 충족되어진다면 다가구주택을 다세대주택으로 용도변경(건축물대장 기재변경)하여 임의 분양이 가능하게 되어 구분소유가 가능하게 된다.

사실상 분양되었지만 구분소유가 불가능하고 지분등기로 소유하게된 불편의 상당한 민원을 해결한다는 차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준공된지 5년이 지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세대주택의 주차기준을 다가구주택의 주차 수준 조정되지 아니하는 한 구제 대상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둘째의 부정적인 면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세대주택 건축기준의 완화는 한 때 다가구주택이 호황을 누렸듯이 붐을 일으킬 것이다. 어쩌면 침체된 건축경기가 되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을 다세대주택으로 선정한 것이 아니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려하는 것은 그나마 열악한 주거환경을 더욱 열악하게 할 것이며, 지역 슬럼화를 가속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그 동안 다가구주택의 난립으로 주차난을 가중시키고, 청소·환경·경관 등 각종 도시문제를 야기하자 ‘97.1.15자로 서울시 주차조례를 개정하면서 가구당 0.6대의 주차장을 확보하도록 강화했다. 기준이 강화되기 전에는 매달 평균 6,940여 가구가 허가되던 것이 기준이 강화된 이후는 16.6%인 1,150여가구로 건립규모가 줄어들었다. 종전 기준보다 무려 2대 이상의 주차장을 추가 확보해야 함으로 경제성이 없기 때문이었다.

한번 훼손된 도시환경을 되살린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건축경기로 얻는 이익보다 장기적으로 도시가 부담해야 할 비용 부담이 더 클지도 모른다. 적어도 어떤 정책을 입안하고 결정하는 자는 도시를 이해할 줄 알아야 할뿐더러 먼 미래의 경제손익을 교량할 정도의 실력자가 아니면 함부로 결정하고 나서서는 아니 된다고 본다. (199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