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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 공동주택의 외관 디자인에 영향을 미친 법·제도의 변천과정과 개선방향
     
   


□ 닭장 아파트를 바라보면서

남향 또는 동일향·판상형·반복성이 종래의 아파트에 대한 주요한 키워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치 트럭위에 싣고 가는 닭장을 연상시킨다. 우리는 이러한 모습에 익숙해 있다. 누가 그러라고 시키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만 지을 수밖에 없는 것인지? 슬픈 것은 이에 대해 어느 누구도 아무 의심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고, 언제까지 이러한 아파트가 생각 없이 계속 건립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서울은 ’99년말 현재 전체주택의 44.4%인 89만6천호가 아파트이다. 그해 건립된 주택의 85.9%인 54,146세대가 아파트라면 아마 놀랄 것이다(2000년말 자료가 아직 공식적으로 정리되지 않아서 1999년말 자료를 사용함). 어쩌면 당분간은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별한 사건이 없다면 말이다.

孟母三遷은 주변환경이 人性을 결정짓는데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웅변으로 증명하는 고사이다. 주변환경이 생활을 지배한다는 점은 의심이 없다. 1960년대부터 아파트가 등장되면서부터 아파트에 살아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손꼽을 정도일 것이다. 이주행태로 보아서 그런 예측이 가능하다. 필자의 경우도 결혼하여 20년이 넘었는데 10년 이상을 아파트에 살았고, 그 나머지는 다세대주택에서 살고 있을 정도이다.
과연 아파트가 우리에게 무엇을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몰개성·개인주의·무미건조·유유상종이라는 집단 편가르기에 끼친 영향은 없었을까? 누군가 한번쯤은 아파트의 형태가 우리의 삶에 끼친 영향을 연구해볼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런점에서 종래의 우리나라 법 제도가 아파트의 형태를 결정짓는데 어떤 기여(?)를 했는지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2000.6.27자 개정된 건축법시행령은 향후 아파트(입면이나 평면 등)의 형태를 지금과 다른 차원에서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 향후 어떤 모습으로 변화될 것인지 들여다보고자 한다.

□ 종전 법·제도의 고찰

1. 주택분양가의 통제-비용·공기절감을 위한 단순·반복적인 형태와 배치

짧은 기간 안에 저렴한 가격의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기 위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가 않다. 주택기금을 최대한 확보하여 건설업자(또는 사업주체)에게 대폭적인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결국 건축기준을 완화해서 공급자의 이익을 보전해줄 수밖에 없다.

1988년 노태우 정부가 추진한 주택 200만호의 공급정책은 그 당시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 모르지만 주거환경을 악화시키고, 주변의 도시기반시설과 자연과 도시경관의 훼손 등에 있어서는 상당히 부정적인 역할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용적률(300%→400%)과 인동거리(1.25배→0.8배)를 완화함으로 그 목적 달성이 가능했음이 이를 반증한다.

특히 분양가격의 통제는 공사비 절감을 위해 단순한 평면과 입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공사자재의 반복 재사용과 공사기간의 단축 단순한 평면과 입면이 가장 요구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남향을 선호하는 입주자의 취향 때문에 남향·판상형의 격자배치는 어쩔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2. 일조기준의 등장-판상형 아파트의 남향 격자배치

일조기준 또한 판상형 격자배치를 하게 한 주요한 요소다. 4계절이 분명하고, 긴 겨울을 이기기 위한 지역적인 전통 주거문화가 주원인이지만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일조기준이 다른 형태의 배치를 유도할 수 없도록 일조를 했다고 본다.

일조라는 용어는 1976년 처음 등장하지만 사실 그 정신은 이미 1971년부터 건축법에 나타내고 있었다. 건축물의 높이에 따라 인접대지와의 떨어지는 거리를 달리 정했다. 정북방향의 경우 건축하고자 하는 건축물 높이에 8m를 뺀 나머지를 1.5로 나눈 만큼, 기타의 경우는 그 높이에 17m를 뺀 나머지를 1.5로 나눈 만큼의 거리를 띄우게 했다.

공동주택은 그 앞뒤에 건립하는 건축물 높이만큼 띄우게 하였다. 공동주택에 대한 구체적인 일조기준은 「서울시 아파트건축조례」(77.7.1)에서 처음 규정된 것으로 본다. 단지안의 2동간 거리는 건물높이의 1.25배, 인접지와는 0.625배를 띄우게 하였다. 그 당시에 건립된 대부분의 아파트가 이 기준에 따라 건립되었다.

3. 주택200만호 건립정책-고층 아파트의 등장

주택200만호 공급 정책은 용적률 완화와 인동거리의 축소를 통해서 추진했다. 종전 법정 허용용적률이 300%일 때에도 180%를 넘는 경우가 드물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136%(1976년/15층), 아시아 선수촌 아파트는 126%(1984년/9∼18층), 상계 신시가지 아파트는 130%(1986년/5∼25층)이다.

그러나 용적률이 400%로 완화되면서 300%가 넘는 아파트가 우후죽순 들어서게 된다. 대부분 20층 이상이고 30층을 넘는 고층 아파트도 등장하게 된다. 고층화는 RC조에서 철골조 또는 벽식 콘크리트조로 건축구조가 바뀐 것도 중요한 변화라면 변화이다. 벽식구조는 비용절감과 공기단축을 위한 평면과 입면의 단순화를 더욱 부추기게 된다. 그러나 이 벽식구조는 나중에 리모델링을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문제꺼리로 등장하게 된다.

□ 용적률과 인동거리의 변천(서울시 일반주거지역을 기준으로)

***연도별
구분
’73 “77. 7. 1 ’79. 3. 20 ’85. 10. 1 ’90. 4. 10 ’90. 11. 14 ’98. 4. 30

건 폐 율

25% 5층 이하 : 20% 6층 이상 : 18% 5층 이하 : 30% 6층 이상 : 25% 30% 60% 좌동

용 적 률

200% 180% 250% 300% 400% 300%

인동간격

공동주택 주방향 전후에 건립하는 건축물의 높이 이하 건물높이의 1.25배 좌동 건물높이의 1배 건물높이의 1배(16층이상의 탑상형 0.8배) 좌동 좌동

인접대지
와의거리

건물높이의 0.625배 좌동 건물높이의 0.5배 좌동 좌동 좌동

근 거

건축법시행령 제167조 서울시아파트 건축조례 (’77. 7. 1제정) 시장방침 제14호(’79. 3. 5) 공동주택사업 승인 심의기준 시장방침 제2,016호 (’85. 9. 30) 주택건설 부진타개 방안 서울시건축조례(’90. 3. 31) 서울시건축조례(’90. 11. 14) 서울시건축조례(’98. 4. 30) ※서울시도시계획조례(2000.7.15)에 의거 2003.6. 30까지300%로 인정

4. 사업승인과 건축허가의 이원화 정책-탑상형 주상복합 건축물의 등장

아파트공급을 촉진하기 위하여 만든 법률이 「주택건설촉진법」이다. 1963년 무주택 국민을 위해 제정된 「공영주택법」이 모태다. 서민주택 공급을 위해 제정된 법정신에 의하면 사업자(또는 시공자)입장에선 규제일 수밖에 없고, 이를 무마하기 위한 방편으로 준주거지역과 상업지역안에 건립하는 주상복합 건축물에 대해 사업승인 대상에서 제외하고, 건축법에 의한 건축허가를 받도록 하였다. 기준과 절차가 완화된 것이다. 1982년 처음 이 제도가 도입될 때에는 극히 제한적으로 운영되었으나 1999년12월 주거비율을 10%이상 제한하는 규정이외 모든 제한을 삭제하고, 더구나 상업지역안의 공동주택에 대한 일조기준마저도 1999년2월 삭제된다.

주상복합의 대부분은 탑상형이다. 이를 계기로 일반 아파트단지에서도 탑상형이 등장하게 된다. 이는 철골구조가 이를 가능하게 하였다. 여기에 탑상형에 대한 건축기준을 차별화-철골구조로된 20층 이상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격을 16%이상 더 가산할 수 있고, 16층 탑상형(장단변의 비가 1:4)은 동간거리 확보기준을 1.0H에서 0.8H배로 완화(1993년4월 서울시 건축조례 처음 도입)-하면서까지 이를 적극적으로 권장하였다.

또한 탑상형이 가능했던 것은 고층 건축물에 대한 입주민의 거부반응이 점차 약화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산이나 강등 자연환경으로의 조망이 향보다는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유행(?)이 번짐에 따라 자연스레 탑상형이 자리 잡을 수 있었다. 탑상형의 등장으로 S·U·H·Y·T·E·L·ㅁ형 등 다양한 입면형태가 개발되기 시작했다.

5. 아파트의 길이제한 기준의 폐지와 규제의 반복- 철옹성 아파트의 등장

아파트 길이가 얼마일 때 시각적인 부담이 없을까? 정답이 있을 수 없다. 입지한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대답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주공의 경우 대개 6쪽(1세대를 1쪽으로 표현)을 기준으로 4쪽, 8쪽 정도이고 많게는 10쪽에서 12쪽을 일자 배치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 아파트의 경우 그보다 더 많은 쪽수를 배치함으로 한 동의 길이가 150m가 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서울시에서는 1978년10월 「서울시 아파트조례」에서 한 동의 길이를 건축물 높이의 4배에 해당하는 길이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정했다. 그러다가 1991년 「주택건설기준에 관한 규정」이 제정되면서 1동 길이를 120m이하로 제한하였다. 그러나 이 기준도 규제완화를 이유로 1996년6월 삭제되고 만다.

서울시에서는 이의 대안으로 1996년11월 「공동주택 건축심의 기준」- 1999년3월 「서울특별시 공동주택 건축심의에 관한 규칙」으로 제정-을 마련하면서 아파트 한 동의 입면적을 제한함으로서 무제한 길어지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고 있다. 한강·산등 경관주변지역에는 3천㎡, 기타지역에서는 3천5백㎡를 넘지 못한다. 그 결과 서울시에서 건립되는 아파트는 대개 4쪽에서 6쪽으로, 이를 넘는 경우가 흔치 않게 되었다.
최근 경기도를 비롯하여, 인천 등 수도권 주요 도시에서도 서울시의 이러한 기준을 도입하고 있는 추세다.

6. 법령·제도의 최소기준이 최적기준으로 정착-규격화된 평형의 등장

왜 모든 아파트의 평형이 일정할까? 60㎡, 85㎡, 102㎡, 115㎡, 135㎡로 정형화 되어있다. 필요에 따라서는 50㎡, 75㎡, 130㎡ 등도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쉽게 찾을 수가 없다. 왜 그럴까?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른 청약예금(60㎡, 85㎡, 102㎡, 135㎡) 및 청약부금제도(85㎡), 국민주택기금의 활용에 따른 기준(국민주택기금의 지원을 위한 국민주택의 기준을 60㎡, 85㎡로 정함)과 주택의 규모별 공급비율에 관한 지침(60㎡, 85㎡, 115㎡)등의 최소기준이 시장에서 고착화된 결과가 아닌가 한다. 물론 여기에 공기단축과 비용절감이라는 시장경제논리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 2000.6.27 개정된 건축법시행령 기준에 대한 기대

2000.6.27 개정된 건축법시행령은 설계자의 창작범위를 최대한 인정해주려는 쪽으로 개정되었다. 아파트와 관련된 변경된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자유로운 평면공간의 설계 – 설비닥트 등 수직공간의 바닥면적 제외

건축물의 내부에 설치되는 굴뚝, 에어닥트, 설비닥트 등 수직설비공간은 종전과 달리 바닥면적에 산입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평면설계가 다소 용이하게 될 것이다. 그 동안 설비닥트나 에어닥트등은 옹색하게 배치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분양 아파트는 전용면적을 누가 얼마나 더 많이 확보해주는가가 분양실적과 직결되기 때문에 그 옹색함은 더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리모델링이 가능하고 유지관리가 용이하게끔 설비공간을 주거공간과 분리 배치하거나 점검공간을 별도로 확보하는 건축물의 평면이나 입면 설계가 더욱 다양해 질 것이다.

2. 발코니에 화단설치하기 – 발코니 바닥면적 산정의 완화

발코니 면적의 15%이상을 화단으로 만든다면 그만큼 인센티브를 준다. 발코니 총면적에 발코니 길이에 2m(종전 1.5m)를 곱한 면적을 뺀 면적만 바닥면적에 산입하게 한다는 내용이다. 건설교통부에서는 화단이 거실화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화단과 발코니 사이에 난간을 설치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꽃을 심고, 새로이 교체하고 물을 주는 유지관리 차원에서는 상당한 장애요인으로 대두될 것이다.
하여간 이 기준이 새로이 도입됨에 따라 꽃을 볼 수 있는 아파트, 화단의 형태에 따라 재미있는 입면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3. 공중 공원의 설치 – 정원이 설치된 층의 바닥면적 산정제외

공동주택 중간층에 정원, 설비실 등을 배치할 경우 이 층을 바닥면적 산정에서 제외한다. 종전에는 20층 이상의 공동주택만 이 규정이 적용되었는데 모든 공동주택으로 이 규정을 확대하였기 때문에 앞으로는 지금과 다른 모습의 입면이 자연스럽게 대두될 것으로 예측된다.
아파트 입면의 중간을 3∼5개층을 뚫어 시각통로를 확보하고, 그곳에 공중 정원을 설치할 수도 있을 것이다. 1999년부터 몇 건의 아파트가 이런 형태로 건축심의를 통과한 사례가 있다.

4. 피로티의 설치- 높이기준의 배제

건축물의 1층 전체에 피로티(건축물의 사용을 위한 경비실·계단실·승강기실 기타 이와 유사한 것을 포함)가 설치되어 있는 경우에는 가로구획별 높이제한과 공동주택의 일조기준을 적용함에 있어 그 피로티 부분은 건축물 높이산정에서 제외시켰다.
종전에도 건축심의에서 개별적으로 피로티 설치를 권장했지만, 상대적으로 높이에 저촉되어 불이익을 받게 되어 상당한 부담으로 받아 들였으나 이 기준의 도입으로 많은 아파트가 이를 받아들이리라 본다. 1층 접지 공간의 보행환경이 그만큼 개선될 수 있어서 좋다.

5. 자유로운 옥탑의 설치-소규모 아파트의 옥탑기준 완화

건축물의 옥상에 설치되는 승강기탑·계단탑·망루·장식탑·옥탑 등으로서 그 수평투영면적의 합계가 당해 건축물의 건축면적의 1/8이하인 경우에는 높이에 산정하지 않지만 세대별 전용면적이 85㎡이하인 사업계획승인 대상인 공동주택은 1/6이하라면 높이에 산입하지 않도록 개정되었다.
앞으로 볼품없는 옥탑이 사라지고, 여유로운 새로운 디자인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 기대반 우려반

어떤 법·제도일지라도 완벽한 것은 없다. 아무리 좋은 취지로 어떤 기준을 만들었다하더라도 현실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뀔 수도 있다. 발코니는 말 그대로 서비스 공간이다. 그런데 이에 새시 설치를 허용하면서부터 엉뚱하게 전용면적을 확장하는 기회로 삼고 말았던 사례를 보면서 우려가 앞선다.

앞으로 새로이 도입된 제도에 대해서 거는 기대 또한 우려로 변하지 말았으면 한다. 가령, 화단을 설치하면서 발코니 폭을 2m로 넓힌 다음, 제대로 꽃을 심고 가꾸지 않아 흉물이 되게 할 수도 있으며, 심할 경우 거실로 변할지도 모른다. 공급자(사업자,설계자,시공자 등)나 이용자(입주자,소유자) 모두가 법·제도를 얼마만큼 따라주고, 지켜주는가 하는 점이 성패의 열쇠라고 본다.

입면과 평면, 배치에 대한 규제는 거의 해소되었다고 본다. 건립 평형규제가 풀리고, 분양가격 또한 자유롭게 되었다. 건축법 기준도 상당히 설계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쪽으로 개정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분양시장은 다양한 입면과 평면, 배치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그만큼 입주자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입맛 또한 까다로워 졌기 때문이다.

변화를 기대한다. 그러나 솔직히 그 변화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주택연구소 HOUZINE 20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