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환경적이란 용어는 최근 들어 전세계적으로 환경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모든 개발행위와 경제활동에서 환경적 측면을 중요하게 배려하여야 한다는 개념에서 등장한 것이다.
이러한 논의는 1970년대를 전후해서 세계적인 관심을 끌기 시작했으며, 1987년 ‘UN 환경 및 개발에 대한 세계 위원회’에서 브른트란트(Brundtland)여사에 의한 “우리들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라는 보고서가 채택되면서 구체화되었다.
그리고 1992년에 ‘리우선언’으로 불리는 브라질에서의 “UN 환경 및 개발에 대한 의제 21(Agenda 21)”를 통해 우루과이라운드(UR)에 대응되는 그린라운드(GR)라는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럼 친환경적이란 어떤 의미인가?
친환경적이란 환경적으로 건전하며, 매우 자연(自然)스럽고 인간이 살기에도 좋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친환경적 도시공간 조성이란 우리의 도시를 이렇게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다.
그럼 이러한 친환경적인 도시공간은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이를 논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간의 친환경적이지 못했던 도시개발을 이야기해야만 한다.
우리나라의 대표도시라고 하는 서울의 경우 현재 시가지면적은 약 25만ha로 불과 20년전인 1970년대의 15만ha에 비해 약 1.5배 이상의 수평적 팽창을 하였다.
또한 도시의 수직적 팽창을 의미하는 평균개발밀도의 경우에도 총연상면적이 약 30만ha로, 1970년대의 10만ha에 비해 3배정도의 고층고밀개발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개발로 인해 서울에서는 전체녹지의 20%정도인 약 2백만㎡의 공원녹지가 해제되었고, 하루 물소비량은 1백만㎥에서 5백만㎥로 약 5배, 쓰레기 발생량은 2백만톤에서 5백만톤으로 약 2.5배가 증가하였다.
또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나타내는 오존주의보도 연간 30회 이상 발표되는 등 환경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더하여 서울은 자동차가 2십만대에서 2백만대로 약 10배 증가하게 됨으로써 한해에 교통사고가 평균 4만여건에 달해 약 800여명이 사망하고, 6만여명이 다치는 등, 500여명의 사상자를 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희생자의 거의 2배에 달하는 사람들이 한해에 교통사고로 죽어 가는 끔찍한 도시가 되었다.
이 결과 1997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조사한 세계 30대 도시 경쟁력조사에서 서울은 종합순위에서는 19위로 중하위권을, 생활환경과 삶의 질 부문에 있어서는 30위인 최하위 도시로 조사되어 매우 살기에 부적합한 도시로 밝혀졌다.
이것이 지금까지 잘 살아보자고 열심히 개발하고 노력한 대가라고 하기에는 너무 서글퍼진다.
더욱이 이렇게 많은 희생을 치루어 가면서 이룩한 우리 경제가 IMF라는 외환위기를 맞아 하루아침에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불에서 5천불로 후퇴해 버리고, 외채 1,500억불이라는 빚더미를 안게 되어버린 현재 과연 우리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우리의 국토와 인생을 허비해 왔나 하는 회의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지금이라도 친환경적인 도시공간을 조성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를 위해서는 우선 우리사회에 뿌리깊게 박혀있는 친환경적이지 못한 사고방식을 타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도시란 그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담은 그릇이며, 따라서 도시공간이란 사람들의 사고방식, 문화수준의 외연적 표현이기 때문이다.
도시가 삭막하고, 어수선하고, 매력적이지 못하다면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 생각이, 문화가 그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도시를 친환경적인 도시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생각과 삶과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
친환경적인 도시란 개발이 우선시 되는 도시, 돈이 전부인 사회, 치열한 경제논리속의 피비린내 나는 전장이 아니라, 자연을 생각하고, 인간을 생각하는 건강한 도시이며, 미래 후손을 생각하고, 약한 자를 배려하는 지속가능한 삶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사고방식을 바꾼다는 것은 우선 도시개발의 패러다임(paradigm; 이념)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의 개발행위가 정치적 논리, 경제적 논리, 기술적 논리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면 여기에 환경적 논리가 부가되어야 한다.
이러한 환경적 논리가 부가됨으로써 개발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그리고 개발의 템포를 느리게 잡아야 한다.
개발로 인한 폐해를 진단하고 처방하면서 환경적 쇼크를 최소화하는 개발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또 개발중심의 사고방식에서 유지관리, 보전중심으로의 인식의 전환을 의미한다. 즉 이제부터의 개발은 기존의 도시기반 위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때의 개발은 철거중심의 재개발보다는 수선하고 고쳐나가는 재개발(수복재개발)을, 신축중심보다는 증·개축중심의 섬세한 건축행정을, 그리고 역사자원을 훼손하기보다는 도시의 개성으로서의 보전적 개발을 통한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등의 새로운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이것은 자동차중심에서 인간중심으로 도시조성의 방향을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더 이상의 자동차를 위한 도로신설이나, 교통소통을 위한 지하도 설치로 기존의 횡단보도를 철거하거나, 사람들의 생활공간을 섬처럼 분절시키고, 사람들이 지하도로 육교로 힘겹게 계단을 오르내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오히려 자동차에게 빼앗겼던 도시공간을 보행자를 위한 광장과 소공원, 보행몰(pedestrian mall; 보행자공간)로 회복시킴으로써 사람들을 지하와 실내의 어두침침한 공간으로부터 밝은 햇살이 있는 옥외도시공간으로 나와 즐기도록 해야 한다.
또 이러한 도시공간의 조성은 노인, 어린이, 장애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는 지극히 인간적인 바탕아래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도시공간의 인간성과 형평성 회복을 통한 사회 공동체의 정체성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친환경적 도시공간 조성의 매우 가치로운 목표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인식의 전환이 있고 난 다음에는 친환경적 도시공간 조성을 위해 기존의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이동이라는 산업사회에서의 에너지 소비적인 도시조성 기반을 해체해야만 한다.
즉 이전의 산업사회에 걸맞게 도시를 공업지역, 주거지역, 상업지역으로 분절시켜놓은 현재의 도시 토지이용도 재고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로 인한 토지이용의 비효율과 토지공급부족, 땅값 상승, 신도시개발, 이로 인한 새로운 교통유발이라는 매우 불합리한 에너지 소비적 도시공간이용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도시에서의 경제활동기반도 환경적 가치를 재산권으로 인정하는 새로운 기반 위에서 이루어지도록 대체되어야 한다.
즉 우리가 호흡하는 대기를 오염시키는 대가를 지불하도록 해야 하며, 구릉지와 녹지를 훼손하는 개발에는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하도록 해야 한다.
비록 자기 땅에서 이윤추구를 위해 고층건물을 짓는다 하여도 이로 인해 주변에 햇볕을 쬘 권리(일조권)를 빼앗아 가고, 더 많은 쓰레기와 하수, 그리고 교통을 유발시킨다면 이에 대해 정당한 책임을 지는 사회시스템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친환경적 도시공간조성을 위한 인식의 전환과 제도의 개선은 ‘깨어있는 주민’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까지의 도시 개발행위와 경제활동은 직접적인 피해자나 이해당사자가 주민임에도 불구하고, 관주도적이고 엘리트주의적인 공공과 전문가들의 손에 의해 좌지우지되어 왔다.
그러나 현장을 가장 잘 알고, 환경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피부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주민들이다.
또한 반환경적인 행위를 감시할 수 있는 사람도 가까이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이다.
이러한 주민들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공유할 때, 그리고 그들에게 모든 정보가 제공되고 전문적인 자문을 해 줄 수 있는 계획가(advocacy planner)가 지원되는 사회여건이 조성될 때 효율적인 친환경적 도시공간 조성이 가능할 것이다.
이제 친환경적 도시공간을 어떻게 조성할 수 있나를 생각해 보자. 친환경적 도시공간을 실현시키기 위한 실천수단들은 우리들의 인식 전환이 있기만 하다면 다양한 논의와 아이디어가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우선 가까이 다가온 2002년 월드컵경기를 “환경 월드컵”으로 치를 필요가 있다.
쓰레기더미인 난지도 옆에 건설되는 상암 축구경기장을 환경을 살린 멋진 도시공간 조성의 상징으로 삼아 전 세계에 그간의 우리의 오명을 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기장을 건설하는 돌 하나, 주변에 대한 단지개발, 도로의 건설 등, 이 하나 하나가 모두 친환경적 인식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이와 아울러 서울시 전역에 대해서도 자동차에 빼앗겨버린 도시공간을 인간중심으로 되살리는 노력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자동차의 소통을 위해 육교나 지하도로 대체되어버린 횡단보도를 다시 복원해 내고, 차도를 넓히느라 빼앗겨버린 보도와 광장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보행자천국으로 조성해 나감으로써 노약자나 어린이, 장애인들이 마음놓고 생활할 수 있는 건강한 도시공간으로 되살려내야 한다.
그리고 개발을 위해 버려지고 훼손된 자연녹지와 역사자원을 되살려 푸르른 녹음을 도시에 회복시키고, 오천년 역사의 은근함을 즐길 수 있는 역사와 자연속의 개성있는 도시를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또한 잊혀지고, 버려졌던 우리 주거지의 공동체와 주거환경을 되살리는 일도 주민과 함께 해 나가야할 중요한 일이다.
우리가 사는 마을, 우리가 사는 도시, 나아가 우리가 사는 사회를 건강하고 살만한 친환경적인 문화도시로 만들어가기 위해서 우리 모두는 주인된 입장에서 하나하나 우리환경을 진단해 나가고, 우리환경을 지켜나가며, 우리환경을 가꾸어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여러 실천수단들은 우리가 마음만 바꿔 먹으면 쉽게 우리 주변에서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식의 전환이 없이는 그 어떤 발전도 있을 수 없다.
최근에 IMF시대의 탈출을 위해 진행되고 있는 부동산시장 활성화정책과 이를 위한 각종 토지 규제완화 및 개발 규제완화, 그리고 이러한 미명하에서 환경훼손을 묵인하는 듯한 사회 분위기는 매우 우려할만한 일이다.
이는 작은 것을 얻기 위해 큰 것을 희생하는 것으로 그렇게 얻은 성장과 번영이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하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것은 결코 현명한 일이 아니다.
이제는 친환경적 도시공간을 만들어 가는 아니 되살려내는 길만이 우리가 잘 살 수 있고, 후손도 잘 살 수 있으며, 외국사람들도 우리도시를 매력적인 도시로 인정하게 하고, 찾아오게 하고, 투자하게 하여 진정한 세계의 중심으로서의 세계도시(Global City)로 거듭나게 되는 길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인식의 확산을 위한 우리의 노력과 실천을 강조하면서 21세기의 새로운 천년에 걸맞는 새로운 친환경적인 문화도시가 꽃피기를 기대해 본다.
(문화도시문화복지 권두논단/99.3)
* 이 희정 박사는 여자가 아닙니다. * 아마 이름 덕분에 오해받는 일이 종종 있을 것 같군요. * 도시설계와 상세계획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그분의 강의를 수강한 적 있는데 * 매우 열정적이신 분입니다. *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언제나 자신에 찬 모습입니다. * 현재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책임연구원으로 계시면서 “서울시 용도지구 운영개선방안 및 * 신규 용도지구 설정 연구” “서울시 문화지구 지정 및 운영방안 연구” ” 일반주거지역 용도지역 * 세분화 연구”등 서울시의 현안 문제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 「이희정의 꿈이 있는 마을」을 방문해 보시면 재미있는 자료를 구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 (https://ns.sdi.re.kr/~leeworld)
*
|